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통통한 과체중이 건강에 더 유리하다고?

기사 요약글

비만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은 표준체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우리 사회에 불어넣고 있다.

기사 내용

 

 

 

비만에 민감한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과체중보다는 날씬하게 보이는, 약간 마른 저체중을 건강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2010년 전후로 약간 통통한 과체중이 건강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질병에 걸렸을 때 마른 사람보다 더 쉽게 회복한다는 것이다. 체중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결과다.

 

살빼기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는 약간 살이 쪘어도, 특히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면, 날씬해지려고 과도하게 노력하지 않는 게 좋다. 표준체중 범위에서 약간 벗어나더라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적절하게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살아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몸무게가 표준체중이냐, 저체중이냐, 과체중이냐를 주로 신체질량지수로 판가름한다. 신체질량지수는 흔히들 BMI(Body Mass Index)라고 부르는 것으로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대한비만학회는 이 수치가 18.5 미만이면 저체중, 18.5~22.9면 표준체중, 23~24.9면 과체중, 25~29.9면 경도 비만, 30~39.9면 중정도 비만, 40 이상이면 고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 25 이상을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우리나라보다 아시아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비만이나 과체중에 대해 너그럽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뚱뚱? 통통?
건강 체형은?

 

 

2010년 이후 비만과 질병 또는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가 잇따라 발표됐다. 이런 연구 가운데는 심부전이나 당뇨, 치매에 걸렸을 경우 과체중인 사람이 저체중인 사람에 견줘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뇌경색이 왔을 때도 과체중인 사람의 경우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데, 이는 혈관을 돕는 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마른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예민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스트레스가 건강 유지나 질병 저항에 불리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의학자들은 특히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노인들의 경우 약간 뚱뚱한 게 건강에 유리하다고 한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부 언론들은 ‘비만이 건강의 적이 아니라 되레 더 오래 살게 한다’거나 ‘살찐 사람이 더 오래 산다’ ‘뚱뚱해야 건강’ 등 다소 과장되고 왜곡된 제목으로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확실히 구별해야 할 것은 비만과 과체중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뚱뚱한 것과 통통한 것은 상당한 어감 차이가 있다. 뚱뚱은 비만에 가깝고 통통은 과체중에 가깝다. 비만 특히, 고도 비만과 중정도 비만은 각종 대사질환과 암 등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또 과체중이라도 만약 팔이나 다리 등에 근육이 빈약하고 복부비만 등이 심하다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사망 확률이 가장 낮은
BMI 수치는?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만성 식량 부족 시대에는 뚱뚱한 사람에 대한 선호가 분명 있었다. 이는 그 시대 조상들이 남겨 놓은 토우나 조각품 등에서 잘 나타난다. 이런 뚱뚱한 여성 토우 등을 놓고 우리들은 기근 상황에서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견디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을 선호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한다. 

 

최근 과체중인 사람이 질병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일련의 연구 결과는 옛날 우리 조상들이 뚱뚱한 사람들을 선호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특히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교수 팀이 한국인 2만 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114만 명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최근까지 9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아시아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은 BMI가 22.6~27.5일 때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대한비만학회의 표준체중 분류 기준치로 볼 때 경도 비만에 해당하는 BMI 지수도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아시아인, 특히 한국에서 비만 문제가 상업적 이득(다이어트약이나 다이어트의료)과 결부되면서 비만을 너무 엄격하게 규정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체중과 비만, 표준체중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다시 말해 좀 더 느슨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너무 마르지 않고, 너무 뚱뚱하지 않으면, 특히 복부 내장비만이 심하지 않으면 건강을 별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최근의 비만 관련 의학 연구 흐름이다. 날씬해지는데 온 신경을 쓰고 음식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운동에 강박을 지닌 사람들에겐 정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안종주(전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 라이나전성기재단 언론재능나눔단)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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