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습진의 진짜 문제는 손의 통증이 아니라 마음의 통증이라는데.
피부가 건조해지는 이맘 때면 유독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바로 손 습진 환자들. 손에 물마를 날 없는 주부들이 자주 걸린다고 해서 불리는 주부 습진, 일명 손 습진은 초기에는 가려움 같은 가벼운 증상이 대부분이지만 방치하면 사람에 따라 진물이 나고 물건을 집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해외의 한 조사에서는 손 습진 환자의 23%가 직장을 잃었고 19.9%의 환자들은 장기 병가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돼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주부 습진 환자들이 겪는 우울증이다.
대한피부과학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습진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난 것. 실제로 배우 홍석천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맨손으로 설거지를 많이 하다 보니 주부 습진에 걸렸는데 손을 감추다가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검색창에 주부 습진을 검색하면 나오는 대다수의 글 또한 ‘주부 습진에 걸렸는데 우울하다’는 내용이다. 대체 주부 습진과 우울증 무슨 관계일까?
자존감 도둑이라 더 무섭다
“주부 습진으로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가려워 병원에 다녀왔어요. 의사는 최대한 손에 물 닿지 않게 하라고 하는데 집에 오니 또 해야만 하는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어 한숨만 나오네요. 남편이 알아서 도와주면 좋으련만 말을 해야만 도와주니 우울하고 서러워요.”
“주부 습진이 심해지면서 마트에 가기가 꺼려져요. 계산대에서 카드 낼 때나 거스름돈 받을 때 점원들이 제 손보고 놀라는 걸 본 후로 마트에 못 가겠더라고요.”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을 하는데 습진이 심해지면서 스마트폰 터치도 잘 안 먹히더군요.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증상이 심해지면서 실수도 잦아지고, 무능력한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맞벌이하는 딸 대신 손주 육아를 대신하면서 손 습진이 심해졌어요. 손주 얼굴 만지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딸이 제 손을 보더니 큰 병에 걸린 것처럼 피하는 눈치더군요. 전염병도 아닌데….”
주부 습진을 겪고 있는 이들이 온라인 카페에 올린 글을 보면 질환으로 겪는 고통에 비해 가족들의 무관심이 크고, 또 타인의 불편한 시선으로 심리적 부담이 더해지면서 우울 증세가 가중되는 걸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손이 가진 이미지와 사회적 기능에 주목한다. 손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면 우선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질환이 악화되면서 손이 거칠어지고 딱딱해지면 다른 이와 접촉을 꺼리게 돼 대인 기피와 우울감을 겪는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손 습진을 ‘자존감 도둑’이라 부르는 이유다.
깔끔은 손 습진의 적
우울 증상은 질환이 좋아지면 함께 낫기 때문에 손 습진이 만성으로 가기 전 초기 치료와 가족의 관심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길이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원장은 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손 습진으로 내원한 이들에게 “타고난 손은 공주인데 사는 게 무수리라 걸린 것”이라고 위로한다며 가족의 관심과 함께 손을 아끼는 법을 잘 알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깔끔 떨면 습진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사람이 하루 평균 7~8회 화장실을 가는 데 그때마다 손을 씻지 않아도 돼요. 우리 손은 생각보다 더럽지 않거든요. 아침, 점심, 저녁 3회 정도 손을 씻어도 충분합니다. 또 그릇이 나오는 족족 설거지 하는 깔끔함도 버리세요. 모아서 하루에 한 번만 하는 등 손을 최대한 게으르게 사용하는 게 낫는 지름길입니다.”
손을 아끼는 방법 4가지
1 장갑의 생활화
건조한 겨울에는 손을 사용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 모두 면장갑을 끼고 있는 것이 손 습진 완화에 도움이 된다.
2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자
물이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것도 피부에 좋지 않다. 37~38℃ 미지근한 물에 손을 씻자.
3 핸드크림 바를 때 5분 손 마사지
손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좋다. 핸드크림을 바르면서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자. 손이 따뜻하면 핸드크림의 흡수력을 높아지니 크림을 바르기 전 손을 비벼 따뜻하게 하거나 크림을 따뜻한 방바닥에 잠시 보관 후에 사용하자.
4 많이 건조할 땐 면장갑보다 비닐장갑
습진이 심하거나 유독 건조할 때는 유분기가 많은 핸드크림을 바른 후 비닐장갑을 끼고 있으면 훨씬 증상이 좋아진다.
기획 서희라 사진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