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본능을 일으키는 87%가 여기에서 나온다

기사 요약글

소비자의 잠재된 본능을 건드리는 시스루(See-through) 마케팅.

기사 내용

 

여름 밤 한강 둔치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의 실루엣은 잠깐이라도 그 공간에 머물고 싶은 은근한 충동을 일으킵니다. 가을 저녁 선선해진 바람을 느끼며 걷는 퇴근 길, 멀리서 보이는 포장마차의 아스라한 실루엣은 매혹적입니다. 추운 겨울 모락모락 피었다 흩어지는 어묵 꼬치의 희뿌연 김은 갈 길 바쁜 보행자의 마음을 직선으로 저격합니다.
 

 

구매 동기 자극의 87%가 시각적 도구

 

오래 전 커피숍에 뮤직박스가 있던 시절, 주말이면 DJ를 보기 위해 커피숍에는 여학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잘 생긴 남자 아르바이트가 있는 분식집은 아무래도 소문이 빠릅니다. 어두운 밤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포장마차의 겨자색 전구 불빛은 보행자의 무의식을 자극합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이 모두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극하는 최적의 시각적 도구들입니다.

오감 중에서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가장 크게 자극하는 감각은 시각입니다. 무려 87%의 인지 자극력을 갖고 있다지요. 십수 년 전만해도 인테리어의 특징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밖에서 매장 안이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식당 안에서조차 높은 칸막이를 두거나 테이블 간 시선을 끊는 폐쇄형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곳곳에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고 편의점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최근 점포 인테리어의 대세는 ‘공유·개방형’이 되었습니다. 마케팅에 시각적 접근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시스루 마케팅 : 공간 & 상품 & 서비스

 

시스루 마케팅은 크게 ‘공간, 상품, 서비스’를 노출시켜 잠재된 소비 본능을 이끌어 내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공간 노출은 인테리어를 통하여 매장 내 공간을 노출하는 것으로 편의점이 대표적입니다. 편의점은 밖에서도 매장 내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지요. 직원과 손님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드러나 문득 함께 어우러져야 될 것 같은 작은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편의점은 어두운 밤이면 멀리서도 눈에 선명하여 이정표 역할까지 할 때도 있습니다.

상품·서비스 노출은 매장 내 상품을 노출시키고,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서비스를 노출시켜 구매 유도 효과를 얻으려는 것입니다. 역시 편의점과 미용실이 대표적입니다. 편의점은 어떤가요? 매장 구석구석 진열된 상품들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인테리어가 되어 있지요. 보행자는 매장을 바라보는 순간 뚜렷하지 않은 뭔가의 필요를 생각하며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더운 여름날 계속되는 땀과 갈증으로 감각이 무뎌질 즈음,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음료를 보면 어떻습니까? 바로 들어가 생수 한 병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나요? ‘많이 덥지? 들어와 봐, 시원하게 물 한잔 마시고 가’라며 진열된 상품들은 끊임없이 보행자에게 말합니다. 

미용실은 또 어떤가요? 매장 전면 통유리를 통해서 세련된 헤어 디자이너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연출됩니다. 보행자는 무심코 지나치면서도 ‘다음에는 이 집에서 머리를 해볼까’라는 자연스런 욕구를 갖게 됩니다.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노출하는 식당, 러닝머신을 보여주는 헬스클럽, 매장 앞에 웨이팅 줄 세우기(약간의 의도가 담긴) 등이 이러한 시스루 마케팅을 의도한 것입니다.

 

 


 

보여줄 것이 없었던 ‘김 대표’

 

20대 후반의 김 대표와는 수 년 전 창업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동대문에서 알아준다는 네일아트숍에서 5년을 근무했다는 그녀는 첫눈에 보아도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네일아트라는 직업과 꽤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갖고 있었습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알 수 없는 전문성이 자기분야와 잘 어울린다면, 더구나 그것이 서비스 업종이라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직률이 높은 분야임에도 언젠가 내 점포를 갖기 위해 한 곳에서 5년을 근무했다면 경력도 뚝심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점포를 이미 계약을 하고 창업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점입니다. 이유를 물으니 당시 근무하던 매장 사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창업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동대문 인근에서 개업을 하고 싶었고, 약속도 지켜야 하다 보니 로드숍이 아닌 상업용 오피스텔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네일아트 외에 피부 미용, 건강 마사지 등 다양한 업종들이 상업용 오피스텔을 영업용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예약제 서비스를 주 컨셉트로 할 만큼 단골이 많거나, 오랜 시간 지역에서 공들일 자신이 있다면 전략적으로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폐쇄형 매장은 분명 매출에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김 대표처럼 야무지고 세련된 외모를 가진 경우라면 폐쇄형 오피스텔보다는 시스루 마케팅이 가능한 로드숍이 장기적으로 유리했을 것입니다. 내 점포를 갖고 싶은 마음에 김 대표는 서둘러 그곳에서 개업을 했지만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로드숍 매장으로 옮겨 재창업을 하였습니다.



 

시스루 마케팅의 두 가지 장점

 

시스루 마케팅의 첫 번째 장점은 소비자의 잠재된 본능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공간을 노출시켜 보행자의 잠재된 소비 욕구를 유도해 내려는 것이지요. 소비자에게 ‘여기 맛있는 커피가 있으니 들어와 봐’라고 유혹하는 것보다 ‘아, 커피 먹고 싶다’라는 본능이 자극될 때 소비는 더 분명하게 일어납니다. 즉 소비자의 지갑은 욕구가 자극될 때 더 확실하게 열리지요.

두 번째는 신뢰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과장된 말로 손님을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제공되는 실제를 보여주며 상상하게 하고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흰 유니폼을 차려 입은 일식 셰프가 정성스럽게 칼을 다루는 모습을 노출시키고, 균형감 있게 만들어진 트레이너의 노출된 몸을 보면 신뢰도는 상승합니다.

소비자는 좋은 것을 선택하려 합니다. 품질은 좋은데 정작 상품이 좋아 보이지 않으면 그것은 선택되지 않습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고도 마케팅에 실패해 문을 닫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공간이라면, 좋은 상품이라면, 좋은 서비스라면 ‘좋아 보여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골목점포 사장님들은 다양한 시스루 마케팅을 연구해야 합니다.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영리해진 고객들을 매장 안까지 유인하기란 갈수록 어렵습니다. 직접 만져보거나 맛을 보게 하는 마케팅 방식은 난이도만 점점 높아집니다. 반면 시선, 소리, 냄새로 유도하는 시스루 마케팅은 소비자의 무의식을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긍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본능이 자극되는 순간이라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머릿속 저장 장치에 자동 저장될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본능이 자극되면 멀리서도 상품 전달력이 높아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기획 임소연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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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
소비자에게 ‘여기 맛있는 커피가 있으니 들어와 봐’라고 유혹하는 것보다 ‘아, 커피 먹고 싶다’라는 본능이 자극될 때 소비는 더 분명하게 일어납니다. 즉 소비자의 지갑은 욕구가 자극될 때 더 확실하게 열리지요. 이런 기본을 기억해야~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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