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은 망했는데, 우리 카페만 살아 남은 이유

기사 요약글

어떤 사업이든 창업 후 1년을 버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카페는 더 그렇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시작한 이들의 실패와 성공의 경험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기사 내용

 

 

나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카페가 주변에 두 곳 더 있었다. 한 곳은 꽤 잘 되는 카페의 2호점이었고, 또 한 곳은 아줌마들 사이에서 ‘우리 동네 마사 스튜어트'라 불릴 만큼 솜씨 있는 여사장의 카페였다. 그런데 우리 카페만 살아남고 두 곳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아쉽게 문을 닫았다.

지금부터 털어놓는 ‘카페 성공 노하우’는 문을 닫은 카페 두 곳과 아직도 버티고 있는 필자의 동네 카페가 지난 1년간 뼈 아프게 느끼고 배운 경험담이라 하겠다.

 

 

카페 창업을 하는 분들 중에 인테리어와 같은 겉치레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핵심을 놓치는 이들이 많다. 그 핵심 중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커피맛’이다. 다른 음료나 디저트가 아무리 맛있어도 커피맛이 좋아야 손님이 든다. 그리고 커피맛의 기본은 원두의 선택이 좌우한다.

과테말라, 콜롬비아, 예가체프, 브라질, 케냐, 고소한 맛, 묵직한 맛, 쓴맛, 신맛 등 커피맛은 원두 종류와 로스팅 방법에 따라 다양하다. 맛 선택은 주인의 몫이다. 이 중에서 밀고 나갈 커피맛을 선택해 일관되게 유지해 나가야 한다.

어떤 원두를 어디서 공급받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다. 우선 카페 주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나 메뉴선생님(커피나 음료 레시피를 가르쳐주는 바리스타)을 통해 원두업체 몇 곳을 추천 받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메뉴 선생님이 추천한 브랜드의 재료를 사용해야 배운 레시피의 맛을 그대로 낼 수 있다.

추천 받은 업체를 통해 원두 샘플을 받아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핫, 아이스로 각각 만들어 시음해본다. 같은 원두라도 핫, 아이스, 라떼 등 메뉴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어떤 메뉴로 나가도 가장 무난한 맛을 내는 것이 경험상 좋다. 필자의 경우에는 지인들을 불러 함께 시음하고 의견을 반영했다.

참고로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신맛이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고소한 맛과 쓴맛이 적절히 배합된 조금 묵직한 맛을 손님들이 선호한다. 그리고 한 가지 종류의 원두보다는 여러 종류의 원두를 블랜딩해 로스팅한 것이 여러 손님들의 입맛을 무난하게 맞출 수 있다. 

원두뿐 아니라 바닐라시럽, 우유도 브랜드에 따라 향과 맛이 조금씩 다르므로 신중하게 고른다. 특히 우유는 같은 브랜드라도 가정용이냐 업소용(벌크)이냐에 따라 맛이 다른데 우유의 선택은 라떼 메뉴와 다른 음료의 맛을 좌우하므로 신중을 기해야한다. 여러 브랜드로 직접 만들어  시음 후 결정하자.

 

 

인테리어보다 커피맛이 우선이다 

 

원두 공급 업체를 선정할 때는 로스터리를 직접 방문해, 규모나 설비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실패를 피하는 길이다. 필자는 오픈 전 제대로 된 원두업체를 찾기 위해 서울에서 의정부, 심지어 경기도 포천까지 발품을 팔았다.

반면에 올봄 문을 닫은 ‘마사 스튜어트 아줌마’의 카페는 원두 공급처를 잘못 선택해 실패를 경험한 케이스다. 영업자가 가져온 샘플 원두는 그럴싸했지만, 이후 실제로 공급된 원두는 로스팅과 블랜딩이 엉망이었다.

그 카페는 고유의 커피맛을 찾지 못해 오픈 초기 황금같은 수개월을 버리고 말았다. 샌드위치 중심의 브런치가 꽤 맛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커피맛을 잡지 못해 결국 손님들을 잡지 못한 것이다.

카페 창업을 하는 이들 중에는 로스팅을 직접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필자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커피를 내리는 일도 버거운 초보 주인장들에게 로스팅은 아직 무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스팅 기계와 설치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

큰 돈 주고 거실에 들여놓은 러닝머신이 옷걸이로 변신하기 십상이듯 1000만원이 훌쩍 넘는  로스팅 기계가 인테리어 소품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두와 원두 공급업체 선정을 마쳤다면 메뉴를 점검해봐야 한다. 특히 시그니처 메뉴에 집중해야 하는데 시그니처 메뉴는 말 그대로 카페의 상징이다. 카페 이름을 떠올릴 때 동시에 생각나는 시그니처는 음료일 수도 있고 디저트일 수도 있다.

 

 

성공을 부르는 시그니처 메뉴

 

우리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피칸파이다. 고소한 커피와 어우러진 달콤하고 담백한 식감이 그리워 손님이 다른 동네로 이사한 뒤에도 찾아온다. 파이는 집사람이 직접 굽는데 7년 전 취미로 제과제빵을 배우면서 익힌 솜씨다. 집사람의 홈메이드 피칸파이는 동네에서 인기가 좋아 창업 수년 전부터 이웃들이 생일용, 선물용으로 종종 주문하곤 했었다. 

사실 카페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미 맛이 검증된 집사람의 파이 때문이었다. 확실한 메뉴 하나가 용기를 준 것이다. 다행히 손님들은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외부에서 납품 받는 디저트가 아니라 직접 굽는 우리 가게 파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카페를 오픈하기 몇개월 전 아내는 피칸파이 외에 부드러운 크림치즈파이와 달콤한 초코파이를 추가로 개발했는데, 최고 인기 파이는 피칸파이지만 크림치즈파이는 여자 손님들에게, 초코파이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하루 전 주문하는 손님들에게는 갓구운 파이를 필요한 시간에 맞춰 제공한다.

 

 

음료로는 생자몽으로 직접 청을 담궈 내놓는 수제 자몽에이드가 인기다. 일주일에 한두 번 청을 담구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파우더를 탄 얼음물에 자몽 슬라이스 한 조각을 얹어 내는 다른 카페와는 차원이 다른 맛을 낸다. 

손님들은 우리집 자몽에이드 맛의 비결을 궁금해하는데, 사실 답은 주인장의 몸고생이다. 자몽을 까 손질할 때 알맹이가 터지지 않도록 칼을 쓰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떼어낸다. 신선하고 상태가 양호한 자몽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이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는 것은 기본이다. 

신선한 식재료와 검증된 레시피를 통해 만들어지는 시그니처 메뉴는 카페의 생명이다. 카페 문을 열기 전 아직도 이런 메뉴 한두 가지가 없다면 오픈을 미루고 메뉴 개발부터 해야 한다. “이 집은 이게 맛있어”라는 메뉴가 없다면 손님의 재방문을 절대 기대할 수 없다. 

잘나가는 카페의 2호점이 그랬다. 본점의 명성만 믿고 특별한 시그니처 메뉴 없이 오픈한 2호점은 미남 총각 알바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알바 총각들도 자꾸 보면 질리는 법이지만 잘 만든 시그니처 메뉴는 아무리 마시고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카페 관리다. 우리 가게 인테리어를 해준 사장님이 오랜만에 다녀가면서 한 마디를 남기셨다.

“1년이 지났는데 매장 상태가 깔끔하네요. 알바에게 모두 맡기고 주인은 신경 안 쓰는 카페는 냄새부터 다르거든요.”

쓸고 닦고 털어내고 조이지 않으면 카페는 1년이 아니라 한 달만 지나도 엉망이 되기 쉽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예로 들어 보자. 카페의 재산 1호인 에스프레소 머신은 매일 마감 후 커피 찌꺼기를 청소해주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원두 가루를 담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포터필터와 샤워스크린, 가스켓 등과 같은 머신 부품들을 약물에 담궈 찌든 때를 빼주어야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 청소를 게을리하면 머신 추출구가 막혀 고장이 날뿐만 아니라 1g만 원두가 덜 들어가도 맛이 달라지는 커피맛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알바에게 카페를 맡기거나 주인이 꼼꼼히 관리하지 않는 카페의 커피맛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나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도 마찬가지다. 그라인더는 일주일에 한 번, 제빙기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찌꺼기가 잔뜩 낀 그라인더는 냄새가 날뿐만 아니라 언제 멈출지 장담할 수 없다. 클리닝을 안 한 제빙기에 쌓인 얼음은 손님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천근만근 힘겨운 퇴근 시간에 카페에 남아 이런 청소와 점검을 매일, 매주 해내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내일 하지’ ‘다음 주에 하지’ 미루다 보면 카페의 위생 상태는 엉망이 되고 커피맛, 음료맛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커피 머신 청소를 왜 매일 해요? 힘들지 않아요?” 내게 이렇게 물었던 사장님은 얼마 후 업계를 떠나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집 커피맛이 별로였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라인더 청소를 딱 한 주 건너뛴 적이 있다. 그 다음 주 수요일 오후 1시 그라인더는 정지했고, 기계를 분해해 청소하느라 반나절 장사를 망쳤던 아픈 기억이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를 분해해 청소하고 제빙기를 클리닝하는 일은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성실하게 또박또박 하면 되는 일이다. 원두를 정해 커피맛을 셋팅하고,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일도 알고 보면 마찬가지다.

카페는 의외로 감이나 끼보다 성실함이 중요한 사업이다. 지난 1년 동안 배운 카페 성공의 핵심은 꼼꼼하게 확인하고 매일매일 내 가게를 살피며 손님의 반응을 지켜보는 모범생의 자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TIP 정말 남는 장사 하고 있나요?

 

1 매일 지출 장부 잊지 말고 쓰기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출이다. 지출 장부를 꼼꼼히 기록하고 매월 수익을 따져야 얼마나 벌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2 매출의 큰 흐름 파악하기

카페의 매출은 월별, 계절별로 흐름을 탄다. 자신의 가게 매출 흐름을 파악해놓으면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고, 아르바이트 인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3 마케팅 효과 체크하기

포털 검색 광고, 특정 메뉴나 가격 이벤트 배너 설치 등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 기간의 매출 체크를 통해 밀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신속히 결정한다.

 

 

카페 창업 도전기 1편 바로가기 >>

카페 창업기① _ 미운 사람 있으면 카페 창업을 권하세요!

 

 

안용호(1년차 카페지기, 전직 에디터) 사진 이대원(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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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커피는 기호식품이라서 커피를 블랜딩한타는 말에 공감 합니다~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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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
글을 읽으면서 또 한번 깨달게 되네요. 무엇이든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카페이니 당연히 커피맛이구나. 그리고 그 맛을 유지하기 위해 머신 관리부터 청결까지 꼼꼼하게 신경쓰셨기에 지금까지 잘 유지된 것 아닌가 싶어요. 노원구 지나가다가 지난번 기사에 나왔던 알콩달콤 카페 보고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 항상 번창하길 응원합니다.~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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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동자
인테리어 보다는 커피맛에 집중한 쥔장의 마인드와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까치 합쳐져 지금까지 영업을 잘 하고 계신거라 생각됩니다.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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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
이런 글 참 고마운 거지요~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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