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
이 문구가 적힌 곳은 신림동에 위치한 작은 포장마차 식당. 한 네티즌이 이 문구를 사진 찍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시작되었다. 이 문구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에 대해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 행위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만큼 노시니어존도 차별 행위에 해당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노시니어존이 정당하다는 여론도 있다. 식당을 종종 방문했던 한 단골에 따르면 이 포장마차는 여성이 홀로 운영하는 식당이었고, 말 거는 중장년층 손님들이 많아 혼자 대응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중장년층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입장 금지 사유가 된다며 노시니어존에 적극 찬성했다.
그 밖에 사람들은 어떤 이유들로 노시니어존에 대해 찬성하고 반대할까? 각종 SNS나 여러 뉴스 매체 기사 댓글을 토대로 대중들이 노시니어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 생각들을 모아봤다.
노시니어존, 찬성합니다
“공공기관도 아닌데 입장 금지 사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마음이죠. 식당마다 운영 원칙이 있는데,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YouTube_singsa****)
“소비자가 원하는 매장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판매자도 원하는 소비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재화만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는 매장일수록 더욱 필요하죠. 다른 소비자는 쾌적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왔는데, 진상 손님 때문에 판매자가 다른 소비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 못 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한 행동인데, 이를 막는 것은 판매자의 원하는 서비스를 판매할 권리를 침해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Naver_jk15****)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이끄는 방법이 아닐까요? 노키즈존이 많아지면 반대로 아이들을 데려가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그런 수요를 공략하는 매장이 늘어나잖아요. 마찬가지로 노시니어존이 많이 생기면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는 매장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Twitter_mot7****)
노시니어존, 반대합니다
“핵심은 연령이 아니라 제한에 있어요. 누군가를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정 조건을 가졌다는 이유로 서로를 구분하고 배제하다 보면 이것이 어느 순간 당연해져서 제한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말 거예요.”
(YouTube_days****)
“노OO존은 결국 나이를 차별의 기준으로 삼은 거라고 봐요. 백인식당, 흑인식당으로 나누는 인종차별과 다를 게 없어요. 어려도 어른보다 더 성숙할 수 있고,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가 아닐 수 있잖아요. 사업자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소비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거예요. 특정 집단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지는 게 정말 이상적인 사회일까요?”
(Daum_bonk****)
“개인 사업자 입장에서는 특정 집단 몇 명이 얼마나 문제였으면 사업의 본질인 이익까지 포기하나 싶고, 출입을 거부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런 잘못도 안 했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어요. 결국 말썽을 일으킨 몇몇 사람들 때문에 이런 사달이 났잖아요. 나이를 기준 삼아 선 긋기 전에 개인의 행동을 반성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도록 하는 노력이 먼저인 것 같아요.”
(Naver_ms895****)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현재 노시니어존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키즈존 때와는 다르게 노시니어존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예스시니어존의 활동까진 아직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을 전문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헌식 문화평론가의 생각을 들어봤다.
“특정 대상을 배제하는 단어인 노OO존은 그 대상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그런 측면에서 특정 대상의 출입을 금지한 행동은 공동체적 가치를 져버리는 과잉된 조치라고 판단됩니다.
물론 공동체적 가치를 지키는 행동은 식당 주인뿐 아니라 주인에게 피해를 끼친 손님에게도 필요합니다. 판매자, 소비자 모두 서로에 대한 에티켓은 당연지사죠.
그런데 서로 갈등이 일어났다고 해서 노OO존처럼 특정 대상을 바로 배제한다면 갈등을 해결하는 중간 과정을 생략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겐 ‘에티켓 근육’이 필요해요.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곧 에티켓 근육을 만드는 과정이지요.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우리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한 좋은 사례들을 찾고 본받는 모습이 필요해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노시니어존, 노키즈존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밖에 다양한 이유로 출입을 제한받고 있는 부류들이 있다.
노중학생존
중고등학생이 시험 기간에 자주 찾는 스터디카페 중에는 중학교 3학년 미만 손님을 받지 않는 노중학생존인 곳들이 있다.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곳이지만 주의가 산만하고 소곤거리는 일이 많아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 행동에 제재를 가해도 말을 듣지 않아 불가피하게 제한을 둔 것.
노래퍼존
홍대 카페나 길거리에서 종종 발견되는 노래퍼존은 래퍼들의 출입이나 활동을 금지하는 구역이다. 자칭 힙합러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젊음의 거리에서는 인근 주민을 배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버스킹 때문에 주민들이 소음난을 겪고 있다는 민원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노래퍼존 카페에서는 음악을 너무 크게 듣거나, 지나친 욕설 등으로 주위 손님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지적이 일면서 생겨났다.
노커플존
이곳에선 커플들의 출입을 금한다. 여러 차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커플들이 카페 내에서 심각한 애정행각을 했기 때문. 어린 아이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매장에 방문하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애정 행위로 많은 손님들이 민망해하여 적잖은 피해를 본 사장님들이 늘고 있다.
노퍼퓸존
일명 노향수존. 향수를 뿌리면 출입을 할 수 없는 곳이다. 보통 노퍼퓸존은 음식점인 경우가 많다. 음식을 먹는 장소에서 지나친 향수 냄새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제한을 둔 것.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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