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퇴직하면 중소기업으로 재취업하는 게 쉬울까?

기사 요약글

대기업에서 퇴직하면 으레 재취업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너무 많은 이력이 취업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재취업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기사 내용


 

 

김형석(58세)

전직 대기업 통신사 임원(상무) 업무 영업, 신사업 발굴

현직 중소 제조업체 임원 업무 영업 부문 총괄

 
 

 STEP 1  퇴직 이후 진로

창업할까? 귀농할까? 재취업할까? 

 

김형석 씨는 대기업 통신사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뒤 퇴직했다. 마지막 직책은 상무로 회사 내에서 영업 총괄, 기술 분야(신사업 발굴)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퇴직자 대상 전직 지원 프로그램에서 만난 그는 “이 나이에 재취업이 가능할까요?”라며 재취업에 부정적이었고 재취업 의지도 높지 않았다.

그는 퇴직 후 진로로 창업과 귀농을 놓고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창업을 준비하며 자금 계획을 세웠지만, 은행 대출은 퇴직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결국 창업을 포기하고 귀농 준비를 했는데 이번엔 농삿일이 그를 가로막았다.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만으로 귀농했다간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 인생 2라운드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 전직 지원 컨설팅을 받으며 점차 재취업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STEP 2  직종 찾기

중견기업, 중소기업 영업 부문으로 타깃 설정 

 

컨설팅을 통해 진단한 결과 기획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업무를 통해 쌓은 네트워크와 대인관계 역량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가 이전 경력 중 영업 지사장을 했을 때 가장 즐겁게 일했다는 점도 발견했다. 전직을 살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영업 부문에 도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재취업에 마음을 굳힌 그는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앞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임원 출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 대기업 퇴직자, 특히 임원 퇴직자들이 재취업할 때 갖는 막연한 불안이다. 그러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반대로 말한다. 경험이 많은 대기업 출신 퇴직자들을 활용하고 싶어도 과거의 직책에 머물러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것.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의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도 그만큼 취업의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다.

 

 

 STEP 3  이력서 쓰기

경력을 리뷰하다

 

구직활동을 위해 먼저 이력서 작성부터 시작했다. 이직 경험이 없던 터라 뭘 써야 할지 망설이던 그에게 일단 입사지원서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간 자신의 경력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작성하도록 조언했다. 가급적 쓸 수 있는 모든 경력을 모두 적게 했는데 그는 이력서를 채우는데 무려 30여 분이 걸렸다.

중년 퇴직자, 특히 임원급 퇴직자들이 이력서를 쓸 때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수십 년 경력을 이력서에 담으려니 간혹 이력서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사람도 있다. 그가 쓴 이력서를 리뷰하며 성과를 냈던 일, 즐겁게 했던 일을 끌어내 그만의 강점과 장점을 분석했다. 채용 시장에서 매력을 발산할 나만의 상품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는 강점이 있던 영업과 영업 관리를 특화시키기로 했다. 제품은 달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TEP 4  구직활동

신사업 제안서를 만들다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위해 이력서를 다시 작성했다. 불필요한 내용을 과감하게 다이어트하고 자신의 강점과 지원 기업에서 흥미를 느낄 만한 경력 위주로 수정한 것. 10여 번의 수정 및 보완 작업을 진행했고 이력서에 담지 못한 경력 중 꼭 필요한 내용은 자기소개서에 보완했다. 또한 취업하고 싶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리스트를 작성한 뒤 그 회사의 구인공고가 떴다고 가정, 맞춤형 입사지원 서류를 작성했다.

무엇보다 재취업 필살기로 삼은 건 신사업 제안서. 퇴직 전 신사업 분야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자신이 목표로 삼은 기업의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해 그만의 신사업 제안서를 만든 것. 여기서 포인트는 한 장으로 압축했다는 점이다.

대표나 면접관은 제출 서류의 장수가 많으면 잘 읽지 않으므로 최대한 핵심만 담아 정리하는 것이 좋다. 물론 신사업 제안서는 작성하기 힘들다. 그러나 기업에 흥미를 이끌어내는 나만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목표로 했던 중소기업의 채용 공고가 올라오기 전이었지만 신사업 제안서까지 담은 포트폴리오를 해당 기업에 보냈다. 며칠 뒤 해당 기업 대표가 직접 그에게 면접을 요청했다. 그는 대표에게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자신이 발굴할 수 있는 신사업 제안 내용을 설명하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1년 동안 인턴으로 근무할 수도 있다며 회사에 역으로 제안했다. 그의 자신감은 대표에게 각인됐고 보름 후 그는 영업 총괄 임원으로 채용됐다.


 

 

 STEP 5  10년 더 일하기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하라

 

그는 재취업 후 조력자의 역할부터 시작했다. 대기업에서 체득한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히 영업사원들의 현장 애로점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새 직장과 새 업무에 대한 적응을 끝낸 올해부터는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본격적으로 신규 아이템을 발굴해왔다.

그가 하반기에 추진 중인 사업은 IT 및 드론, 안티 드론 등의 분야다.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산업 분야와 직무를 최대한 살리고 1년 동안 중소기업을 분석해 융합한 아이템이다. 기존 시장에서 회사의 매출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대표에게 새로운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고, 대표는 그의 도전을 밀어줬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전직에서 찾은 가진의 강점을 잘 살리면 임원으로도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욱희 취업 컨설턴트의 TIP

 

대기업 퇴직자가 중소기업 취업 시 알아야 할 것들.


 
1 시스템 보완자로서의 역할을 노려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게 대기업의 시스템은 로망이다. 하지만 인력과 자금 등으로 문제에 부딪혀 그 시스템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바로 이 부분이 틈새시장이다. 대기업 퇴직자들에게 추천하는 코스로 자문 역할을 하다보면 정식 계약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2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라

중소기업 대표들이 대기업 출신 재취업자를 두고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중소기업을 너무 모른다는 것. 대기업의 좋은 시스템만 경험한 탓에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해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3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춰라

대기업 임원 출신을 채용했는데 직원들과 융화가 안 돼 난처한 상황을 겪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직원들이 기대치에 못 미치더라도 ‘이것밖에 못하나’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며 혼내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내가 지원해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는 게 좋다.
  

 

기획 이인철 장욱희(커리어 파트너 대표)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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