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쌓은 꿈과, 자존감으로 쌓은 꿈은 달라요

기사 요약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당신에게 스타강사 김미경이 건네는 촌철위로.

기사 내용

 

 

Q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게 너무 피곤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거주 중인 40대 중반의 회사원입니다. 5남매 중 셋째인 저는 늘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며 컸어요. 장남은 아들이라고 위해주고, 막내는 막내라고 귀여워했지만 중간에 끼인 저에게는 늘 고만고만한 관심이 돌아왔죠. 그나마 공부를 꽤 잘해 학교에서 성적표가 날아든 날에는 특별히 주목을 받곤 했는데 저는 그날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그 영향이 성인까지 이어진 탓인지 늘 부모님, 형제들에게 주목 받기 위해 남들은 잘 모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가에 갈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좋은 옷을 입는다던가, ‘이번 주 뭐 하니’ 하는 부모님의 물음에 열일 제쳐두고 집으로 달려가는 식이죠. ‘요즘 잘나가는구나’ ‘역시 너 밖에 없다’ 하는 가족들의 알은 체가 돌아올 때마다 솔직히 기뻐 죽겠습니다.

인정욕구가 큰 탓인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다소 성과를 부풀려 말한다거나, 좋은 시계, 옷 등을 자랑하며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때마다 고고하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 밑에서 열심히 발을 구르느라 고생인 백조를 떠올리게 됩니다.

남에게 인정 받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저에게 스스로도 지쳐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 좀 편해지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A 자책하며 꿈을 이룬 사람의 입에서는 상처투성이인 말들이 나와요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요?” 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저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왜냐면 스스로에게 가장 짐이 되는 게 바로 보여주는 삶이거든요. ‘내가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지’ ‘이 정도는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 자체가 이미 등에 엄청난 짐을 지고 있는 거예요.

늘 열심히 달리면서도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잘했다 칭찬하기보다는 ‘나는 아직 멀었어’ 하며 사는 거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대단해. 큰 일 한 거야” 칭찬하고 자축하며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 인생의 짐을 크게 지면요. 얼마 뛰지도 않고 기운이 빠지는가 하면, 자책하고 힘들어 질 일이 많아요. 그러니 제발 ‘이 정도는 보여줘야 해’라는 마음을 털어버리세요. 

개중엔 ‘우리 부모가 나를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 데 내가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분들도 계시죠. 물론 이런 마음이 효심일 수도 있지만, 그 분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데 못했다’는 상처가 늘 마음속에 있어요.

제가 딱 그랬어요. 저는 스무 살에 서울에 올라와 화곡동에 있는 아주 코딱지만한 방, 4명이 한 부엌을 써야 하는 곳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어요. 그 시절 늘 했던 생각이 바로 ‘부모님이 힘들게 돈을 벌어 서울로 대학을 보내주셨으니 내가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나’였죠.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고 결혼을 했어도 부모님에 대한 마음의 빚은 여전했어요. 30대 중반쯤 되니까 친구들이 집을 장만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마흔네 살에 처음으로 집을 샀거든요. 그게 또 부모님한테 그렇게 미안하더라고요.

‘우리 부모님이 죽어라 서울로 대학 보내서 나를 가르쳐 놨더니만, 결혼해서도 제대로 된 집이 없어 부모님 놀러 오시라 소리를 못 하네’ 이러면서 스스로에게 늘 상처를 준거에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집을 빨리 못 산 데에는 이유가 다 있었어요. 밖에 나가서 돈을 벌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 봐주시는 분들에게 많은 돈이 들어갔거든요. 빨리 돈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던거죠.

그게 바로 내 삶이고, 나의 속도인데 그걸 무시한 채 또 내 성적표가 마음에 안 든다며 위축된 거예요. ‘우리는 맞벌이까지 하는데 집을 샀어야 했나?’ 싶어 외벌이 하는 동생이 집을 샀다는 얘기에 움츠러 들어가면서요. 

그렇게 저는 스스로를 존중하는 게 너무 어려웠던 사람이었어요. 생각해보면 타인이 나에게 주는 상처보다 스스로가 주는 상처가 훨씬 더 커요. 거의 상처 제조기 수준인 사람들도 있죠.

그렇게 자책하면서 꿈을 이룬 사람들을 만나면 입에서 상처투성이 말들이 나와요. ‘원래 내가 그 정도는 해야 하는 사람인데 이 정도 밖에 못했어’ ‘결국 해내긴 했지만 본인에 대해 자랑스러운 생각이 별로 없는 거예요.

하지만 상처로 쌓아온 꿈과 ‘이 정도면 잘했어’ 하며 자신을 아껴가며 키운 꿈은 결과가 같을지언정 본질적으로 달라요. 후자엔 자존감이 중간에 꽉 자리를 잡고 있거든요. 그러니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평가절하 하지 말고, 스스로 칭찬하며 사세요.

남은 그렇게 신경 쓰지 마세요. 누구한테 성적표를 내보이려고 사는 것도 아니거니와, 다른 사람들은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어요. 다들 제 것 보느라고 바쁘지 저 사람이 어떤 성취를 했나 못했나 계속 들여다 보며 살진 않거든요.

관심을 오롯이 본인에게 옮겨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주세요. 그렇게 자존감으로 하나하나 인생을 쌓아 나가다 보면 그 끝엔 자부심이 있을 거에요.

 

<위의 내용은 유튜브 채널, MKTV 김미경 TV를 통해 다뤄진 ‘남들에게 보여주는 삶에 지친 당신에게’의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기획 장혜정 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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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동자
다른 사람 신경 쓰기 보다는 자존감을 갖고 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덜 상처 받을것 같아요.
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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