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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향으로 귀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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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엄정면 가양마을. 심규대, 박공숙 부부는 추평호가 내려다보이는 마을에 산다. 남편 심 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부부는 2010년 서울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남편 심 씨가 명예퇴직한 후 귀농했다.

 

심 씨는 새로운 삶을 모색하던 중 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고향에서 인생 2막을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느덧 귀농 10년 차인 부부는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재배하며 천사놀이터농원을 운영 중이다.

 

 

Q. 실제 귀농까지 2년 정도 걸렸는데, 준비를 어떻게 했나요?

 

장소는 결정됐고 남은 건 작물이었지요. 농사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 없더군요. 교직을 정리한 후 인터넷과 책을 보면서 작물에 대한 정보를 구했어요.

 

그러던 중 동생이 블루베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관심 있게 살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재배 초기 단계라 경험자도 많지 않고 토양도 까다로워 여러모로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오히려 남들이 안 하고 재배가 어렵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기더라고요. 최종적으로 충주에서 많이 재배하는 사과와 블루베리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Q.  농사 경험이 없으면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작물을 택해야 실패 확률이 줄어들지 않나요?

 

맞는 말입니다. 언제든지 자문을 받을 수 있는 멘토들이 많아 조금 수월하지요. 저 역시 주변에서 다들 사과를 권했어요. 사실 편히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저는 고향 귀농을 생각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안 하는 품목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작물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겁니다.

 

결국 초심대로 블루베리를 택했고, 귀농 2년 전에 300그루를 심어 가능성을 따졌지요. 실험 재배 결과는 괜찮았어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서서 완전히 귀농했지요.

 

 

 

 

Q.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둘이 먹고사는 정도이지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가 원한 도전이기에 힘은 들지만 재미있어요.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를 자연농법으로 재배한다는 자부심도 크고요.

 

제 경험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데 기꺼이 멘토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귀농귀촌 현장 지도교수로, 귀농닥터로도 활동하고 있지요.

 

 

Q. 마을 주민들과 다른 농사를 짓는데, 주민들이 불안하게 보지 않았나요?

 

처음엔 고향이지만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다 내려왔으니 저희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지요. 게다가 생소한 작물을 재배하니 저 사람이 뭘 하려고 저러나 싶었을 겁니다. 도시에 사는 시골 출신들은 고향 귀농을 한 번쯤 꿈꾸지만, 실은 아는 사람이 많아서 망설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나름 성공한 삶을 살던 사람이 갑자기 농사짓겠다고 고향에 내려온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저 사람이 농사를 지을 수나 있을까?’ 하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었고, 실제로 그런 말들이 제 귀에 들려왔고요.

 

사실 제 고향이고 부모님이 계신 마을이지만 처음엔 외지인처럼 받아들이더라고요. 솔직히 불편했지요.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인 것 어차피 고향에 살려고 내려왔으니 내가 마을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라고 받아들이니까 편안해지더라고요.

 

 

 

 

Q.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고 어떻게 노력했나요?

 

마을에 일이 있으면 앞장서서 했고 되도록 말을 아꼈어요. 시골은 소소한 정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곳이거든요.

 

 

Q. 집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처음엔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았고 2년 후 집을 지었지요. 그즈음 우리 부부가 마을에 충분히 적응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집을 사는 게 나은지, 새로 짓는 게 나은지 많이들 물어보는데 저는 집을 짓고 귀농하는 것을 반대해요.

 

주변에서 귀농한 사람을 많이 봤는데 실패해서 다시 돌아가는 분이 많아요. 땅을 살 때도 현지 사정을 모르니 비싸게 사는 편이고요. 집을 멋지게 짓는다고 투자도 많이 하고요. 그러나 떠날 땐 잘 안 팔려요. 손해만 보는 것이지요. 물론 실패했을 때의 말이지만, 현지에 적응해 보고 진짜 내가 살아갈 곳이라는 판단이 들 때 집을 짓는 게 좋다고 봅니다.

 

 

Q. 아내에게는 시댁인데, 남편 고향으로 귀농한 것을 불편해하지 않았나요?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거라고 하더군요(웃음). 농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거든요. 인생을 새롭게 출발한다는 데 동의했기에 반대하지 않았어요. 다만 특유의 시골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마을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대단하거든요. 친해지려는 것이지만, 마을 주민들이 아내만 쳐다봤으니까요(웃음). 또 마을에 친구는 없고 어른들만 계시니 많이 외로웠죠.

 

 

 

 

Q.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따로 살다가 함께 사는 어려움은 없나요?

 

농사일 때문에 갈등은 좀 있었지요. 아버지가 평생 농사를 지은 분인데 블루베리 재배를 탐탁지 않게 여기셨지요. 농사지으러 왔는데 경운기 같은 기계를 다루지 않는다고 나무라기도 했고 친환경 한다고 제초제도 안 쓰는 걸 이해하지 못했지요. 작목에 대한 이해가 없으셨으니까요.

 

어머니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우리 아들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말씀하세요. 제 농사를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그 점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우울증까지 오더라고요. 저도 그랬는데 아내는 더했겠지요.

 

 

Q.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우리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지요. 일단 농사일 외에 우리 부부가 함께할 취미를 찾았어요.

 

댄스스포츠를 같이 배웠더니 기분도 좋고 활기도 되찾게 되더라고요. 다만 발표회, 대회 준비를 하다 보니 농사에 지장이 많아 그만두고 취미를 민요로 바꿨어요. 귀농하더라도 현지에서 즐길 취미는 갖는 게 좋아요. 저희도 적극적으로 배우러 다녔어요.

 

 

 

 

Q. 어느 교육기관을 찾았나요?

 

농업기술센터입니다. 귀농 교육, 작물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이 있어요. 귀농인이라면 이곳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해요. 또 이곳에 가면 귀농한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은 물론, 귀농 생활에서 답답했던 점을 서로 털어놓으니 쌓인 스트레스도 풀리고 친분도 쌓을 수 있어 정말 좋더라고요. 아내도 이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계속 교류하며 지냅니다. 이곳에 완전히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Q. 어려움도 많이 겪었는데 귀농으로 연 인생 2막, 만족하시나요?

 

2년 정도 지나니 제가 농부가 다 됐더라고요(웃음).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각오하고 내려왔기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도 재미있고 즐겁고요. 아내와도 일은 힘들지만, 이곳을 우리의 놀이터로 삼자고 했죠.

 

놀이터 하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설렘이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 작업장을 천사놀이터농원이라고 이름을 짓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고향에서 귀농으로 일궈가는 2라운드 인생, 저희는 만족해요.

 

 

 

 

귀농닥터 부부의 고향 귀농 TIP

 

 

❶ 무조건 인사하고 지내기

 

일단 마을 주민 모두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다. 그 불편한 시선을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꾸는 데 최고의 방법은 인사다. 마을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건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❷ 아는 체하지 않기

 

아는 지식을 장황하게 풀어놓거나 뭘 좀 안다고 우쭐대는 건 금물이다. 좋은 뜻으로 이야기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도시물 좀 먹었다고 우릴 무시하네’ 하는 생각을 하기 쉽다. 연세가 많은 분이 많아 의외로 도시인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다는 걸 명심할 것.

 

 

❸ 개방 문화 이해하기

 

귀농인이나 귀촌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농촌 특유의 개방 문화다. 노크도 없이 문을 불쑥 열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내가 아는 집에 들어가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해서다. 농촌은 누구네 생일은 물론 제사까지도 알고 있을 정도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친하다는 표현이니 적응할 필요가 있다.

 

 

기획 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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