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엄마에서 월 300만 원 버는 어린이 영어 요리 강사로

기사 요약글

캐나다에서 5년간 살다 온 박 윤미 씨(53세, 가명). 40대 중반에 갑작스레 캐나다로 떠나야 했을 때는 막막하기만 하고 걱정만 가득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둘째 딸이 학교에 전혀 적응을 못하고 밖으로만 돌았고, 고1이던 큰 딸도 대학입시를 치르기에는 성적이 너무 형편없었다.

기사 내용

 

 

 

딸들을 위한 캐나다행 덕에

시작한 영어 교수법 공부


 

아이들 때문에 연일 학교에 불려가고 학원가를 돌며 사교육비에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돈은 돈대로 들고, 아이들과의 관계는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윤미 씨는 남편과 논의 끝에 환경을 바꿔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캐나다 유학을 결정하고 서둘러 수속을 밟은 뒤 남편은 서울에 남고, 윤미 씨는 아이들을 따라갔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작된 캐나다에서의 기러기엄마 생활, 처음에는 아이들보다 더 힘든 적응기를 보내야 했다. 

 

윤미 씨가 정신을 차리고 어느 정도 캐나다 생활에 익숙해진 것은 1년쯤 지나서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다. 낯선 곳에 세 모녀만 있다는 사실이 서로 의지하게 해주었고 덕분에 아이들과의 소통도 훨씬 좋아졌다.

 

한숨 돌린 윤미 씨는 이왕 캐나다에 와있는 김에 영어를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10년 넘게 영어를 배웠지만 영어는 늘 콤플렉스였다. 캐나다에 와보니 영어에 대한 부족감이 더 절실해졌다.

 

윤미 씨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강좌에 등록했고, 기회만 있으면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학위보다는 회화 실력 향상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비싼 교육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듣다 보니, 여러 가지 영어 교수법도 접하게 되었다.

 

어린아이들도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교수 방법도 많이 배웠다. 오랜만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니 재미있었다. 두 아이에게도 공부하는 엄마 모습이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영어 강사 활동을 위한

전문 자격증 도전

 

 

내친김에 윤미 씨는 TESOL(테솔) 자격증까지 도전했다. TESOL은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의 약자로 국제적인 영어교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비영어권 학생들에게 영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수법을 배운다.

 

캐나다, 미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많이 설립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테솔 전문 교육기관이나 대학 부설 교육원, 어학원 등에서도 취득할 수 있다. 영어학원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TESOL자격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큰 딸에 이어 작은 딸까지 캐나다의 대학에 입학하자 윤미 씨는 귀국을 서둘렀다. 집에 와 보니 그동안 기러기아빠로 희생하고 수고해 준 남편만 덩그러니 있었다. 새삼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밀려왔다. 윤미 씨는 이젠 자식들 걱정은 그만하고 나 자신과 부부 위주로 살아가리라 결심했다.

 

윤미 씨는 결혼 전 짧게 다녔던 직장생활 외에는 온전히 살림만 해온 전업주부다. 그동안은 아이 키우고, 살림하느라 자기 일을 해본다는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이제 남편과 둘만 남은 단출한 살림이 되다 보니 시간,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겨 무엇인가 자신의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캐나다에서 취득한 자격증도 활용하고 싶었다.

 

윤미 씨는 TESOL 자격증을 들고 여기저기 영어학원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 강사 모집에 이력서를 냈다. 그러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으나 경력이 전혀 없고, 나이가 많다는 점이 핸디캡이 되었지 않나 짐작할 뿐이었다. 윤미 씨는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고, 도무지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직장생활 경험 없는 나이 든 아줌마에게 취업은 절대 불가능한 것인가. 좌절감과 열등감만 쌓여갔다.

 

 

 

 

영어요리교실로 차별화 전략

 

 

윤미 씨는 지인 권유로 코칭을 받기로 했다. 코칭 대화를 통해 윤미 씨는 ‘지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현재 상황은 객관적으로 어떠한지’ 질문에 하나씩 답을 해가며 길을 찾아나갔다.

 

자신의 강점인 영어를 활용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윤미 씨보다 더 젊고 능력 있는 영어 강사들이 이미 충분히 많다. 결국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

 

아이들이 요리도 하면서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영어 요리교실은 어떨까?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 수업과 함께 영어를 배우면 아이들이 즐겁고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리라면 수십 년 해온 터라 자신 있었다.

 

방향이 정해지자 우선 교육 자료부터 만들었다. 대상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로 정했다. 아이들의 영어 시작이 자연스럽고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정하고 요리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영어 단어와 문장들을 선택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완성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인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을 소개받았지만 나중에는 모르는 유치원도 무조건 방문했다. 유치원 구인구직 공고 사이트를 검색해서 일일이 수십 곳의 유치원에 전화를 걸고 방문 약속을 받아냈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었다. 열심히 발품을 팔았을 뿐이다.

 

 

 

 

드디어 첫 수업을 맡게 되었을 때의 그 기쁨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크나큰 성취감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유치원의 정규 수업이 아니라 방과 후 수업이었지만 윤미 씨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내용은 식재료 영어 이름 알기, 영어 퀴즈, 조리과정 영어로 따라 하기 등으로 이루어져 요리와 영어에 대한 흥미를 동시에 일으킨다. 요리도 하고, 영어로 이야기도 나누고, 신나는 챈트도 부른다. 아이들은 예상대로 너무 재미있어 했다. 주먹밥, 샌드위치, 샐러드, 꼬치, 카나페 등 간단한 요리지만 수업이 끝나면 함께 나눠 먹고 집에도 조금씩 가져갈 수 있게 포장도 해주었다.

 

윤미 씨는 이윤을 따지지 않고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무엇보다 신뢰를 얻고 경력을 쌓는 게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수업을 신청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 두 번, 세 번으로 늘어났다. 원장의 소개로 다른 유치원에도 출강하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 수업이 늘어나 요즘에는 주 5일 내내 수업이 있다. 한 타임 40분 수업으로 진행하는데 하루에 두 타임을 연속적으로 하는 유치원도 있고, 주말 특강도 종종 있다.

 

문화센터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이벤트 영어 요리교실도 진행한다. 월수입은 대략 300만 원을 조금 웃돈다. 이제 수업이 많아지면서 재료를 대량 구매하게 되어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기획 임소연 김경화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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