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언 - 새 가족과 낯설고 어색한 시간

기사 요약글

한 결혼정보 회사에서 ‘부모의 황혼 재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사 내용

황혼 재혼을 반대한 남성의 51.8%, 여성의 39.2%가 그 이유로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고 불편할 것 같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대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함께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그 상상엔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형수, 혹은 누군가의 새 부모가 되는 것 따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가족들이 덤으로 딸려 오기 마련. 생물학적으로 완벽하게 남이지만, 재혼이나 자식의 결혼 등 가정 결합으로 가족이 되는 사람들. 생각해보라. 어느 날 갑자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을. 그 어색함이 대폭발하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 나에게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는가?

 

 

Case 1 장인과 예비 사위는 말이 없다

“나도 한때는 너만 한 나이였던 적이 있었지. 그래서 네 머릿속이 훤히 보인다. 그리고 네 바지 속도 훤히 보여. 네가 내 딸에게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 내가 그대로 네 놈에게 갚아줄 거거든.” 영화<미쓰 루시힐> 중 아버지가 딸의 남자친구에게


나의 상황
금이야 옥이야 키운 내 딸이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왔다. 순간 ‘남자라면 좀 듬직한 맛이 있어야 할 텐데’ ‘내 딸이라면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텐데’ 같은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하지만 나도 장인어른을 만나러 갔을 때 그분의 싸늘한 눈초리에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나 그냥 넘어갔다. 딸이 잠시자리를 비웠고 “요즘 일은 할 만한가?”라는 내 질문에 그 녀석은 “네”라고 대답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 후 서로 먼 산만 보고, 유난히 시계 소리만 크게 들리는 정적이 흘렀다. 딸이 돌아오고 나서야 어색한 기류가 조금 옅어졌다.

그의 상황
평소 어른들과 잘 지내는 편이어서 장인어른과의 만남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인어른을 뵙자마자 이상하게 긴장되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여자 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그때 갑자기 장인어른이 질문하셔서 그냥 “네” 라고 해버렸다. 괜히 아무 얘기나 꺼냈다간 실수할 것 같아 할 말을 고르고 고르다 보니 시간이 점점 흘렀고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럴 땐
‘딸의 남자 친구는 일단 때려놓고 보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딸 바보가 아니라도 딸의 연애 대상이 곱게 보이는 아버지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상황이 싫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기도 힘들다. <사람 사귀는 법에 서툰 이들을 위한 인간관계 맺는 기술>의 저자 존 맥스웰은 관계의 문을 여는 가장 중요한 실천방법으로 ‘공통점을 찾으라’를 제시했다. 이제 대한민국 남자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군대’ ‘술’ ‘여자’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아! ‘여자’ 이야기는 서로 안 하는 게 좋다. 화목한 가정을 지키고 싶다면 말이다.

 

 

어색함이 사라지는 잡담의 다섯 가지 법칙


1 잡담은 알맹이가 없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화를 여는 잡담으로 무슨 중대한 인생사를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그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오늘의 날씨' '지하철에서 본 진상들' '어제 본 개그 프로그램' 처럼 신변잡기적 이야기면 족하다.

2 잡담은 '인사+알파'로 이뤄진다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건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이름을 부르며 밝게 인사하고, 혹시 '캔디'나 '커피'같은 걸 먹겠냐고 물어봐라. 이야기가 쉽게 이어진다. 혹시 거절당해도 무안해할 것 없다. '커피 안 좋아 하나 봐요?'란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면 그만이다.

3 잡담에 결론은 필요 없다
대화를 시작했다고 꼭 결론을 맺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라. 그렇게 대화의 '물꼬'를 텄다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만나서 하고자 했던 대화로 넘어가면 된다.

4 잡담은 과감하게 맺는다
결론은 필요 없지만 깔끔하게 끝낼 수 있어야 한다. 대화를 이어가다 대화가 끊기는 순간에 서로 우물쭈물하다 보면, 대화도 이어지지 않고 상황만 어색해진다. 대화가 끊겼을 때 다음 화제가 떠오르지 않는 다면 그때가 잡담을 멈출 타이밍이다.

5 훈련하면 누구나 능숙해진다
대화 자체가 어색해서 잡담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자꾸 하다 보면 '잡담력'이 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땅히 잡담을 할 상대가 없다면 택시를 타라. 택시기사는 우리 모두의 좋은 잡담 상대이자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려주는 훌륭한 '교사'다.

 

 

 

 

Case 2 나는 요리를 하고 예비 며느리는 안절부절못한다


나의 상황
아들의 여자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그녀가 나의 ‘예비’ 며느리가 될지, 아들의 그냥 여자 친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들이 집에 여자를 데려왔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약간 긴장이 되었다. 이 상황이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자리를 피하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뭐라도 먹을 만한 걸 대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부엌으로 따라 들어오는 것 아닌가? 다시 거실로 나갈 수도 없어서 “가서 편히 쉬고 있으라” 고 말했지만 그녀는 계속 내 옆을 서성거렸다.

그녀의 상황
남자 친구가 집으로 초대했다. ‘이제 우리도 결혼할 나이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밝게 반겨주셨다. 어머니께서 요리를 해주신다고 주방으로 가셨다. 어른이 요리를 하는데, 게다가 시어머니가 될지도 모르는 분이라, 그냥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냥 쉬고 있으라고 말씀하시지만 앉아 있는 소파가 더 불편한 상황. 차라리 내가 요리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머니의 주방을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주방에서 나가 쉴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어색하게 서 있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이럴 땐
레스 기블린의 <인간관계의 기술>을 보면, ‘인간관계를 꽃에서 배우자’는 말이 있다. 꽃은 벌에게 오라고 큰 소리를 내거나 명령하지 않고 그저 꿀 몇 방울만 떨어뜨린다. 마찬가지다. 상대와 가까워지고 싶으면 상대가 원하는 걸 줘라. 예비 며느리가 주방에서 어색해하면 일을 시켜라.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우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일을 시키면 된다. ‘마늘 까기’ ‘콩나물 다듬기’ 같은 적당히 시간이 걸리면서 쉽고,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아도 되는 일 말이다.

 

 

 

Case 3 시아버지의 재혼 상대는 시어머니가 아니다?


나의 상황
황혼 이혼을 강행하신 시부모님. 그리고 이어진 시아버지의 재혼 선언. 그런데 새 시어머니에게 ‘어머니’ 라는 호칭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머니라고 부를 수도 없고. 이렇게 호칭을 회피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시댁에 갈 때마다 “요즘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르겠어요.” 같은 말로 호칭이 필요한 인사를 생략하고 현관문을 통과한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 호칭을 안 쓰고 모른 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녀의 상황
다 늙은 인생, 외롭고 쓸쓸히 혼자 보내는 것보단 누군가 옆에서 등 긁어줄 사람과 살아가고 싶었다. 그 댁 자식들은 이미 장성해서 크게 결혼에 반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직 그네들에게서 ‘어머니’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다. 나 역시도 남편의 자식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했고, 남편과 상의해서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이 집안 자식들은 나를 아버지의 ‘늙은 애인’으로만 보는 것 같다. 내 입으로 ‘어머니’라 불러 달라고 하면 옹졸해 보일 것 같아서 싫다. 그저 ‘언젠가 부르겠지’란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럴 땐
홍길동도 아니고,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철우의 <관계의 심리학>에 의하면 ‘할 말을 안 하는 것이 관계를 망친다’ ‘불공평함을 해소시켜야 관계가 회복된다’고 한다. 즉 가족이라도, 감정 문제라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관계가 발전한다. 모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어색함과 친근함이 공존한다. 거기에 굳이 호칭 문제를 더 보탤 필요가 없다. 어차피 부를 호칭이라면 눈 딱 감고 불러라. 뭐든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Case 4 재혼한 남편의 고등학생 아들이 불편하다


나의 상황
사고로 남편을 잃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나간 동호회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이라면 함께 늙어도 좋을 것 같아 재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의 고등학생 아들이었다. 아직 어려서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도 아니고, 독립해 나갈 나이도 아닌 애매한 상황. 내 자식을 키워본 적이 없어 고등학생 남자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편 없이 그 아이와 둘이서 집에 있을 때면 숨이 막힌다. 자기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버리는 아이에게 과일이라도 갖고 들어가서 대화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그 아이의 상황
아버지가 재혼 이야기를 꺼내셨을 때 처음엔 반대했다. 주위 시선도 껄끄럽고, 나에겐 친어머니도 있고,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런데 차츰 아버지도 남자인데 외롭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누군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막상 잘 모르는 ‘아주머니’와 집에 같이 있으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챙겨주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게 더 불편하다. 그래서 일부러 집에 오면 내 방에만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럴 땐
재혼 상대의 자식과 빨리 친해져야 가정생활이 원활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결혼할 수 있을까>의 저자 매기 스카프는 성급하고 의도적인 접근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대신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일대일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 고딩 아들이 반항적이라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요즘엔 ‘일대일’의 관계를 시작하기 참 좋은 도구가 있지 않은가? ‘카톡’ 말이다. 우선, 톡부터 시작하자. 얼굴을 보고 하기 힘든 말도 카톡으로는 가능하니까. 가끔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드립’도 사용해봐라. 쌓이는 카톡 메시지만큼 정도 쌓인다.

 

 

 

Case 5 아들이 재혼했다


나의 상황
이혼한 아들이 새 며느릿감을 데리고 왔다. 지난번 그년은 바람이 나서 도망갔는데, 이번에는 올바른 상대일지 걱정이 앞섰다. 10여 년을 한 이불 덮고 살던 사람도 도망을 가는 판에 새로 들어온 며느리라고 다를까. ‘괜히 시부모 노릇했다가 미운 털 박히면 친자식도 아닌 내 손자에게 눈길이나 주겠냐’란 선입견 때문인지 막상 며느리가 된 뒤에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설엔 새 며느리와 있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하루 종일 자리를 피했다. 추석에 같이 음식도 만들고 차례도 지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녀의 상황
이혼남인 줄 알았지만 사람이 선해 보여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가족에게 인사를 하러 갔는데, 벌써부터 시어머니 자리가 나를 못마땅해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자연스럽게 대해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시어머니 되실 분이 참 불편했다. 평소엔 그저 형식적이나마 안부 전화 정도만 하면 되겠지만 명절이 걱정이다. 결혼하고 처음 맞은 설에 찾아간 시댁은 ‘외국’이나 다름없었다. 다들 자기들 일에 바빴고 남편이 아닌 그 누구와도 대화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시어머니는 아프다고 차례도 지내지 않으셨다. 이제 또 추석이다. 어쩌지?

이럴 땐
어느 누구라도 재혼을 한 새 며느리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그녀가 뭘 하든 못마땅해 보일 거다. 그러나 랜디 건서의 <관계 파괴자>란 책에 따르면, 의도하지 않은 내 행동이 관계 자체를 끝낼 수 있다. 아들의 이혼으로 이제 새로 시작할 아들의 재혼을 망치면 안 된다. 그러니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 어차피 ‘내’ 며느리다. 내가 윗사람이다. 그냥 원래 며느리를 대하던 것처럼 편하게 행동해라. 물론 드라마에 나오는 막장 시어머니처럼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