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어른의 차이는 이것! 당신은 꼰대인가요? 어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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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사와 상관없이 꼰대 혹은 꼴통으로 분류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청년 세대와 소통하고 공감하려고 나름 노력한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핫’하다는 브런치 식당도 방문하고, 급식 먹는 학생들이 만들어 쓴다는 급식체(멍멍이를 눈에 보이는 대로 ‘댕댕이’라고 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줄여 ‘마상’이라고 하는 등의 단어들)도 익히고 있다.

 

재기 발랄하고 신선한 감각의 신조어에 감탄하면서도 ‘틀딱충’과 ‘노슬아치’란 말을 듣고는 충격이 컸다. ‘틀니를 딱딱거리며 참견하는 벌레 같은 영감들’ ‘노인이 무슨 벼슬아치라도 된 것처럼 군다’는 의미란다. 어른이라고 무조건 존경해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토록 혐오의 대상으로 경멸받을지 몰랐다. 

 

 

꼰대의 유산은 흐른다

 

얼마 전 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2030 젊은 여성들이 이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이유가 뭔지를 물었다. 딸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지금 정부가 우리 젊은 여성들의 인권이나 생활상에 좋은 혜택을 주기 때문이지. 미투(Me Too) 사건도 이번 정부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을 거고 직장 내 갑질 금지법도 등장하지 못했을 거야. 기성세대의 둔감함이나 부도덕 때문에 몰라서 혹은 눈감아주어서 관습법으로 여겨졌던 사회 부조리나 악습을 젊은 세대의 예민함으로 정화하고 있잖아.”

나는 슬쩍 올라오는 화를 누르고 딸에게 설명했다.

“네가 어렸을 때 엄마는 여성 인권 관련 부처 출입기자였어. 1990년대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을 비롯해, 가족법 개정, 남녀차별 고용법 폐지, 각종 모성과 복지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취재하고 기사로 써서 널리 알렸지. 여성 편향적이란 비난도 감수하며 부지런히 썼지. 내가 직접 법을 만들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그걸 독자들이나 국민들에게 알려 너를 비롯한 후배 여성들이 덜 억울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어. 그런데 왜 밀레니얼이나 Z세대는 어른들이 우리나라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고 여전히 탐욕을 부리고 부도덕하게 산다고만 여길까. 꼰대들이 땀 흘려 심은 나무의 열매를 따 먹는 것은 너희들인데 말이야.”

하지만 솔직히 과거에 나도 그랬다. 결혼한다고 내미는 청첩장이 사표와 같은 의미였고, 육아휴직 제도도 없어 몸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직장에 나와 동료나 가족의 눈치를 봐야 했던 과거에, 마녀 소리를 들으며 꿋꿋하게 버티고 권리를 주장한 선배들이 눈물과 땀으로 이끈 차에 무임승차해 선배들에 비해 덜 억울한 직장 생활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1000만 명 가까운 관객이 관람한 <알라딘> 등 디즈니 영화나 마블 영웅 캐릭터 등 신세대가 선호하는 영화 역시 요즘 등장한 것이 아니다. 1900년대 중반에 나온 만화들이 원작이다.

극장에서 떼창을 할 정도로 열광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 그룹 퀸의 멤버들은 이른바 꼴통 영감들이다. 신상품보다 훨씬 고가에 팔리는 빈티지 패션 역시 그들이 감각 없다고 여기는 꼰대들이 착용했던 것들이다.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꼰대의 유산은 수두룩하다. 

진짜 어른스러울 때 어른이 된다

 

젊은 세대의 무심함과 무시가 괘씸하지만 반성도 한다. 왜 지금도 사랑받는 문화나 상품을 만든 주인공인데 꼰대나 꼴통으로 구박을 받는 걸까. 그게 철없는 젊은이들 탓일까. 우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도쿄에 정말 부러운 곳이 있다. 츠타야 서점이다. 서점의 주인공은 프리미엄 에이지(premium age)라고 불리는 품격 있는 취향의 어르신들이다. 젊은 시절부터 책이나 음악, 영화, 패션 등 자신의 취미와 기호를 알고,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깊어지고 농후해진 모습의 어른을 서점에서 볼 수 있다.

70, 80대가 되어도 책을 사고 음반을 골라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며 곁에서 흘깃흘깃 어른들이 고른 책이나 옷을 눈여겨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갔을 때 감동적이었던 것은 피렌체대성당 같은 유적지가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꼰대들의 패션 감각이었다. 회색 정장에 무심하게 핑크빛 스카프를 두른 영감님, 털 하나하나에 연륜과 추억이 묻어나는 모피 코트를 입은 할머니들이 밀라노를 반짝이게 만들었다.

한 사진작가는 배우나 모델이 아닌 길거리의 멋쟁이 노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내며 제목을 ‘Advanced Class’, 즉 ‘상급반, 고품격 패션’으로 붙였다.

 

 

올해 85세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근후 박사는 각 세대와 소통하려면 경험을 말하려 하지 말고 경청을 하라고 권했다.

“우리 때는 말야” “이런저런 것이 다 내가 한 건데” 등 생색을 내기보다 “이 상품의 어떤 점에 끌리니?”라고 물어본 후 젊은이들이 답하면 “아, 그렇구나. 사실 우리 동료들이 만든 거야. 지금까지 사랑받으니 참 기분이 좋다”라고 살짝 미소를 지으면 된다고.

영화 <인턴>에서 인터넷쇼핑몰 회사에 취업한 70세의 인턴사원 역을 맡은 로버트 드 니로는 깔끔한 정장 차림에 가죽 슈트케이스를 든 클래식한 모습으로 처음엔 이질감을 주지만 결국 손주뻘의 사원들이 그 가방을 구입하게 만든다.

눈물을 흘리는 30대 여사장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손수건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빌려주기 위해 갖고 다니는 것”이란 말을 할 땐 섹시해 보였다.  

어쩌면 나를 비롯한 꼰대들은 과거에 집착하고 오늘에 만족하지 못해 투덜이 노친네로 우리의 업적마저 망가뜨리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생색을 내지 않고도 우리의 업적을 인정받으려면 우리의 말과 태도도 말 그대로 ‘어른’스러워져야 할 것 같다.

그래야 100세에도 전국을 다니며 강의를 하고 책도 쓰며 청년들과 소통하는 철학자 김형석 선생이나 79세에도 주인공을 맡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배우 김혜자 씨처럼 말없이 나이테를 자랑할 수 있을 테니까. 

 

 

기획 서희라 유인경(시사평론가) 일러스트 김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