2주 전 심한 감기로 고생하다 병원에 입원하신 시어머니. A씨의 남편은 퇴근 후 매일 병원으로 와 어머니 곁을 지켰다. A씨는 갱년기 증상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변화하는 감정과 여기저기 아파오는 통증을 인내하며 시어머니의 병간호와 남편 도시락 등을 챙겨 날랐다. 고된 하루 일과지만 시어머니의 쾌유를 손꼽아 기다리며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머니 퇴원을 앞둔 어느 날, 남편이 대뜸 팔순 넘은 시어머니를 모시자고 한다. 어떤 뜻으로 말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A씨 역시 여기저기 쑤시고 안 아픈 곳이 없다. 나이 들어가는 아내 생각은 하지 않는 남편이 괘씸하기만 하다. 결국 A씨는 그동안 참고 살았던 서러움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CASE. 대뜸 시어머니를 모시자는 남편
위 대화에서는 남편과 아내 간 각자의 상황과 입장이 숨겨져 있다.
남편은 회사일로 평생을 긴장 속에 살았다. 그동안 집안일은 아내가 알아서 해왔고, 나름 부모님도 잘 모시고 형제간도 잘 챙겨와서 가족 모두 우애 있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이제 퇴직을 앞두고 혼자되신 어머니를 모시겠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이 60을 눈앞에 둔 아내 입장은 다르다. 지금까지 아이들 키우랴, 시댁 챙기랴, 바쁜 남편 사회생활하는데 신경 쓰게 하지 않으려고 웬만한 건 다 참으면서 혼자 견뎌온 세월이 길었다. 그 때문인지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남편이 퇴직하면 이제 둘이 좀 편하게 살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편의 통보에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다. ‘이 사람에게 나는 뭐지?’ 서운하고 억울하기만 하다.
대화의 해결법은 대화 속에 드러나지 않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과 현실적 상황을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말하는 데 있다. 다음과 같이 대화했으면 어땠을까?
Solution. 의견을 묻고 현실 상황을 이야기할 것
(Point. 통보가 아닌 상의로 시작하라.)
(Point. 당장 답을 줘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상태를 드러낼 것.)
(Point. 아내의 감정이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과 배려를 먼저 표현하라.)
(Point. 감정적인 결정보다 현실적인 상황을 알려라.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
(Point. 아내의 노력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어떤 경우라도 ‘함께’라는 인식 심어줄 것.)
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남편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아내의 의견을 먼저 묻는 태도이다.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는 얽혀있는 사람 간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특히 감정이 쉽게 앞설 수 있는 가족 간의 대화일수록 대화를 시작하기 전 감정을 절제하고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둘째, 아내의 경우는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대화의 소재일수록 차분하게 상대의 입장과 나의 입장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부부는 어떤 문제를 당면할 때 배우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획 서희라 글 김숙기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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