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의 할리우드 배우가 금요일마다 체포되는 이유

기사 요약글

올해 82세의 할리우드 원로 배우 제인 폰다(Jane Fonda)는 지난해 10월부터 금요일마다 체포됐다. 오스카상 수상 경력의 그녀가 매번 경찰에 체포되는 이유는 지구의 기온(?) 때문이다.

기사 내용

 

 

제인 폰다가 매주 경찰에 연행되는 혐의는 ‘의회 무단 점거’이다. 지난해 10월 11일부터 매주 금요일 워싱턴DC의 의회 앞에서 열리는 기후 변화 관련 집회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기후 변화에 무신경한 미국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매번 연행될 걸 알면서도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자신이 체포되는 일 자체가 이슈가 되기 때문.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카메라 셔터 세례와 언론 보도가 기후 변화의 위기를 효율적으로 홍보해준다는 생각에 직접 ‘체포 유니폼’까지 갖춰 입고 시위에 나선다. 언제나 새빨간 모직 코트를 입고 플라스틱 수갑에 손이 채워진 채 환하게 웃으며 연행되는 것.

 

 

 

 

“우리의 집은 불타고 있고, 우리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

 

그녀가 매번 빨간 코트를 입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빨간 코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올라가고 있고, 우리는 집에 불이 났을 때처럼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녀가 매주 금요일 워싱턴DC의 의회 앞에서 주도하고 있는 집회의 이름 역시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Fire Drill Fridays, 금요일의 소방훈련)’이다. 폰다는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외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Our house is on fire)”는 호소에 영감을 받아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밝혔다.

타임지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인물’인 그레타 툰베리(16)는 지난 9월 ‘UN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며 화제가 됐다. 그리고 그녀의 외침에 동조하는 150여 개 국가의 수백만 학생들이 지구를 지키자며 시위에 동참했고, 이에 감명을 받은 제인 폰다 역시 기후 변화 운동에 앞장설 것을 선언했다. 또 시위를 위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의회가 있는 워싱턴DC로 잠시 거처를 옮기기까지 했다.

 

 

 

 

2020년,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해

 

제인 폰다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시위에 나서는 배경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경우 전 인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이다.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올해 안으로 세계 각국이 합의를 거쳐 2021년부터 10년마다 세계 총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제인 폰다 역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대담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정치인들에게 직접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매주 의회 앞에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 UN에 파리기후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줄곧 지구온난화는 존재하지 않는 ‘사기’라고 이야기했고, 그레타 툰베리에 대해서는 ‘분노조절 장애’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제인 폰다는 이에 대해 “트럼프는 정신적으로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동정해줘야 한다”며 쿨하게 넘겼다.

 

 

 

 

체포를 두려워하지 않는 할리우드의 투사

 

1960년대 할리우드의 부흥을 이끌고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제인 폰다는 배우로서의 명성만큼 사회운동가로도 유명하다. 1960년대엔 시민권 운동에 참여했고, 1970년대엔 베트남전 반대 시위로 가장 큰 이목을 끌었다. 당시 그녀는 전쟁이 한창일 때 월맹을 방문하는 사실상의 이적활동으로 큰 논란을 낳았고, 월맹군과 함께 대공포 전차에 앉아 있는 사진이 찍히며 ‘하노이 제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반전 시위 과정에서 다섯 번 체포되고, 두 차례 유치장에 수감된 전력이 있다. 체포 당시 단발머리에 왼쪽 주먹을 불끈 쥐고 찍은 그녀의 머그샷은 이후 미국 사회 페미니스트 운동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 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된 폰다는 50년 만에 다시 유치장에 수감됐다. 매주 금요일 기후 변화 시위 도중 여러 차례 체포되긴 했지만 실제로 수감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다섯 번째로 체포된 12월에는 체포된 상태로 자신의 82세 생일을 맞기도 했다. 반복되는 체포에도 폰다는 약속대로 4개월에 이르는 시위를 지속했고, 1월 10일 마지막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 시위를 마치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그녀의 다음 시위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환경 운동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인류·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녀의 발언을 생각하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당신이 유명인사라면, 그 유명세를 활용할 책임이 있다. 인류의 미래가 위태로울 때는 특히 그렇다.”

 

 

기획 김병주 참고 firedrillfridays.com 사진 셔터스톡, Fire Drill Fridays 페이스북, Jane Fonda 페이스북

 

 

[관련 기사 보기]

 

>> 페라가모를 한국에 처음 들여온 할머니, 밀라논나

 

>> 8명의 손주 키우다 세계적인 모델된 미국 꽃할매

 

>> 스타의 삶을 바꾼 인생책은 무엇?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