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유튜브스타 '펭수', 담당 PD가 들려주는 탄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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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명의 ‘입덕’ 열풍을 불러온 거대한 펭귄 한 마리가 있다. 바로 EBS 연습생 ‘펭수’. 연습생이라는 신분을 활용해 <마이 리틀 텔레비전>, <아는 형님> 등 방송가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더니, 유명 연예인들이나 가능한 팬 사인회까지 열었다. 펭수의 일상을 다루는 ‘자이언트 펭TV’는 단기간에 구독자 수 74만 명을 돌파했다. 대기업에 다니다 2011년 EBS에 입사한 이슬예나 PD는 여러 어린이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등을 거친 베테랑 PD다. 그녀는 펭TV로 EBS 콘텐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펭수의 스케줄이 뉴스로 나오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나?

 

요즘은 내가 PD인지 매니저인지 진짜 헷갈릴 정도다. 하하. 실제로 하루 종일 펭수 섭외 전화를 받고 있다. 최근 타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컬래버레이션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펭수의 가장 중요한 본업은 ‘자이언트 펭TV(이하 펭TV)’의 본편 콘텐츠로 팬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 섭외 일정은 가급적 줄이려고 한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본편을 촬영하고 불가피한 외부 섭외 건이 있을 경우 하루 정도 더 촬영하고 있다.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펭수의 정체를 궁금해하면 오히려 팬들이 나서서 방어한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펭수의 정체에 대해 살짝 공개한다면?

 

많은 팬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펭수는 펭수’다. 남극에서 왔고 나이는 10살, 키는 2m 10cm다. 보통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스토리나 짜여진 상황이 있는데, 펭TV의 가장 큰 특징은 리얼리티라는 점이다. 설정만 던져주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엮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펭수만의 세계관이 존재하는 셈이다. 영상에 보이는 모습이 펭수 그 자체다. 팬덤도 이런 세계관을 이해하는 분들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지켜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싶다.

 

지금의 인기를 예상했나?

 

펭TV에 처음 영상이 올라온 때가 올해 4월이다. 펭수가 일산의 한 초등학교를 전학생으로 가는 에피소드였다. 첫 촬영이었는데 속으로 생각했던 장면이나 상황이 그날 다 나왔다. 촬영하면서 그렇게 많이 웃었던 건 처음이다. 그래서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편집 시사를 하기 전까지 긴장을 했다. 아무래도 기존 EBS 프로그램과 다른 결이라 조금 불편하게 보는 시선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들 보자마자 색다르고 재미있다고 좋아하시더라.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펭TV와 펭수의 인기 비결은 뭘까?

 

공감대 형성인 것 같다. 앞뒤 없이 들이댈 때는 통쾌하면서, 어딘가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당돌하고, 갑을 개념이 없고, 까칠한데 막상 팬들한테는 따뜻하다.

 

역시 지금의 펭TV가 있기까지 기폭제 역할을 한 에피소드로는 ‘EBS 아이돌 육상대회(이육대)’ 편을 빼놓을 수 없다.

 

콘텐츠를 본 사람은 다들 재미있다고 했지만 구독자 수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여름쯤 교보문고에서 팬 사인회를 하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걸 보면서 코어 팬덤은 확인했다. 그러다 한두 달 지나서 ‘이육대’가 터졌다. 펭수가 연습생 신분이니까 자연스럽게 아이돌과 관련된 콘텐츠를 떠올렸고, 아이돌 육상대회를 패러디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EBS에 펭수의 선배들도 다 있는 데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고, 2030대는 직장 생활의 구도로 한 번 틀어서 보는 재미가 있겠다 싶었다. 사실 그 에피소드만 단발성으로 화제가 되고 끝날 수도 있었는데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짤’로 콘텐츠가 계속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펭수와 펭TV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펭수가 커뮤니티에서 인기 글 1위를 차지한 걸 보고 솔직히 감격했다. 하하. ‘이육대’는 다른 편과 달리 두 배는 더 고생했던 터라 더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펭TV 덕분에 EBS에 대한 이미지까지도 친숙해졌다. 하도 ‘김명중!’ 하고 외치는 통에 EBS 사장의 이름을 전 국민이 알게 됐다. 아마 EBS 개국 이래 처음 아닐까?

 

10살 펭수는 돈 개념이 없고, ‘돈 없으면 사장한테 달라고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하. 선배들이 펭TV를 잘 봤다고 칭찬해주고, 펭수뿐만 아니라 다른 EBS 캐릭터에도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 특히 더 뿌듯했던 것 같다. 물론 사장님도 격려해주셨다. 펭수와 아직 참치 회식은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자리를 만들고 싶다.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유념하는 부분이 있다면?

 

계획에 없이 펭수가 어느 정도 아이돌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조심스럽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협의하지 않은 이슈가 매체를 타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펭수의 언행이 엉뚱하게 해석되거나 자칫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외부와의 협업을 줄이려는 것도 이런 점들 때문이다.

또 하나는 펭수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펭수가 촬영 중간에 잠깐 쉬는 모습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촬영하면서 무척 조심하고 아무리 양해를 구해도 100% 막기는 힘들다. 이건 펭수의 세계관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조심하고 있다. 오히려 팬들은 그런 게시물들이 올라오면 제보를 해줄 정도로 펭수를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연출자로서 유튜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유튜브는 그 영상을 몇 명이 봤는지 조회 수가 그대로 공개되고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린다. TV의 시청률이나 시청자 게시판보다 훨씬 더 살벌하다. 콘텐츠의 완성도나 재미를 적나라하게 평가받는 것이다. 그게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기부여가 된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쾌감이 훨씬 크다. 유튜브 세상에는 경쟁의 개념이 없다. 그 안에 존재하는 세분화된 니즈가 있고, 그 니즈를 충족하는 채널이 서로 시너지를 낸다. TV는 같은 시간대에 두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못 보지만 유튜브는 구독이 가능하다. 펭TV와 비슷한 채널을 좋아하는 사람이 펭TV를 구독하기 때문에 라이벌, 경쟁 같은 것이 무의미한 플랫폼이다. 우리 채널을 좋아해주는 시청자들의 성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채널의 정체성을 잘 지켜나가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펭수의 앞으로 행보 또는 목표가 있다면?

 

구독자 몇 명, 이런 건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 펭수가 다른 EBS 선배들처럼 오랫동안 모두의 친구로 남아 사랑받는 것이다. 지금의 관심이 얼마나 폭발적인지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읽은 댓글 중에 가장 뿌듯했던 건 ‘힘든 삶에 펭수가 위로가 된다’였다. 딱 그 정도로 사람들에게 펭수가 잠깐이나마 웃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획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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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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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펭수의 인기가 대단하죠.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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