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와 호수, 태초의 신비를 따라 걷는 로키 트레일

기사 요약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빙하,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호수,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로키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방법은 바로 로키 트레일을 걷는 것이다.

기사 내용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대상지를 정하고 일정을 짜는 과정은 항상 재미있다. ‘그곳에서는 어떤 모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눈으로 마주할 곳을 미리 상상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은 지도와 나침반이다. 등반이든 트레킹이든 해당 장소와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이 지도이기 때문이다. 이 지도 한 장으로 상상력을 키우고 새처럼 자유로운 비행으로 대자연의 세계로 날아가곤 한다.

이번에 떠난 곳은 캐나다 로키산맥이다. 사실 30년 전부터 재스퍼국립공원에서 밴프까지 이어지는 이 거대한 산맥을 수없이 다녔다. 겨울이면 스키를 타고, 여름이면 애서배스카봉을 등반했지만 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로키를 더 깊숙이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캐나디안 로키로 향했다. 캐나디안 로키는 총길이 1,500km, 너비 80km의 웅장한 산맥이다. 이곳은 4개의 국립공원과 3개의 주립공원을 아우르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만년 빙하를 걷는 윌콕스 패스 코스

 

윌콕스크릭 캠프 주차장 → 윌콕스 패스 → 페이토 호수 → 보 호수 → 윌콕스크릭 캠프 주차장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곳이 콜롬비아 빙하다. 독도 면적의 17배 정도 된다고 한다. 과거 애서배스카봉을 등반한 적이 있다. 그때 암벽, 설벽이 너무 위험해 등반하다 떨어질 뻔한 기억이 있다. 밤새도록 빙하를 걸어 가까스로 내려왔을 만큼 오르기 힘든 봉우리였다. 그러나 30여 년 전 처음 눈으로 보았던 빙하가 지금은 많이 녹아 빙하의 설선이 저만치 올라가 있었다.

콜롬비아 빙하를 만나는 방법으로는 설상차를 타고 가거나 빙하 하단부터 걸어가는 두 가지가 있다. 추천 코스는 콜롬비아 빙하 코스의 백미로 불리는 윌콕스 패스(2,360m)다. 윌콕스 패스 트레일은 윌콕스크릭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경사가 완만해 트레킹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오르는 동안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좋다. 두께가 300m나 되는 빙하를 걷는 기분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선물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펼쳐지는 애서배스카 빙하와 콜롬비아 빙하의 장엄한 모습은 환상적이다.

애서배스카는 인디언말로 ‘갈대숲이 흐르는’이란 뜻이다. 내려올 땐 로키의 아름다운 호수인 페이토 호수와 보우 호수를 만난다. 호수에 물든 침엽수림은 아침저녁으로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다른 색을 만들어 마치 신들이 빚은 것 같다.

 

 

소요시간 7시간

난이도 중하

 

 

야생화를 따라 걷는 돌로미티 코스

 

크로우풋 빙하 주차장 → 헬렌 호수 → 리지 서밋 → 돌로미티 패스 → 크로우풋 빙하 주차장

 

 

전나무숲 등 침엽수림을 사이에 두고 걷는 기분은 힐링 그 자체다. 경사도는 있지만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며 트레일 건너편으로 보이는 까마귀발 빙하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걷는 코스다.

무엇보다 길옆으로 펼쳐진 야생화들이 감상 포인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꽃은 인디언 레드 플라워(Indian Red flower)인데 인디언들이 얼굴에 페인팅하는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또한 야생동물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캐나다 국립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곰, 사슴, 다람쥐들이다. 사실 트레킹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곰이다.

이곳 국립공원에서는 가이드가 곰 퇴치용 스프레이 페퍼를 휴대하고 다니기 때문에 안전하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해 개인적으로 구입해도 된다.

돌로미티 패스로 가는 길의 중간 휴식지는 헬렌 호수다. 호수 주변에 토끼와 두더지를 섞어놓은 것 같은 동물 마멋이 있어 휴식 시간이 즐겁다. 헬렌 호수에서 3km 정도를 걸으면 돌로미티 패스에 도착한다. 이탈리아 돌로미테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곳에서 바라본 빙하의 풍경은 환상적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빅토르봉(3,392m), 보우봉(2,868m), 크로우풋 빙하(2,750m)는 백두산 정상과 비슷한 높이다.

 

 

소요시간 7시간

난이도

 

 

호수를 따라 걷는 식스 빙하 트레일

 

루이스 호수 → 미러 호수 → 아그네스 호수 → 빅 비하이브 → 식스 글레이셔스 → 루이스 호수

 

 

이 코스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호수들이 모여 있어 주변에 호텔도 많고 카누 등 자연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다.

루이스 호수에서 전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미러 호수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잠시 멈춰 바위산군의 위용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자. 곧이어 아그네스 호수와 만나는데, 이곳에는 아름다운 카페들이 모여 있다. 중간 휴식지로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끼기에 좋다.

아그네스 호수 건너편 너덜지대를 지그재그로 걷다 보면 빅 비하이브에 도착한다. 해발 2,270m의 고도에서 바라보는 루이스 호수와 빙하는 한 폭의 수채화다. 빅토리아봉(3,464m), 레프로이봉(3,423m) 등 만년 빙하산들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아침에 출발할 경우 이곳이 점심 식사를 하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목적지인 식스 글레이셔스까지는 경사가 완만하다. 야생화 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넓은 빙하 지대 식스 글레이셔스와 금세 마주한다. 이 코스는 무엇보다 올랐던 길을 다시 걷지 않아 자신의 체력과 시간에 맞춰 코스를 설계하기 좋다.

 

 

 

소요시간 8~9시간

난이도

 

 

캐나디안 로키의 최고 코스 하이라인 트레일

 

에메랄드 호수 주차장 → 요호 호수 → 하이라인 트레일 → 타카카우 폭포 → 타카카우 주차장

 

 

하늘과 맞닿은 듯한 분위기의 빙하의 선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다. 로키의 여러 트레킹 코스 중 최고로 꼽히는 구간으로 요호 국립공원의 에메랄드 호수에서 길이 시작된다.

호수에 비친 대통령봉(3,124m), 부통령봉(3,063m)에서 흘러내린 만년 빙하가 감탄을 자아내는 에메랄드 호수의 둘레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걸으면 넓은 하천 지대를 만난다. 좁은 나무로 이어진 징검다리가 나오는데 이곳을 통과할 땐 균형을 잡는 게 만만찮다.

물에 빠지기 쉽고 날씨도 궂을 때가 많다. 중간 기착지인 요호 호수에서 식사를 하고 발길을 옮기는 것이 좋다. 하산길에 만나는 하이라인 트레일은 아이스 라인을 따라 걷는 구간으로 최고 낙하 높이 254m의 타카카우 폭포를 만난다.

타카카우는 크리족 언어로 ‘장엄한, 굉장한’이란 뜻이다. 요호 국립공원의 명소로 하이라인 트레일에서 내려다보는 폭포의 모습은 로키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소요시간 7시간 

난이도

 

TIP

우중 트레킹을 하기 쉽다. 옷과 배낭은 방수가 되는 기능성 제품이 좋지만 완전한 방수는 힘들다. 트레킹 전에 방수 스프레이로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Travel Tip 

 

찾아가는 교통 편 

인천공항에서 서부 캐나다 밴쿠버까지 비행시간이 11시간이다. 밴쿠버에서 차량으로 재스퍼나 밴프 쪽으로 이동하거나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 국내선 항공을 이용한 뒤 차량으로 밴프까지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추천 일정 

8~9일 

 

추천 트레킹 시기 

6~10월

 

허영호의 어드바이스

로키 트레킹은 반나절부터 15일, 30일까지 일정을 자유롭게 짤 수 있다. 다만 우리의 등산, 트레킹 문화와 다르다는 점을 명심할 것. 국내에서는 누구나 규제 없이 등산할 수 있지만 로키는 안내원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적어 내야 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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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동자
늘 여행을 꿈꾸며 살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트렉킹은 경험이 없어요.여행 많이 다닌 친구들은 트레킹 장소 많이 찾던데 귀뜸이라도 해 줘야겠네요.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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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
다행히 몇일 걸리는 트레킹이 아니라 당일로 가능한 트레킹이라 부담없을것 같아요. 나의 버킷리스트에 저장했어요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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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
오늘 도봉산 신선대에 올랐었는데 ... 로키 트레킹 멋질것 같아요. 언제인가 도전해보려면 우선 건강을 잘 유지해야겠지요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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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
이번 오대산 산행에 오신다구요?전 참가신청을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가고 싶은데...유명하신 분도 뵙고 싶은데...희망 가집니다.
201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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