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북한산 등산하고 봉사도 하실래요?

기사 요약글

매주 토요일 북한산국립공원 산성분소에는 자원봉사단체, 토요동행이 모인다.

기사 내용

 

 

토요일 오전 9시, 북한산국립공원 북한산성분소 입구. 전날 내린 비로 말갛게 씻긴 북한산의 얼굴은 투명하게 빛난다. 화려한 단풍옷까지 입었으니 그 황홀한 아름다움을 취하려는 탐방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바삐 재촉하고 있다.

산성분소 사무실 앞에서는 15명 남짓한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체조를 하고 있다. 옆구리, 팔, 어깨, 허벅지, 종아리 등 순차적으로 늘리는 스트레칭이 절도 있다. 등산 전 준비운동인가?

그러나 탐방객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등산복 차림은 맞지만 그들 주변에는 쓰레기봉투, 갈퀴, 괭이, 빗자루 등이 놓여있다. 

 

 

“배수로 정비활동에 앞서 체조로 먼저 몸을 풀고 있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 자원봉사단체 ‘토요동행’ 황상선 단장의 설명이다. 5분여쯤 지났을까. 제각각 장비(?)로 무장한 단원들이 북한산성분소 입구로 향했다. 2019년 11월 16일, 245회째 맞는 토요동행의 정기 봉사활동을 위해서다.

오늘은 주로 배수로에 쌓인 낙엽과 이물질을 걷어내는 작업을 한다. 경사지에 있는 낙엽들은 마대에 담아 낮은 지대로 옮기고 탐방로의 낙엽들은 빗질로 쓸어냈다. 

“몇몇 단원들은 새벽 6시에 나와 벌써 백운대, 대남문, 의상봉까지 산행을 마치고 왔어요.” 

산행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봉사로 서로 어울리고 소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답다.

  

 

토요일마다 모이는 북한산국립공원 지킴이

 

토요동행은 2015년 8월 시작됐다. 

“북한산만 25년 넘게 올랐어요. 처음에는 북한산을 걷고 오르면서 그 풍경에 취하고 건강을 챙겼어요. 자주 오르다 보니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황 단장은 자연스럽게 쓰레기봉투를 챙겼고 북한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직접 북한산의 자연과 생태계를 지키고 싶어졌다. 쓰레기를 줍다 보니 하나둘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토요동행의 시작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산성분소를 기점으로 북한산 환경정화활동을 펼친다. 일부 단원들은 평일에도 수시로 북한산을 찾아 자원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북한산은 매년 600만 명 가까운 탐방객들이 찾습니다. 게다가 산 자체가 워낙 넓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만으로는 관리에 어려움이 있죠.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큰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북한산시민보호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100회 활동을 맞던 2017년 6월, 이름을 ‘토요동행’으로 바꿨다. 토요일에 모인다고 해서 토요동행이다. 35명의 단원들은 직업도 다양하고 연령대도 다르다. 1947년생 대학교수부터 1971년생 직장인까지 있다.

단체의 주요 활동 내용은 훼손지 복원, 토종 야생화 심기,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둘레길 배수로 정비 및 환경정화, 나무 데크에 오일스테인 칠, 공원 내 시설 점검 등 다양하다. 계절별로 안전산행을 위한 각종 캠페인도 펼친다.

큰 행사가 열릴 때면 주차장 교통 정리에도 나선다. 북한산을 지키고 아끼겠다는 애정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활동들이다. 단원들이 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활동이 있다. 둘레길에 조성된 벌개미취 동산이다. 

“지난해 3월부터 13주 동안 단원들이 공들여 조성했습니다. 우리 단원들이 돌들을 모두 골라내고 땅을 다지면서 벌개미취 동산으로 만들었습니다. 벌개미취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 야생화입니다. 꽃이 참 소담스러운데 서리가 내릴 때까지 핍니다. 벌개미취가 있는 곳에는 단풍잎돼지풀, 미국자리공, 서양등골나물 등 외래종 잡초들이 뿌리 내리지 못해요.”  

 

 

자발성을 원칙으로 소통과 연대

 

‘우리가 찾아서, 우리가 알아서, 우리가 가꾸는’

토요동행의 슬로건이다. 토요동행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단원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한다는 점. 즉 일방적으로 봉사활동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단원들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둔다.

또한 자원봉사활동가 교육, 외부 명사 특강, 타지역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원봉사활동의 가치를 스스로 재조명하고 단원들 스스로 시간과 재능을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한다.

토요동행은 누구나 조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단, 정식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인턴십이 필요하다. 6개월 또는 10회 이상 토요 봉사활동에 참여했을 때에만 정식 단원으로 받아들인다. 회비는 1년에 3만6,000원이다. 최소한의 회비를 두어 단원들이 소속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송근철 부단장은 “회비를 식비 등 경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외부 봉사가 있을 경우 물품이나 입장료 구매용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300만원 이상 적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입니다”라고 말했다. 황 단장은 토요동행이 배려와 신뢰로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수, 명예, 인정, 혜택, 자랑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자원봉사도 시간이 남아서 할 일이 없어서 시간 때우려고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산을 지킨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봉사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 자원봉사를 통한 자기 행복감, 산을 오르내리며 다져지는 건강 등이 덤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단원들간의 소통과 연대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신청 및 문의

페이스북 ‘황상선’

www.facebook.com/sangsun.hwang.79

 

 

김남희 사진 박충열(스튜디오 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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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
산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모인 봉사활동이라니 그 의미가 더 뜻깊네요.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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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동자
자발성을 원칙으로 이런 훌륭한 정신을 가진 북한산 지킴이 모임이 있다는것도 전성기 기사 보고 알았어요.의미 있는 일 하시는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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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ila
훌륭하십니다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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