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딴 플로리스트 자격증이 내 인생을 바꿨다

기사 요약글

직장인, 워킹맘, 전업주부를 거쳐 플로리스트로 변신한 인생 2라운드 성공기.

기사 내용

 

오늘도 이유진(53세, 가명) 씨는 새벽 꽃시장을 찾았다. 고객사인 카페를 머릿속에 그리며 그곳에 어울릴 만한 꽃들을 고르는 손길이 바쁘다. 꽃 장식을 맡아 매주 한 번씩 꽃을 교체해 주는 그 카페는 벌써 1년 간 거래하고 있는 고정 고객이다. 일주일에 한 번 카페 입구와 실내 곳곳, 각 테이블 위 등을 새 꽃으로 장식하고 주중에 한 번 더 방문하여 재정비를 해준다.

이렇게 실내 꽃 장식을 고정적으로 맡고 있는 카페가 두 곳이고, 가끔 부정기적으로 주문을 받는 경우도 있어 일주일에 평균 3~4일은 출장이다. 유진 씨는 작업할 꽃들을 한아름 차에 싣고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12년은 워킹맘 10년은 전업주부

 

유진 씨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 졸업하던 해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몇 번 고배를 마신 후 모 중견회사에 취업했다. 전산실에 배치된 후 몇 년 동안 정신 없이 일했다. 업무 성격상 야근이 잦았고, 전산 장애가 일어나면 철야 작업을 하거나 퇴근 후 다시 불려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당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란 단어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회사 업무에 몰두하던 시절이다.

입사 5년 차 때 유진 씨는 대리로 승진했고, 결혼도 했다. 곧이어 임신, 그리고 첫 아이 출산. 이후에도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후 엄마의 손을 가장 필요로 한 시기가 오자 12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갔다. 

의외로 유진 씨는 전업주부 역할에 푹 빠져들었다. 그동안 미안한 마음만 앞섰던 아이에게 엄마 노릇도 충분히 하고 싶었고, 늘 이른 아침부터 허둥대던 하루도 여유 있게 느껴져 좋았다. 남편의 월급에 맞춰 생활 규모를 줄이기 위해 맞벌이 시절 생각 없이 쓰던 외식비, 경조사비, 보험료 등의 지출을 줄여나갔다. 그렇게 10여 년을 유진 씨는 주부로서의 삶에 충실했다.
 

 

 

어느 날 찾은 꿈

 

그러던 중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창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졸업 이후 소식이 끊어졌다가 20여 년만에 만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연락처를 주고받았는데,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유진 씨와 달리 친구는 명함을 건넸다. 거기에는 ‘플로리스트 ○○○’이라고 적혀 있었다. 

옛 친구와의 뜻밖의 만남은 그녀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유진 씨는 친구의 꽃집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일손이 필요하면 돕기도 하면서 친구가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꽃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겼고, 차츰 플로리스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 따라 처음 가본 새벽 꽃시장에서 치열한 삶의 현장을 느끼고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그저 예쁘다고만 여겼던 꽃 한 송이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런 유진 씨를 지켜 본 친구가 꽃 공부를 해보라고 권했다. 우선 친구의 강의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그 강좌는 취미로 꽃 장식을 배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반이었다. 강의를 들을수록 점점 재미있고, 솜씨가 있다는 칭찬도 들었다. 직접 만든 꽃 작품을 보면서 커다란 성취감도 맛보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취미를 넘어 어엿한 직업인으로 꽃을 다루고 싶었다. 쉰이 가까운 나이에 가능할까? 염려도 되었지만 “인생 백세 시대, 아직 반도 안 살아온 젊은 나이”라는 친구의 격려에 용기를 냈다. 유진 씨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갖춰야 할 것들

 

플로리스트는 꽃을 여러 목적에 따라 포장 판매하거나 각종 화훼장식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므로 미적 감각과 색채 감각, 창의력이 요구된다. 건강한 체력도 필수 요소다. 플로리스트가 되면 전문 플라워숍 운영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접목해 플라워 강사, 웨딩플로리스트, 장례플로리스트, 파티 플래너, 미디어 전문 코디네이터, 플랜트 큐레이터, 비주얼 머천다이저 등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

취업보다는 창업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분야에서 플라워디자인, 플로리스트의 수요가 증가해 전망은 밝은 편이다. 대학에서 원예 관련 학과를 전공하거나 일반 학원에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이수, 또는 원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플로리스트가 될 수 있다.

플로리스트 관련 자격으로는 국가기술자격인 화훼장식기능사와 각종 민간단체에서 시행하는 민간자격들이 있다. 화훼장식기능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며 응시자격에는 연령, 학력, 경력, 성별, 지역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큐넷(www.Q-net.or.k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영국, 미국, 독일 등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해외 유학파도 많다. 플로리스트 자격증은 그 자체로의 활용보다는 과정 이수를 통해 꽃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고, 종합적인 실무를 배운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격증 유무보다 창의적인 부분이 더 중요한 직업이므로 꾸준한 실습과 미적 감각 개발에 계속 힘써야 한다.


 

 

플로리스트 자격증 따는 법

 

유진 씨는 우선 국가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학원에 등록해서 집중적으로 원예학개론, 화훼장식, 꽃 작품 표현실습, 꽃다발과 포장기법, 테이블 코디네이트 실습, 이벤트 및 화훼연출 등의 이론과 실습 과정을 배웠고, 친구네 꽃집에서 연습과 실전을 거듭했다. 유명 플로리스트의 원데이 클래스 특강도 수강하며 최신 트렌드 익히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 수강료가 비싼 편인 플로리스트 관련 수업을 다양하게 듣기 위해 유진 씨는 내일배움카드(구직자 및 자영업자 등에게 일정 금액의 훈련비를 지원함으로써 직업능력개발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직업능력개발 훈련이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발급받아 수강비의 부담을 줄였다.

드디어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따던 날, 유진 씨는 ‘플로리스트 이유진’이라 새겨진 명함을 주문했다. 30대에 ‘전산 과장 이유진’ 명함을 버린 이후 50대에 새로 쓴 이름표였다. 꽃길을 향한 첫 걸음, 유진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힘차게 내딛었다. 

 


내일배움카드 발급 방법
 

1. HRD-Net 홈페이지에서 내일배움카드에 대해 알아보고(교육 동영상), 고용센터에서 직업상담 받고, 카드 발급을 신청한다.
2. 고용센터로부터 제공받은 계좌적합 훈련과정 확인 후 알맞은 과정을 선택하고 훈련에 참여한다.
3. 훈련 후 취업이나 창업 상태를 일정 기간 이상 유지하면 자비부담금을 전액 환불 받을 수 있다.

 


기획 임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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