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아직은 조금 부끄럽네요.”
김춘자 씨(66)가 여행작가로 데뷔한 소감이다. 김 씨는 충남 당진에서 2000평 규모의 고구마 농사를 지어서 전성기캠퍼스에서 ‘고구마 아줌마’로 불린다. 그녀는 최근 <고구마 아줌마 동남아 피한 배낭여행> 책을 냈다.
이 책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겁 없이 떠난 초보 배낭여행자에서 이제는 세계 9개국을 여행한 고수 배낭여행자가 된 그녀의 기록이 담겨 있다. 전성기캠퍼스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나만의 여행책’을 내겠다는 그녀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Q 언제 처음 배낭여행을 하게 됐나요?
2013년 12월에 떠난 태국 여행이 처음이었어요. 그때 손주가 여섯 살이 되던 해였는데, 손주 돌보랴, 고구마 농사하랴 정신이 없었어요. 나이는 육십인데 맨날 농사만 짓고, 손주만 돌보니까 내 시간이 없는 거예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동안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항상 꿈만 꾸었던 내 맘대로의 자유 배낭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어요.
Q 고구마 농사는 어쩌시고요?
고구마는 5월에 심어 10월에 수확해요. 11월이면 농사를 다 갈무리하죠. 그래서 매년 12월에 출발해서 다음 해 4월 입국하는 일정으로 배낭여행을 떠나요. 해마다 고구마 농사로 번 수익으로 한 해도 빠짐없이 배낭여행을 다녀왔어요.
Q 책은 언제부터 계획하셨나요?
여행을 다니면서 매일 일기를 썼어요. 4개월 동안 여행을 다녀오면 일기의 양이 어마어마해요. 그걸 집에서 천천히 읽는데 제가 봐도 너무 재밌는 거예요.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 쫙 펼쳐지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책으로 내면 좋겠다 싶었죠.
Q 책을 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출판사 여러 곳에 직접 전화했어요. 그런데 원고를 워드로 쳐야 하고, 돈도 많이 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컴맹이에요. 그래서 접었죠. 그러던 차에 우연히 <전성기> 매거진을 접하게 됐고, 전성기캠퍼스에 글쓰기 수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기를 쓰면서 내 생각을 표현하고 다듬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신청해서 들었죠. 그 수업에서 책 내고 싶다고 엄청 소문내고 다녔는데, 제 사정을 듣고 일기를 워드로 옮겨준다는 분도 생겼어요. 그리고 제 여행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이 생기면서 전성기캠퍼스에서 여행기 강의까지 하게 됐죠.
Q 전성기캠퍼스가 만남의 장소가 된 거네요.
전성기캠퍼스는 저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됐죠. 연결점을 만들어줬으니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책 내고 싶다는 제 이야기를 듣고 전성기캠퍼스 관계자가 출판사 한 곳을 소개해주었어요.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덕분에 책 내는 과정이 수월했어요.
지금도 전성기캠퍼스에 참 고마워요. 글쓰기 수업을 가르쳤던 강사 선생님도 너무 좋고, 캠퍼스를 운영하는 직원들이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큰 도움이 되었어요.
Q ‘나만의 여행책’ 소원을 이루셨는데, 다음으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나요?
이번에 나온 책은 제 여행의 서막에 불과해요. 앞으로 책을 두 권 더 낼 계획이에요. 다음 책에 나올 나라는 ‘인도’예요. 사실 인도 편이 제일 재밌어요. 이걸 먼저 낼 걸 그랬나 싶어요.
이번 책이 중년들에게 배낭여행 할 때 도움이 되는 책으로 알려져서 다음 책도 나오는 게 마지막 바람이에요.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여행도 열심히 가야죠. 올해에도 고구마 농사 마무리하고 네팔에 가기로 했어요.
Q 마지막으로 중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더 늦기 전에 떠나세요. 내가 스스로 하는 여행을 떠나봐야 비로소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이 돼요. 지금까지 나를 위한 삶을 못 살았잖아요. 누군가의 부모로서만 살았지. 몇 달 만이라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걸 권해요.
막상 떠나면 왜 일찍 안 왔나 싶을 정도예요. 자신감도 높아지고 삶의 의미도 생겨나죠. 해외 안 가봤더라도 절대 겁먹지 마세요. 분명 저보다 나을 거예요. 저는 휴대폰도, 컴퓨터도 못 해요. 그런 저도 4개월씩 다녀왔으니 다 할 수 있어요. 지금이라도 걱정 마시고 용기 내어 과감히 떠나보세요!
기획 우성민 사진 지다영(스튜디오 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