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장애와 갱년기 우울 치료까지, 숲에서 치료하는 국립횡성숲체원

기사 요약글

숲에서는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잠들었던 오감을 깨우는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했다.

기사 내용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순수한 숲속의 아침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횡성 청태산에 자리 잡는 국립횡성숲체원이다. 청태산 자락 7부 능선(850m)에 위치해 우리나라 숲체원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능선을 따라 조성된 숲길을 걸으며 편안하게 숨을 쉬다 보면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활용한 곳이 횡성숲체원 안에 자리한 ‘청태산 치유의 숲’이다. 이곳은 해발 950m에 위치한 산림치유센터를 중심으로 이용자별 맞춤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순수한 숲속의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

 

 

 

 

 

연령별, 질병별, 대상별 맞춤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치유의 숲을 방문한다. 숲을 체험하고 싶은 어린아이는 물론, 관계가 소홀해진 부부, 수면 장애를 앓고 있는 불면증 환자, 몸과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 갱년기 우울증을 겪고 있는 중년들, 숲이 그저 좋은 사람들 그리고 잠시 일상을 잊고 쉼을 얻고 싶은 사람들까지 각자 원하는 해결책을 찾고자 숲에 모인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크게 숲 치유, 물 치유, 열 치유로 이루어지며 산림치유지도사(이하 지도사)의 지도에 따라 3시간 정도 진행된다. 이날은 50~60대 여성 10명을 대상으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일정이었다. 산림치유센터에 모여 다같이 숲 치유를 위해 숲으로 향했다.

 

 

 

 

 

#숲속_아이스브레이킹

청태산 체조

 

본격적으로 숲에 들어가기 전, 몸을 풀기 위해 숲속 데크에 모였다. 지도사의 시범 동작에 맞춰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직된 근육들을 풀어주었다. “숲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으세요”라는 지도사의 말에 주변은 숨소리와 바람에 나뭇잎이 찰랑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뒤이어 둘이 짝을 지어 하는 2인 1조 체조가 이어졌다. “선생님! 저희 잘 따라 하죠?” 지도사의 동작을 어설프게 따라한 한 참가자의 자랑에 모두 한바탕 웃는다. 처음에는 손을 마주 잡고 동작을 취하는 것이 어색해 쭈뼛쭈뼛했지만, 어느새 어색했던 마음이 풀어져 즐거운 체조 시간이 되었다. 한 참가자는 “몸풀기 시간인데, 마음마저 풀어지네요”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숲속을_걸어요 #산새들이_속삭이는_길

치유 숲길 걷기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숲길에 들어섰다. 보통 숲길은 걷기 좋게 바닥에 나무판자를 깔아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은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나무판자를 최대한 절제했다. 푹신한 땅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발이 덜 피곤했고 무릎에 덜 무리가 갔다.

광활한 숲길 한가운데를 지나 오르던 중에 지도사는 우리를 멈추게 했다. “여러분, 지금 어떤 소리가 들리세요? 매미 우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밟아 뽀득 부서지는 소리. 전부 자연의 소리죠? 이 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안정감을 느껴요.” 도시에서 늘 자동차 소음을 옆에 두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숲에서 나는 자연의 소리는 잠들었던 청각을 슬며시 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시 걷다 중간에 멈춰 서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리에 가시가 박히지 않을까, 미끄럽진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오묘한 감촉들이 기분을 간지럽혔다. “완전 천국인데요”라며 행복해하는 참가자들.

“숲은 오감에 균형 있는 자극을 주기 때문에 치유가 되는 거예요. 푸르른 나무를 보는 것이 시각, 새소리, 풀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이 청각, 풀냄새, 피톤치드 향을 맡는 것이 후각, 생강나무 잎을 먹어보는 것이 후각, 맨발로 땅을 밟는 것이 촉각인 거죠.” 

 

 

 

 

#나의_옛추억_속에 #빠지는_시간

생각의 길

 

좁은 오솔길이 나왔다. 오소리가 다니는 길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부터는 서로 거리 차를 두고 혼자 천천히 걷기로 했다. 나를 괴롭히는 쓸데없는 생각들은 내려놓고 자신이 행복했었던 옛 추억을 꺼내 보는 시간이었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앞에 있는 길을 그저 걷기만 하면 돼요. 동시에 자주 열지 않았던 머릿속 서랍을 열어보세요. 여유로운 마음에다 행복한 생각들이 더해져 시간이 짧게 느껴질 거예요.”

이 시간에는 대상별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관계 회복이 필요한 부부가 참여하면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숲에는 꾸밈없는 솔직함이 묻어나온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 보여주기 때문. 그래서일까. 우리 또한 숲에서는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숲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자신 또한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숲이 보여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숲을_침대삼아 #누울수_있는곳

숲속 작은 나무 쉼터

 

내려오는 중에 나무 쉼터에 들렀다. 1인 매트를 자리에 하나씩 펴고 그 위에 누웠다. 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과 구름이 보였다.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숲 중간에 눕는 것도 신선했다. 각자 편하게 누워 숲을 만끽하는 중에 지도사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자신의 이름에 담긴 뜻을 말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반드시 긍정적인 말만 해야 했다.

“누구나 이름에 뜻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잊고 살아가요. 이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이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 뜻도 들어봐요. 모든 이름은 부모님이 자식에게 ‘너는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분명 소중한 시간이 될 거예요.”

한 참가자는 부모님 생각이 나 울컥하는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잊고 살았지만, 지도사의 말처럼 모든 이름에 의미가 있었다.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되새기고 앞으로 더 의미 있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다리는_차갑게 #머리는_뜨겁게

물 치유와 열 치유

 

산림치유센터로 돌아왔다. 2시간의 야외 일정을 소화한 터라 몸은 몸대로, 발은 발대로 에너지를 많이 썼다. 산림치유센터 지하에 있는 물 치유실로 향했다. 언뜻 보면 목욕탕같이 생긴 구조. 무릎 아래까지 채워진 물길을, 바닥에 발바닥을 비비면서 걸었다. ‘퐁당퐁당 돌을 던져라’라는 동요를 부르면서. 어린 아이로 돌아간 듯 신나게 발의 피로를 풀었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싹 씻겨 내려가는 시간이었다.

몸을 차갑게 식힌 후 옆 방에 있는 열치유실로 향했다. 흡사 찜질방 안 온돌방 모습. 이곳에 옹기종기 나무 목침을 베고 누웠다. 고개를 양옆으로 돌리다 보면 목에 아픈 부분이 있는데, 목침을 이용해 그곳을 집중적으로 지압해주면 뭉친 근육이 풀린다. 이쯤되니 노곤해진다. 어찌 알았는지 불을 끈다. 우리는 잠시 차분하게 몸과 마음의 쉬는 시간을 갖는다.

물 치료와 열 치료가 끝나자 둥그렇게 둘러 앉아 발을 풀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발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해주었다. 진행자가 말했다. “살면서 발을 사랑하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오늘만큼은 발을 사랑해줍시다. 지금 말해볼까요. ‘발아, 그동안 무거운 몸 지탱하느라 고생 많았어. 고마워’” 그런 다음 오일을 발 전체에 발라주고 손으로 발 지압점을 꾹꾹 눌러주며 마무리.

“빠른 쉼이란 게 있을까요? 쉼은 느림에서 찾아오는 치유 같아요. 가장 빠른 직선 도로 최단 거리로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것보다 돌아돌아 에두르고 머무르며 쉬었다 가는 완행의 여정이 쉼인 거죠.”

지도사의 말처럼 국립횡성숲체원은 삶의 템포를 한 박자 늦춰주었다. 특히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느린 호흡 속에서 많은 영양분을 얻게끔 도와주었다. 평소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다양한 고민들로 인해 머릿속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면, 관계, 질병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마음의 여유가 1도 없다면 숲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국립횡성숲체원

주소 강원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777

신청 및 문의 033-340-6300, hoengseong.fowi.or.kr

 

산림치유 프로그램

당일형 : 2시간(1만원), 3시간(1만5천원)

숙박형(1박2일) : 5시간(2만5천원), 6시간(3만원)

숙박형(2박3일) : 8시간(4만원), 9시간(4만5천원)

*숙박비, 식사비는 별도

*예약 필수(예약 없이 입장이 불가하며, 전화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사진 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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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동자
저는 친구 부부와 함께 다녀 온적 있습니다.숲속을 걷기만해도 힐링 됐던 곳입니다.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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