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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공감
산복도로370
가파른 계단 옆에 모노레일을 설치할 만큼 60~70대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시에, 시원한 바다와 크고 작은 집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주말이면 사진을 찍는 10~30대들이 즐겨 찾는 산복도로. 간판 없는 카페 ‘산복도로370’은 지난가을에 문을 열었지만 이미 부산 사람들에겐 야경 좋은 카페로 입소문이 났다. 문화인류학 석사를 마치며 도시 재생 관련 논문을 쓴 김진간 대표는 머릿속 개념이나 글을 넘어 실질적인 공간을 꾸려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는 학창 시절 통학하며 늘 거닐던 산복도로에서 부산다움을 느꼈다.
보통 부산 하면 해운대나 광안리가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지만 그는 그것이 마치 부산에 대한 환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반쯤 접힌 부산이랄까. 산복도로야말로 부산을 펼쳐 보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항이 개항하면서 만들어진 원도심이자 건너편 해운대나 마린시티 같은 부산의 현재와 미래도 보인다. 바다를 바라본다는 뜻의 망양로라는 이름에 실향민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라는 ‘망향’의 의미까지 담겼다는 속설이 있으니 말이다.
그에게 공간은 도화지와도 같다. ‘오래된 미래’라는 의미를 담아 집과 거리에서 전축, 뒤주, 시계 등 오래된 물건들을 하나둘 모아 배치했다. 이 물건들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영감, 무언가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마치 시간을 반추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역사처럼. 산복도로370의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테 등 열 가지 남짓으로 단출하다. 테이블도 여느 카페와 달리 많지 않다. 그 무엇도 더하거나 복잡할 것 없다. 이미 부산의 시간을 품고 있으니까.
부산 사람들이 추천하는 위스키 바
모티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돼요. 살면서 꼭 한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니까. 대신 꼭 전화로 예약하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작은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산복도로 위 번듯한 간판 대신 단단하고도 빨간 철문이 맞이하는 ‘모티’는 인터폰을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다. 조태진 마스터는 모티가 사람들이 호기심에 쉽사리 들어오는 곳이 아닌 술꾼들을 위한 아지트길 바랐기 때문이다. 내부는 여섯 개의 바 좌석과 두 개의 작은 테이블이 전부지만 900종가량의 술이 바를 가득 메우고 있다.
IBM에서 소프트웨어 컨설팅을 하던 조태진 마스터는 잦은 해외 출장 동안 바에서 술을 즐기게 되었고 위스키와 코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2015년 부산 출장 중 우연히 산복도로를 지나게 된 그는 부산이 한눈에 담기는 이곳에 매료돼 모티를 열게 됐다. 그가 이렇게 위스키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얼까. “위스키야말로 혼술에 최적화된 술이죠. 여러 종류의 술을 조금씩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 취미, 취향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이에요.” 그는 위스키를 즐기는 일이 끝없는 이상형 월드컵과 같다고 말한다.
기획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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