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1조원? 이건 누가 정하나요?

기사 요약글

최근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싼 법정 싸움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소장자가 1000억원을 요구하는데, 도대체 문화재 가치는 어떻게 측정되는 걸까?

기사 내용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이미지

 

< 들어가기 전에 >

훈민정음 해례본은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들고 있는 책이다.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의 사용법을 알리기 위해 만든 일종의 안내서.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발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다. 현재 국보 제70호이며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 사건의 배경 >

한 권만 남았다고 알려진 훈민정음 해례본이 2008년 상주에 사는 배익기 씨의 제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서 수집가인 배 씨가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며 안동MBC에 제보한 것. 발견지 이름을 따 ‘상주본’이라 부르게 되었다. 기존에 한 권 있었던 안동본과 동일하지만 보존 상태가 훨씬 좋아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었는데….

 

< 사건의 발단 >

어느 날 상주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조 사장이 배 씨를 고소했다. 자신의 책방에 있던 상주본을 배 씨가 훔쳐갔다는 것. 이에 대해 대법원은 조 사장의 손을 들어줬고, 조 사장이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하면서 마무리.

 

< 사건의 전개 >

첫 번째 판결을 볼 때 배 씨는 절도죄에 해당한다며 검찰 측에서 고소했지만, 대법원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두 번째 판결에서 무죄로 결론지었다. 배 씨에게 소유권은 없지만, 그렇다고 절도죄도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며 세 번째 판결을 기다렸다.

 

< 사건의 절정 >

배 씨는 두 번의 판결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줄 수 없다며 반박했지만, 세 번째 판결에서 대법원은 배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배 씨가 상주본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춰버렸다. 

 

< 사건의 결말 >

현재 배 씨는 문화재청에 보상금으로 1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KBS1 문화광장 캡처 이미지

 

배 씨가 보상금 1000억원을 요구한 기준은?

 

소송하며 검찰이 산정한 현재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가 1조원이기 때문. 1조원의 10%를 요구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1조원이라는 가치를 산정하게 된 것일까?

검찰에 따르면 해례본과 비슷한 문화재인 직지심체요절의 가치가 8694억원임을 고려하여 그 정도의 가치를 매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직지심체요절의 가치는 어떻게 매긴 것일까? 문화재 가치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직지심체요절

 

1. 조건부 가치 측정

가장 대표적인 문화재 가치 측정 방법이다. 문화재에 대해 시민들이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묻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 문화재 인근에 살지 못하게 된다면 그 대가로 얼마를 보상받을 의사가 있는지 묻기도 한다.

직지심체요절의 경우도 이 같은 방법으로 측정되었다. 전국 성인 남녀 340명을 대상으로 ‘직지의 보전 및 세계화를 위해 얼마나 쓸 수 있습니까?’ 물은 뒤 전국 단위로 환산해 8694억원이라는 가치를 매긴 것이다. 조건부 가치 측정처럼 설문을 통한 조사일 경우, 질문 문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경회루

 

2. 문화재청 건물대장

문화재가 건물인 경우 문화재청 건물대장에 적힌 가치에 따른다. 예를 들면, 경회루는 99억원, 남대문은 34억원으로 적혀 있다. 이 가치는 순전히 건축비와 토지 가격을 바탕으로 측정된 수치다. 일각에서는 문화재적 가치가 포함되지 않아 평가절하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3. 보험료 분석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문화재에 보험을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경우 2년 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시를 위해 빌려주면서 보험에 가입했는데 그때 평가액이 500억원이었다. 사적 291호 창원 진해우체국의 경우 목조문화재 화재보험에 가입해 보험가가 534억원으로 우리나라 문화재 중 보험료가 가장 비싸다. 이처럼 보험료를 통해 문화재의 가치를 측정하기도 한다.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

 

4. 주민투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주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한 스위스의 경우 문화재 보존 비용을 주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투표 결과를 반영하여 결정된 문화재에 대한 정부지원금 규모가 해당 문화유산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기획 우성민 사진 KBS1, SBS NEWS, 위키백과, 국립중앙박물관,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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