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라도 걸려 누워 있어보면 새삼 건강한 몸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기력이 딸려 물 한잔 마시러 가기도 귀찮아지는 상황을 겪고 나면 ‘아프지 말고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마련.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근육’을 키워야 한다.
왠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지만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의 기본 조건이 바로 근육이다. 욕실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지 않으려면, 전국 팔도를 활기차게 구경 다니려면, 요실금 같은 배뇨 장애를 겪지 않으려면 바로 근육을 키워야 한다.
일본에서는 일찍이 낙상, 요실금, 보행 장애, 근감소증, 허약을 5대 노년증후군으로 명명, 이 다섯 가지 질환의 공통요인을 ‘근력 저하’로 보고 고령자를 위한 운동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국가적인 노력을 펼쳤을 정도다.
근육, 이렇게나 ‘열일’합니다
중년 이후 근육량이 매년 1%씩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우리 몸의 근육은 단순한 ‘힘의 원천’을 넘어 신체 곳곳에서 다양한 작용을 돕고 있다. 저축하듯 근육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 척추 손상 방지
76세의 나이에 보디빌더가 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임종소 씨는 허리 협착을 고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보디빌더가 된 케이스다. 허리 협착으로 인한 다리 통증을 잡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던 그녀는 “근육을 키우면 통증이 완화된다”는 말을 듣고 헬스장을 찾았던 것. 실제로 운동 시작 한 달만에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느꼈다는데, 이는 허리 근육이 강화되면서 신경을 누르던 협착 증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허리의 척추는 장기와 이어지는 교감신경, 다리로 가는 신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평소 허리, 복부의 근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당뇨병 예방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연구진은 2007년부터 7년간 병원을 다녀간 20~69세(평균 47세) 성인 1만7,280명을 대상으로 근육량과 당뇨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팔다리 근육량이 줄어들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 몸은 팔다리 근육에 포도당을 저장해 두고 필요 시 이를 에너지원으로 쓰는데, 근육량이 줄어들면 포도당 저장 공간이 부족해 혈중 당 수치가 높아져, 당뇨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 보행 기능 향상
허벅지 근육이 줄어들면 보폭이 좁아지고 속도가 느려지는데다 평형 감각이 떨어져 보행 장애를 겪을 확률이 5배 이상 높아진다.
# 치매 예방
근육이 줄어들면 체내 인슐린 호르몬 기능이 떨어져 몸 곳곳에 염증을 일으킬 염려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뇌 역시 ‘염증 공격’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데, 뇌의 염증은 치매 등의 퇴행성 질환과 관련이 깊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허벅지, 다리 근육을 쓰는 달리기 등을 하면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 낙상 방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의 43%가 낙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낙상은 뇌진탕 등의 큰 부상을 야기할 수 있고 특히나 골절로 거동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데, 근력이 떨어지면 낙상 위험이 4.4배 증가한다는 연구가 결과가 있다.
# 요실금 방지
요실금은 요도의 괄약근이 약해져 생기는 질병으로 ‘근육’과 관련이 있다. 근력이 1kg 저하 될 때마다 남성은 3%, 여성은 8% 요실금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 한다.
근육, 어떻게 키울까?
근육을 비축해 두려면 양질의 단백질 섭취와 함께 꼭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작정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예를 들어 하체 근력을 키우겠다며 무턱대고 스쿼트를 했다가 무릎, 허리에 통증이 생기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의 저자이자 일본 전역에 고령자를 위한 근력 운동을 개발해 보급한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의 검헌경 연구부장은 “겪고 있는 증상에 따라 단련해야 할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선별해 시도하는 것이 좋다”며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근력 운동을 하루 10분씩만 꾸준히 해도 1년이 지나면 현재 근력의 20%까지 늘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가 고안해 낸 신체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간단하고 효과적인 그야말로 50+ 세대를 위한 근력 운동을 소개한다.
‘약골 체질’을 개선하고 싶다면
양발 들어 무릎 펴기
⦁ 의자 앞쪽에 앉는다. 두 다리를 조금 들어 올려 발끝을 무릎 쪽으로 당기면서 발뒤꿈치로 벽을 밀어내듯이 무릎을 쭉 편다.
⦁ 이번에는 발끝을 편 후 다시 발끝을 다시 무릎 쪽으로 힘껏 당긴다. 발끝을 한 번 더 쭉 편 후 무릎을 굽혀 다리를 내린다. 총 6~10회 실시한다.
근력 감소를 막고 싶다면?
한쪽 다리 들어 올리고 무릎 펴기
⦁ 의자에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앉는다.
⦁ 양손으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후 발끝을 무릎 쪽으로 당겨 발뒤꿈치로 밀어내듯이 무릎을 펴고 2~3초간 정지한다. 무릎을 다시 구부렸다가 펴는 동작을 4회 반복한 후 반대쪽 다리도 실시한다. 총 2세트 실시한다.
낙상을 예방하고 싶다면?
무릎 모아서 발목 벌리고 모으기
⦁ 의자에 등받이를 기대지 말고 약간 앞쪽으로 앉아서 두 다리를 붙인다. 양손으로 의자 옆을 잡고 양발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 무릎을 붙인 상태에서 발목을 양쪽으로 벌려 2~3초간 정지한 후 다시 양발을 모은다. 3회 반복한 후 양발을 바닥에 내린다. 총 2~3세트 실시한다.
보행 기능을 유지, 개선하고 싶다면?
팔꿈치와 무릎 터치하기
⦁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자연스럽게 선다.
⦁ 왼쪽 무릎과 오른쪽 팔꿈치를 굽혀 터치한다. 이때 왼손은 허리에 둔다. 4번 반복한 후 팔다리를 바꿔 반대쪽도 실시한다. 총 2~3세트 실시한다.
요실금을 예방하고 싶다면?
➊ 의자에 앉아서 실시하는 골반저근 운동
⦁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등을 약간 구부리고 양손은 무릎 위에 놓고 양발은 골반너비로 벌린다. 눈을 감거나 발끝 앞 20cm 정도를 바라본다.
⦁ 심호흡을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고 머릿속으로 골반저근을 상상한다.
⦁ 숨을 가볍게 내쉬면서 항문을 조이는 느낌으로 요도를 2~3초간 수축한 후 4~5초간 이완한다. 수축하는 시간보다 이완하는 시간을 길게 한다. 5~10회 반복한다. 요도괄약근의 속근 강화 운동이다.
⦁ 이번에는 요도를 8~10초간 수축한 후 10~12초간 이완한다. 5~10회 반복한다. 요도괄약근의 지근 강화 운동이다.
⦁ 수축하고 이완하는 횟수는 처음 일주일간은 5~10회, 2주째는 10~15회, 3주째는 15~20회, 4주 이후에는 자유롭게 실시한다. 하루 목표는 50회다.
➋ 한쪽 다리 올려 양 무릎 조이기
⦁ 등받이에 기대지 말고 의자에 약간 앞쪽으로 앉아서 두 다리를 붙이고 양손으로 의자 옆을 잡는다.
⦁ 한쪽 다리를 무릎보다 높게 들어 올린 후 양무릎을 천천히 안쪽으로 힘껏 조인다. 2~3초간 정지한 후 원래 위치로 돌아온다. 4회 반복한 후 발을 바꿔 반대쪽도 실시한다. 총 2~3세트 실시한다.
유의할 점
개인별로 기저질환, 체력 등 모든 조건이 다르므로 운동 횟수와 강도는 ‘스스로 느끼기에 조금 힘든 정도’가 적당하다. 주 3~4회 시도하는 것이 좋으며, 걷기 운동을 병행하면 효과가 높아진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비타북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의 연구부장으로 재직하는 김헌경 박사가 30년간의 연구 결과를 총 망라해 펴낸 ‘노년의 근육 강화법’이다. 그는 65세 이상 일본 고령자 2만3000명 이상을 연구해 ‘건강한 노년기를 위한 근력 강화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물이다. 책에 소개된 운동법은 현재 일본 각 지역 노인센터와 요양원, 보건소 등에서 활용 중이며 책의 핵심은 자신에게 필요한 근력 운동을 선택해 ‘정확히’ 꾸준히 하자는 데에 있다.
기획 장혜정 사진 셔터스톡, SBS, 네이버 영화, 비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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