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일이 되다! 아로마오일 숍 단골 고객에서 숍 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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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운영하던 학원을 접을 때 김재영(가명, 51세) 씨는 절망적이었다. 비싼 가격에 구입했던 교구들은 처분하려고 보니 거의 쓰레기나 다름없었고, 매년 큰돈 들여 바꾼 실내 인테리어는 원상 복구 계약 조건 때문에 오히려 돈을 들여 철거해야 했다.

직원들 퇴직금과 이것저것 대금을 치루고 밀린 임대료까지 정산하고 나니 임대보증금조차 받을 게 없었던 상황. 심지어 대출금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2014년 10월, 지금부터 5년 전의 일이다. 

 

학원도 트렌드가 있어 유행을 탄다. 재영 씨가 운영하던 학원도 마찬가지였다.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창의력 개발 학원이었다. 고급스러운 시설에서 수입 유명 교구를 활용한 놀이교육으로 창의력을 키워 준다는 소문에 동시 수강생 100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 있었다.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고 수강생이 속속 늘어나면서 사업 규모는 계속 커졌다. 교사도 더 충원했고,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도 더 늘렸다. 평수를 넓혀 새 건물로 이전도 했다. 직장생활 하던 남편까지 사표를 던지고 합류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학원 경영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넓은 평수로 이전하면서 대출을 받느라 이자 부담이 커졌고, 시설비도 적잖게 들었다. 주변에 비슷한 학원들이 들어서면서 경쟁력을 키우려다 보니 운영 면에서 모든 걸 고급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실마다 공기청정기, 산소발생기 설치는 기본이고, 수업하러 온 아이들에게 주는 간식도 최고급으로 제공했다. 교구도 분기별로 교체, 보충해줘야 했다. 고용 인원이 늘어나면서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았고 임대료도 올랐다. 

 

그런데 수강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아교육의 트렌드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으로 영어유치원 붐이 불었다. 원어민이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니, 엄마들은 아이가 알아듣든 말든 우선 영어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명분으로 영어유치원을 택했다. 교육비 부담이 커지자 보내던 학원을 정리하면서 재영 씨가 운영하는 학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고정비용은 그대로인데 수강생은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영 씨는 견딜 재간이 없었다. 남편까지 합류한 탓에 가정 경제는 더 어려워져 갔다. 결국 더 이상의 적자를 감당 못하고 폐업을 결정하던 날, 재영 씨는 상실감과 패배감에 울었다.

지난 10년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이다. 재영 씨는 사업 실패에 대한 자책과 남편의 퇴사를 만류하지 못한 후회가 컸다. 이러저러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재영 씨에게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자존감 회복이었다.

코칭 대화를 통해 최선을 다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업 실패가 자신 탓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코칭 후 재영 씨는 한결 홀가분하고 자신감을 되찾은 상태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나설 수 있었다. 

 

 

아로마오일 숍 단골 고객에서 숍 주인으로

 

그녀는 학원을 운영할 때 잦은 두통과 어깨 뭉침으로 고생하며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스트레스와 격무 탓이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같은 건물 안에 있던 아로마오일 숍에 가서 아로마테라피를 받곤 했다.

피곤할 때 아로마오일을 바르거나 잠자기 전 입욕제로 사용하면 피로가 풀리고 마음도 편안해졌기 때문. 숍에 오래 다니다 보니 주인과 친구가 되었고, 재영 씨가 폐업할 때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뜻밖의 제안을 했다. 아로마 오일 숍을 운영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것. 재영 씨가 결심만 하면 개설에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아로마오일을 좋아하고 오일에 대해 많이 알지만 그렇다고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게다가 점포를 얻고, 시설을 꾸미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들 터라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을 거듭하다 내린 결론은 “그래 한번 해보자!”였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는 거리가 있지만, 결국 서비스업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로마오일의 효과는 너무 잘 알고 있고 경험도 충분하므로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숍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하고, 대부분 단골이라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늘 사용하고 좋아하는 것 아닌가. 따져볼수록 해볼 만했다.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꽃이나 나무 등 식물에서 유래하는 에센셜 오일을 사용해서 심신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아로마테라피라고 한다. 또한 생활에 자연의 향기를 도입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심신을 휴식시키는 일도 포함한다. 

아로마테라피스트는 주로 상담을 통해서 고객에게 적합한 오일을 권하고, 제품의 효능을 설명하며, 고객이 선택한 제품이 피부에 맞는지 테스트를 통해 판매하는 일을 한다. 우리말로 ‘향기치료사’라고 하는데 아직 국내에 국가공인 자격증은 없다.

대부분 민간협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유학을 통해 영국, 일본, 미국 등의 사설기관 과정을 수료하거나 자격증을 받은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취업에는 유리할 수 있다.

학력 제한이 없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독학으로 공부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심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므로 인체의 구조와 생리에 관한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각종 오일 제품과 그 효능에 대한 공부, 블랜딩 기술도 늘 훈련해야 한다.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협회나 단체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들 기관에서도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국내 대학에도 관련 학과가 생겼으며,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 아로마테라피 과정을 개설한 사설교육기관, 허브전문점, 미용관리전문점 등을 통해서도 교육의 기회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1세기 여성 유망직종의 하나로 선정할 만큼 전망은 밝은 편이다. 피부미용과 아로마를 접목시키는 경우가 늘어 아로마테라피스트를 필요로 하는 미용관련업체, 아로마테라피용품 숍 등이 모두 이들의 활동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되기까지 

 

아로마에 대해 많이 알고 있긴 했으나 재영 씨는 학원에 등록, 이론 공부부터 다시 시작했다. 학원의 경우 아로마테라피만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도 있고, 다른 피부미용 과정과 함께 배우거나 특강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학원마다 교육과정과 수강료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곳을 잘 선택해야 한다.

재영 씨는 창업을 권유한 친구의 소개로 아로마테라피 전문 학원을 선택했다. 기초이론과 브랜딩 실습까지 총 30시간 수업을 받는 과정이었다. 국제 자격증까지 취득하려면 더 많은 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고, 비용도 비싸다.

교육을 받을수록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형편에 맞춰 30시간을 이수하고, 일단 실무에 부딪혀 보기로 했다. 아로마를 이미 많이 사용해 본 친숙함이 용기를 더해준 것도 사실이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친구가 운영하는 숍에 나가 무보수로 근무하며 실무 훈련도 하고 감각을 익혔다.   

 

마침내 6개월 후 집 근처에 자그마한 숍을 오픈했다. 임대료를 고려해서 아파트 상가 2층을 택했다. 에센셜 오일 판매를 위주로 하고, 마사지 시범을 보일 수 있는 작은 베드 하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공간이 그다지 넓지 않아도 되었다. 예전 학원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아로마 향기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는 설레고 행복했다. 

마케팅을 위해 블로그도 새로 개설했다. 무조건 매일 1개 이상 포스팅 올리기를 원칙으로 삼고 틈날 때마다 새 상품 소개도 하고 건강 정보, 사용 후기 등을 상세하게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홍보 효과도 있고, 고객과의 소통 창구가 되었다. 

 

이제 4년 차에 접어 든 숍은 안정적으로 굴러간다. 재영 씨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성격이다. 학원을 운영할 때도 학부모 상담을 잘해 학부모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이런 그의 성격과 강점이 숍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아로마는 한번 접해 보면 계속 쓰게 되는 매력이 있어 단골 확보가 비교적 쉽다. 재영 씨 숍의 고객은 대부분 여성이다. 마사지 시범의 경우는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영 씨가 예전에 그랬듯이 고객과 대화하며 그에게 맞는 오일을 골라 주고, 사용법을 알려주며 마사지 시범을 보이다 보면 고객이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재영 씨에게 아로마테라피는 사업 실패의 아픔도 치유하고, 사람도 사귀고, 돈도 벌게 해주는 만병통치 신약이 아닐 수 없다.

 

 

기획 임소연 김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