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0만 명이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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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일정 요금을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받아 쓰던 구독이 경제 트렌드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구독경제’라고 일컫는데 과거에는 구독의 대상이 신문이나 잡지, 우유 등에 국한됐다면 최근 등장한 구독경제는 미디어와 식음료, 생활용품, 예술, 건강, 온라인 쇼핑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해왔다면 구독경제에선 소유하는 대신 가입이라는 방식을 선택하는 차이가 있다.

 

 

구독경제의 모델 넷플릭스

 

이 같은 구독경제의 성공과 확산의 배경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는 한 달에 적게는 7.99달러(한화 약 9700원)만 내면 영화와 TV 프로그램과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콘텐츠 사업자로 유료 가입자만 570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서비스지만 가입자 5700만 명 중 1800만 명이 해외 구독자일 정도로 전 세계 IT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넷플릭스는 방송 등 콘텐츠 소비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게임 체인저이다. 실시간 또는 다운로드 시청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스트리밍 서비스(OTT: Over The Top)로 과감하게 바꾸고 자체 제작 콘텐츠(넷플릭스 오리지널)를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구독경제의 시초 모델인 넷플릭스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구독경제 확산을 부추겼고 이는 다양한 형태의 넷플릭스 모델을 탄생시키고 있다.

 

 

다방면으로 진화하는 구독경제

 

스웨덴의 자동차 회사 볼보는 요즘 “자동차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Car)”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이른바 ‘볼보 케어(Care by Volvo)’로 구독자는 2년간 매월 700~850달러(한화 약 85만~103만원)를 내면 SUV XC40이나 세단 S60을 비롯한 4개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국영철도사 SNCF는 16~27세를 대상으로 월정액을 내면, 원하는 곳은 어디나 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후치는 월 9.99달러(한화 약 1만2천원)만 내면 뉴욕 맨해튼의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씩 마실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2017년 200만 달러(한화 약 2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일본에서는 월 3000엔(한화 약 3만4천원)에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술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구독경제

 

한국에서도 구독경제가 뜨거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스타트업 ‘꾸까’는 월 3만원만 내면 2주일에 한 번씩 꽃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해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월 9900원에 3만여 권의 전자책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무거운 종이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종이책 한 권 가격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다양한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서비스 2년 만에 가입자 수 70만 명을 넘겼다.

매달 면도날을 배송해주는 ‘와이즐리’와 고급 셔츠를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위클리셔츠’는 젊은 남성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콜드브루 커피를 받는(구독) 사람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생리대를 받는(구독) 여성도 늘고 있다.

일상 속으로 빠르게 침투한 구독경제 서비스는 이처럼 와인, 과일, 채소, 가정간편식 등 식음료부터 자동차, 정수기, 류, 꽃, 취미용 소품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추세이다.

 

 

한국 대기업들의 구독경제

 

처음 스타트업 기반으로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해 시작된 구독경제가 의외로 성공을 거두자 대기업들도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CJ ENM 오쇼핑은 지난 5월부터 TV 홈쇼핑 최초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쿠팡은 현재 8000여 개의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월 72만원을 내면 주행거리 제한 없이 3가지 차량 중 원하는 차량으로 매월 최대 2회씩 교체해 탑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왜 구독경제에 열광할까?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앱으로 구독경제를 신청하고 적극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상품 선택 및 구매 과정, 절차에 번거로움이 없고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도 구독경제를 선택하는 이유로 보인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는 구독경제의 트렌드에 대해 생산자 시대에서 소비자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고, 구독경제 시장 규모도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트는 구독경제는 2016년 4,200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에는 5,300억 달러 규모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소유를 통한 소비보다 구독하며 경험하는 소비에 더 큰 가치를 느끼기 시작한 시대가 열렸다.

 


기획 임소연 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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