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둘 다 갱년기면 누가 양보해야 하죠?

기사 요약글

인생의 ‘애매모호’한 고민을 털어놓으세요. 전성기 상담소가 들어드립니다.

기사 내용

 

 

 

Q. 부부가 쌍으로 갱년기를 겪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한창 갱년기를 겪기 시작한 56세 주부입니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우울한 와중에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남편이에요. 옆에서 위로와 격려를 해주기에도 모자랄 판에 남편 역시 부쩍 짜증과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본인 말로는 ‘남성 갱년기’라고 합니다. 실제로 전에 없이 드라마를 보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성욕도 예전 같지 않은 눈치입니다.

그러다 보니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하고, 사소한 얘기가 말다툼으로 번지기 일쑤입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갱년기를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다행이지만, 저희처럼 부부가 모두 갱년기의 권태로움을 겪고 있다면 과연 누가 양보해야 하나요? 마음은 ‘저 사람도 힘들겠지, 내가 위로가 돼줘야지’ 하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치면 저 역시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것 같아 요즘은 황혼이혼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우리 부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남들도 다 이런 갈등을 겪는지 궁금합니다.

_주부 김모연(가명)

 

 

A. 둘 다 양보하지 마세요.

 

‘걍’ 열 받는 ‘걍’년기를 부부가 함께 보내고 계시는군요. 이 와중에 희망적인 사실 하나 짚어드리자면 두 분은 ‘단기속성반’으로 갱년기를 지내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만일 여느 부부처럼 각자 따로따로 갱년기를 겪는다고 가정해볼까요? 한 사람당 5년씩만 쳐도 족히 10년은 그 지지부진한 세월을 견뎌야 하니 얼마나 지쳐요. ‘짧고 굵게’ 갱년기를 보내는 점에서 장단이 함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듣자 하니 김모연 씨 부부의 경우 ‘당장 내 몸이 힘들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연민을 느낄 여유가 없는 상황’인 듯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정도 감정적인 해소를 하고 있다는 점,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성욕이 남아 있다는 점, 말 같지 않은 잔소리나마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내 역시 이런 글을 남길 정도로 남편에게 애정이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희망적입니다. 적어도 남편에게 위로와 격려를 받고자 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니 말이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부부가 모두 갱년기일 때 누가 양보해야 하는지를 물어보셨는데 제 대답은 ‘양보하지 말아라’입니다. 굳이 서로의 양보와 위로를 기다릴 것도 없어요. 각자 짊어진 무게는 각자가 책임지는 겁니다.

서로 호된 ‘삶의 홍역’을 앓으며 고열에 시달리는 처지에 누가 누굴 돌봐야 하는지, 그 의무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히 아파하고 해결책을 찾으며 이 ‘터널 같은 시간’을 잘 헤쳐나가다 상황이 나아지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예전처럼 모여 하하호호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너무 힘들 땐 타인의 위로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혼자 차분히 생각할 기회를 가지면서 이 짜증과 화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되돌아볼 수도 있을 겁니다. 내 몸의 상태, 기분에 따라 이유 없이 벌컥벌컥 화를 내지는 않았는지, 헤아리다 보면 분명 상대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겨날 것입니다.

만일 ‘기댈 곳’이 필요하다면 적당히 거리가 있는 주변인을 활용해보시길 권합니다. 너무 가까운 사람에게는 내 문제를 툭 털어놓기 힘들 때가 있으니 말이죠. 이때는 이미 갱년기를 겪어본 주위 사람들이 적당합니다. 투정도 부려보고 삶의 지혜도 구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다 보면 마음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이 참에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려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은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볼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김모연 씨는 부부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봤지만, 두 분께서는 인생의 단계에 맞는 고민을 하며 누구보다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입니다. 갱년기라는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퍼붓지 않고 인내하고 있으니까요.

_이호선 교수(숭실사이버대학교 학과장 겸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

 


 

남성 갱년기와 여성 갱년기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40~55세 사이에 난소 기능이 떨어지며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는 갱년기를 겪게 된다. ‘폐경’이라는 명확한 신체 변화를 겪는 여성의 갱년기와 달리 남성의 갱년기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남성 역시 30대 후반부터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는데 심화되면 피곤, 우울, 성욕 감퇴, 발기부전 등을 겪는다. 학계에서는 남성호르몬이 30세 전후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해마다 0.8~1.3%씩 감소한다고 본다. 규칙적인 운동, 금주, 금연 등으로 갱년기 극복 노력을 시도해볼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하면 병원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나도 혹시 남성 갱년기?


 성욕이 감퇴했다
 발기의 강도가 떨어졌다
 기력이 몹시 떨어졌다
 운동 시 민첩성이 떨어졌다
 키가 줄었다
 삶에 대한 즐거움이 줄었다
 울적하거나 괜히 짜증이 난다
 저녁 식사 후 바로 잠자리에 든다
 최근 일의 능률이 떨어졌다
 근력이나 지구력이 떨어졌다

♦ 1~2번째에 해당하거나 1~2번째를 제외한 문항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할 것. 출처 서울성모병원

 

 

 

기획 장혜정 일러스트 김가빈 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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