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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찾아다니던 마케팅 전문가, 요괴라면으로 대박 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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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등 눈길을 끄는 컬러와 요괴 캐릭터가 그려진 위트 있는 패키지. 봉골레 맛, 크림 맛, 국물 떡복이 맛처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라면으로 화제를 모은 푸드 브랜드 '요괴라면'.   옥토끼프로젝트가 만든 히트상품이다. 옥토끼프로젝트는 10년 넘게 맛집탐방과 스터디를 즐기던 멤버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여인호 대표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마케팅 전문가다. 그에게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오던 취미가 있다. 바로 먹는 것. 10년 넘도록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며 켜켜이 쌓인 그의 기록이 옥토끼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옥토끼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희는 먹는 것과 식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함께 만든 스타트업 회사입니다. 구성원은 인테리어 전문가, 패션 디자이너, 외식업체 대표 등 하는 일이 다양하죠.

친구의 친구, 동네 친구에서 시작해 10년이 넘도록 같이 맛집 탐방을 하러 다녔는데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자의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이 생각이 이 산업에서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 지 실험하고 싶어 도전했죠. 요괴라면은 그 첫 번째 실험의 결과물입니다.

 

왜 라면을 선택했나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라 더 좋았습니다. 나이, 성별, 지역 상관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니까요. 제가 신혼여행 대신 도쿄로 라멘투어를 갈 정도로 라멘을 좋아하고, 2010년에는 친구들과 라멘 모자를 맞춰 쓰고, 홋카이도로 라멘투어를 다녔을 정도입니다.

먹어볼 만큼 먹어본 사람이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이름의 라면을 출시한 것이죠. 우리는 단순히 라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매개로 광고를 합니다. 

 

 

회사란 광고보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겁니다. 쉽게 말해 ‘오뚜기’의 제품을 광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라면까지 만들어 버리는 것이죠. 마케팅 전략과 상품 기획, 실행, SNS 유통까지 모두 합니다. 

그렇게 생산된 제품은 옥토끼 프로젝트의 제품으로 꾸며진 ‘고잉메리’라는 공간에서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죠. 요괴라면이라는 예시를 보여주면서 라면, 껌, 사탕 회사에게 우리에게 맡겨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고잉메리는 소비자에겐 경험을 제공하고, 업체에겐 예시를 보여주는 오프라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경험과 쓰임이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이 고잉메리입니다. 

 

고잉메리가 종로점에 이어 인사동점까지 오픈했습니다. SNS에서 꽤 핫한 식당으로 통하던데요?

 

고객에게는 식당, 우리에게는 우리의 실험을 적용하는 공간, 업체들에겐 팝업스토어입니다. 각기 다른 위치와 입장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상호작용을 하죠. 일단 고객에게 굉장히 적은 돈을 받습니다. 인사동 한 복판에서 매일 아침 공수한 질 좋은 원두로 맛을 낸 아메리카노 한 잔을 1900원에 파는 식입니다.

 

인건비, 임대료 등을 생각하면 나올 수 없는 금액 아닌가요?

 

말씀 드렸듯 소비자에게 이 곳은 경험을 위한 공간입니다. 경험하러 온 고객을 쥐어짤 순 없죠. 고객의 부담은 줄이고, 부족한 부분은 컨설팅, 광고, 디자인용역, 기획을 하면서 채웁니다. 임대료는 못 벌어도 인건비는 벌자는 생각이죠. 

 

 

맛집 블로거에서 푸드 브랜드를 갖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제 취미는 ‘먹는 것’입니다. 지금은 여러 매체에서 ‘먹방’을 다루지만 30년 전에는 먹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 없었어요.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친구들과 정말 멀리 오로지 먹기 위해 다녔습니다. 당시엔 그런 사람이 없어서 주변에서 이상한 취미를 가졌다고 놀리기도 했을만큼 먹방 덕후였죠. 그러면서 블로그에 제 일상을 기록하게 됐죠.

 

먹는 것을 기록한 것이 나만의 브랜드로 이어지게 했네요.

 

10년이란 세월이 쌓이다 보니 많은 공부가 됐어요.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부터 카테고리, 시간대별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죠.

그냥 먹을 때와 텍스트화하기 위해 먹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 식재료의 이름이 뭔지 궁금해졌고, 어디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인지 등을 찾아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식문화 지식이 쌓였고 덕분에 옥토끼 프로젝트의 접근도 어렵지 않았죠.

그러면서  점점 더 기록에 집착하게 됐습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분명 잊어버렸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 기록했나요?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나에게도 관종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는 요즘, 누군가의 구매가 또 다른 누군가의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거든요. 내 주 목적은 음식을 즐기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내 기록을 공유해서 내 영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제 먹은 국밥을 오늘 또 먹을 순 있지만 어제 국밥 사진을 올리고, 오늘 또 국밥 사진을 올릴 순 없어서 술 마신 다음 날에 스파게티를 먹은 적도 있습니다. 자랑이 목적은 아니지만 솔직히 어느 정도 의식은 하게 돼요.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요. 

 

 

고잉메리가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데, 이곳은 어떤 콘셉트로 설계했나요?

 

식당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고, 편의점도 아닌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했죠. 목적 없이 구매해도 스스로 사치라고 느끼지 않는, 심적 여유가 생기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그냥 와서 1900원짜리 커피 마시고, 토핑이 잔뜩 올라간 3900원짜리 라면을 먹고 놀다 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사진을 찍어서 SNS에 공유를 하면 더 좋고요. 우리 삶이 워낙 빡빡하잖아요. 여기오면 내려놓고, 스몰 럭셔리를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기획 류창희 사진 박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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