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란 살아가는 데 제일 중요한 일상 활동이에요”
배우 하정우는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하루에 3만 보씩 걷는다고 한다. 3만 보면 어느 정도일까? 강남에서 홍대까지 약 1만6000보, 시간으로 따지면 3시간 정도다. 그러니까 3만 보를 걷는다는 건 하루 6시간 정도는 걸어야 가능한 걸음 수인 것.
‘한번 열심히 걸어보자!’고 다짐한 사람들은 하정우처럼 하루 3만 보는 아니더라도 보통 하루 1만 보를 목표로 한다. 1만보는 일종의 걷기 공식인 셈이다. 그런데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서 하루에 1만보를 걷는 것보다 10분 빠르게 걷기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루 1만 보 걷기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건강 = 하루 1만 보’ 공식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나온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하루에 적어도 1만 걸음은 걸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 한 기업에서 ‘만보기’를 만들었던 것. 제품 이름은 ‘만포케이’. 일본어로 ‘만’은 숫자 1만을, ‘포’는 걸음을, ‘케이’는 측정 장치를 뜻한다.
이 제품은 맨 처음 규슈 보건대학의 젊은 학자 요시히로 하타노의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걸음 수 측정 장치였다. 히타노 박사는 일본인들이 야구를 하는 것보다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는 미국인들의 생활양식을 점차 따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을 더 움직이게 하기 위해 만보기를 만든 것이다.
히타노 박사는 일본인의 평균 하루 걸음 수인 4,000걸음을 1만 걸음으로 늘릴 경우 하루에 500칼로리를 더 소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 1만 보 걷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1만 보 걷기 열풍이 불었고, 그 여파가 한국에까지 전파되어 지금까지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문을 품은 영국의 의학박사이자 유명 방송 진행자인 *마이클 모슬리 박사는 하루 1만 보 걷기가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1만 보 걷기 vs. 10분 걷기(액티브10)
모슬리 박사는 영국 셰필드할람대학교 운동과학센터의 롭 코플랜드 교수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셰필드(Sheffield) 지역 주민 중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중년을 대상으로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에는 만보기를 지급해 하루에 1만 보를 걷게 했고, 남은 그룹은 하루 세 번 ‘액티브10’ 운동을 하도록 했다. 액티브10은 걸음 수를 세지 않고 10분 동안 빠르게 걷는 운동법으로 그저 하루 세 번, 10분씩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면 된다. 빠르게 걷는 것의 기준은 걸으면서 말은 할 수 있어도, 노래는 부를 수 없는 정도의 속도를 의미한다.
*마이클 모슬리(Michael Mosley)
영국 BBC 소속 저널리스트, 프로듀서, 방송 MC. 영국 의사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의학 언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그는 전 세계 베스트셀러 <간헐적 단식법>의 저자이다. 간헐적 단식과 짝을 이루는 간헐적 운동법까지 완성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의지가 없거나 시간이 부족한 사람 등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운동법인 담긴 <미친듯이 20초>를 통해 ‘건강 혁명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실험 결과, 하루 1만 보를 걸은 그룹은 참가자 중 60%만 목표를 달성했고, 달성한 사람들도 하루에 1만 보를 걷는 게 쉽지 않았다며 목표 달성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10분 빠르게 걷기를 한 사람들은 바쁜 일상생활 중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목표를 달성했다. 그들은 걷기 소모임을 만들어 하루 중 편한 시간에 함께 걸었다.
1만 보를 거리와 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약 2시간, 8km 정도인데 반해, 하루 세 번의 액티브10 걷기는 거리로 약 2.4km, 걸음 수로는 3,000보를 걷는 것으로 측정됐다. 순수 운동량을 봤을 때는 1만 보 걷기가 앞섰다. 하지만 활동량은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액티브10 그룹이 중∙고강도 신체활동을 30% 정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난 것. 심장 박동, 호흡 등에서 더 많은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10분씩 3회 빠르게 걷는 것이 1만 보를 걷는 것보다 강도 높은 신체활동을 더 많이 한 셈이다.
효과적인 걷기, 어떻게 실천할까?
걷기에서 중요한 것은 신발이다. 신발이 자신의 발보다 클 경우, 신발 안에서 발이 앞뒤로 이동하기 때문에 물집이 생기기 쉽다. 신발 밑창이 얇은 경우에도 신발과 바닥과의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열이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물집이 생길 수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신발을 점검한 후에는 빠르게 걷기 적합한 장소를 찾으면 된다. 도로 옆 인도는 신호등으로 인해 멈춰야 하기 때문에 10분 동안 꾸준히 걸을 수 있는 넓은 공원이나 근처 산책로가 적합하다.
‘빠르게 걷다’의 기준은 노래를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어느 정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찰 정도다.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0분 동안 심장이 빨리 뛰도록 걷는 것이 핵심이다.
기획 우성민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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