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신의 영역을 걷는, 티베트 카일라스 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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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세상의 중심이자 우주의 근원으로 보는 성산(聖山)이 곧 수미산이다. 원래는 상상 속의 산이었지만 티베트인은 카일라스산을 수미산으로 믿는다. 신의 영역이란 믿음 때문에 정상 등반은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지만, 산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순례인 ‘카일라스 코라’는 티베트인들에겐 현생의 죄업을 씻고 내세의 안녕과 영생을 기원하는 성스러운 여정이다.

 

 

카일라스 코라 = 수미산 순례

 

티베트인에게 불교는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일부다. 종교가 일상화되다 보니 일반인들이 성지로 여기는 곳들이 티베트 전역에 퍼져 있다. 가장 성스러운 곳 두 군데만 고른다면 단연 조캉 사원과 카일라스산이다.

조캉 사원은 티베트불교의 본산이자 순례자들이 몇 달에 걸쳐 향하는 곳으로 수도 라싸에 있어 마음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카일라스산은 그렇지 못하다. 티베트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는 북서부 아리 지구에 있기 때문이다. 

‘코라’라고 불리는 ‘순례’는 티베트인에겐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영적 수행 과정이다. 라싸의 세라 사원이나 조캉 사원 주변의 순례 코스에는 시도 때도 없이 시계 방향으로 도는 현지 순례자들이 몰린다.

카일라스산을 한 바퀴 도는 ‘카일라스 코라’ 또한 마찬가지다. 길이 또는 소요시간이 몇 시간 또는 며칠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목적의 순례 코스다. 카일라스 순례에는 외부(아웃 코라)와 내부(인 코라),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외부는 걸어서 3일, 내부는 하루에 마칠 수 있다. 티베트인에겐 아웃 코라를 13바퀴 돌면 1년 동안의 죄업이 소멸되면서 인 코라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108번 반복하면 현생의 모든 죄업이 씻겨 나가거나 또는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 그 자리에서 부처가 된다는 믿음도 전해진다.

 

 

종교 차원의 순례가 아닌 일반 트레커들에겐 아웃 코라가 주 관심 대상이다. 카일라스를 중심에 두고 산 주위를 한 바퀴 일주하는 아웃 코라는 총거리가 52km에 달한다. 현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보일배 오체투지 순례자들에겐 15~20일이 소요되는 여정이다.

일반 트레커들에겐 걸어서 3일 코스라 장거리는 아니지만 해발 4500m에서 5600m까지를 오르고 내리는 여정이라 고산병이 오는 등 결코 만만찮은 코스다. 티베트인들은 20여 일간 돌지만 외지인들은 3일간의 트레킹을 통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백두산 두 배 높이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쉽지 않은 여정인데도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카일라스의 관문인 다르첸 마을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해발 5000m가 넘는 산악 지형을 여러 번 넘고 험한 계곡길을 수시로 지나야 한다. 라싸에서 출발하면 3일 후에 다르첸에 도착한다. 이곳을 기점으로 카일라스를 3일 동안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다시 다르첸으로 원점 회귀한다.

다르첸에서 1박 후 곧바로 트레킹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대개 다보체까지 6km는 차량으로 이동한다. 다보체에서 트레킹을 시작한 직후에는 주변의 천장(天葬)터를 올랐다 내려오는 게 좋다. 시신을 독수리에게 쪼아 먹이는 티베트 전통 장례터를 만날 수 있다.

첫날 여정은 카일라스의 서쪽 협곡을 따라 디라푹곰파까지 올라가는 동선이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거대 암벽 설산들이 좌우 양쪽에서 계속 따라붙는다. 산세가 특이하고 낯설어서 트레킹 내내 어느 외계 혹성을 걷는 듯한 느낌에 젖는다. 첫날은 고도차 250m를 오르기에 내내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고산증만 아니면 무난하다.

 

 

 

고도차 800m를 오르내리는데 고도차만 보면 한라산 등반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고 해발은 한라산 높이의 세 배에 가깝다. 난이도는 고산병 등 한라산 등반의 세 배 이상으로 높다.

다라푹곰파에서부터 돌마라패스까지는 8km, 두세 시간 걸리는데 카일라스 코라 전 과정 중 가장 고난도 구간이다. 오르막 과정에서는 고산증 외에 지리적 위험 요인은 거의 없다.

일명 '해탈의 고개'인 돌마라패스에 오르면 오색의 타르초들이 여러 갈래 줄에 매달려 펄럭인다. 개인적 소망을 적은 하다(흰색 천)를 미리 준비해 간 이들은 이를 타르초 줄에 정성껏 묶는다. 천에 적어둔 소망들이 힘찬 고봉의 바람에 실려 신들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머리카락 몇 올이나 소지품 일부를 자신의 소망과 함께 정상에 남겨두기도 한다.

돌마라패스부터 하산 길 초기 5km 거리에 급경사와 바윗길 등 위험 구간이 자주 등장한다. 평지로 내려서면 위험 요인은 사라져 안심해도 되지만, 이미 소진된 체력 때문에 나머지 9km도 상당히 지루하면서 힘겹다.   

 

 

2일 차 숙박지인 주툴푹곰파는 티베트불교의 성자 중 한 명인 밀라레빠가 수행한 동굴 사원으로 유명하다. 11세기에 살았던 고승 밀라레빠는 카일라스 정상을 밟은 유일한 인간으로 간주된다.

티베트인들은 3일 차 순례에 나서기 전 사원에 들러 약간의 보시와 함께 정성스레 예불을 드린다. 카일라스를 등지고 남쪽 인도 라다크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마지막 날은 전날의 고난도에 비하면 너무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언제 다시 이 길을 걸으랴 싶어 자꾸만 뒤돌아서서, 멀어지는 카일라스를 바라보게 된다.

두 시간 가까이 내려오면 이틀 동안 카일라스에 가려 보이지 않던 히말라야 산군이 장엄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쯤 오른쪽 산 중턱으로부터 낙석 위험 구간이 두 군데 나타난다. 다르첸까지 원점 회귀하는 마지막 6km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좋다. 여기까지 온 이상 조금 더 서북쪽 짜다 지방으로 이동하면 전설의 구게왕국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하는 게 좋은 것이다.

     

 

TRAVLE TIP

 

찾아가는 교통편

청두나 시안을 거쳐 비행기나 칭짱열차를 타고 라싸로 들어간 후 차량으로 카일라스 관문인 다르첸까지 가거나 네팔 카트만두에서 차량으로 우정공로를 통해 다르첸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비용 

운전사와 현지 가이드가 딸린 여행사 패키지만 가능하다. 여행사에 따라 10여 일은 200만~250만원, 20여 일은 400~500만원 수준.   

 

여행하기 좋은 시기 

여름철 우기나 동절기는 피하는 게 좋다. 역시 봄과 가을이 가장 무난하다.

 

 

기획 서희라 글과 사진 이영철(도보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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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
내세의 죄업을 씻는 고행길이라지만 거기서 얻는 해방감 또한 크겠지요?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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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
네팔 트레킹 준비중에 있는데 여기도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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