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버지에게 배운, 멋지게 잘 죽는 법

기사 요약글

스타강사 김미경이 전하는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기사 내용

 

 

 

Q. 췌장암으로 친구를 보내 보니 죽음에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게 있을까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한창 죽음에 대해 생각중인 박영희(가명)라고 합니다. 제 나이 이제 60대 초반이지만, 1년 전 친한 친구의 장례를 치른 뒤부터 인생이 허무하고 외롭다는 생각만 듭니다.

 

저와 함께 동남아 여행을 다녀올 만큼 건강했던 친구가 하루 아침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 정말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혹시 오진이 아닐까 싶었지만 급격히 살이 빠지고 피폐해지는 친구를 보니 죽음의 기운이 바로 이런 건가 싶더군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며 하루하루 위태롭게 투병생활을 이어가던 친구에게 ‘아름다운 마무리’니 ‘유종의 미’니 하는 말들은 무의미했습니다. 친구의 하나뿐인 아들과 남편 역시 갑작스러운 비보에 방황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결국 이렇다 할 만한 추억 하나 만들지 못한 채 친구는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났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저 역시 많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사람은 언제든 떠날 수 있구나, 죽고 나면 모든 게 부질 없구나 싶어 허무한 한편, 나는 내 가족들과 저렇게 ‘별 거 없이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후회 없는 ‘인생의 마지막’을 미리미리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미경TV의 촌철위로
“죽는 데도 실력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에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갔는데 친구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미경아 내가 이번에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는 걸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사람이 죽는 데도 실력이 필요하더라.” 무슨 말인가 되물었더니 아버지가 정말 멋지게, 자식들에게 많은 걸 알려주시고 돌아가시는걸 보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데도 나름의 철학과 스킬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예요.

 

친구 아버지는 암이었어요. 80대 중반 정도 되셨는데 어느 날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식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대요. “아빠가 보니까 나이 들어서 잘 아프고 잘 죽어야 되겠더라고.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하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너희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돈 걱정도 하지 말아라. 아빠 치료 비용 따로 있다.”

 

실제로 친구 아버지는 의도하신 대로 차근차근 여생을 정리하셨어요. 원래 살던 집을 정리해 엄마에게 작은 집을 마련해 드린 뒤, 남은 돈의 60%는 사회에 환원을 하시고, 40% 중 일부는 자식들에게 선물로 조금씩 나눠줬으며 그 일부를 쪼개 본인의 병원비와 장례비를 마련해 두었던 거죠.

 

친구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병원비에 대한 부담을 지워주는 것만큼, 부모 입장에서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대요. 병원비 때문에 자식들 간에 싸움이 일어나는 것도 봤고, 자식들의 돈에 맞춰 이런 저런 치료를 받다 결국 저 세상으로 가는 지인들을 보면서 그건 아니다 싶으셨던 거죠.

 

결국 본인이 알아본 병원에 직접 입원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걱정 말고 얼굴이나 자주 보여줘라”는 말씀을 남기셨을 뿐이랍니다.

 

병원에 간 아버지는 행여 자식들이 아버지의 연명치료를 결정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게 될까봐 담당 의사에게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두는 한편, 절대 자식들에게 이 문제를 다시 묻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고 해요.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는 “내가 대변을 보거나 소리를 질러 여러 사람을 겁먹게 할까 두렵다”며 1인실로 옮겨달라시고는, 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의식’을 치르셨답니다. 바로 휴대전화에다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 모두에게 영상편지를 남기신거죠.

 

“사랑하는 내 손녀 누구누구야,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이런 일을 겪으며 살았고, 충분히 행복하게 살다 이제 가련다”는 식의 메시지를 남겼는데, 모든 식구들에게 공통적인 마무리 인사로 이런 말을 하셨대요.

 

“할아버지가 부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하늘을 봐라. 할아버지가 거기 있다. 거기서 너희들 잘 되라고 늘 기도하고 있을 테니 한 달에 한 번은 꼭 하늘을 올려다 봐라.”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지키려 노력한 친구 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람이 태어나 멋지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늙고, 어떻게 마무리 짓고 떠나는지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그러면 인생 마지막의 존엄성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인생 존엄성을 지키는 3가지 방법

 

 

첫째, 공부를 하자. 공부란 철학, 즉 깨닫는 힘을 기르기 위한 공부에요. 인문학 공부요.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해야 내 죽음이 어때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결정권을 내가 가질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져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꼭 인문학, 철학 공부를 해야 하고요.

 

둘째, 일상이 단단해야 해요. 일상은 돈과 관련이 있어요. 내 생계를 남한테 맡기면 결정권이 남에게 가 있고 존엄성이 떨어져요. 아플 때 역시 마찬가지에요. 자식들에게 의료비에 대한 부담을 주진 말아야 해요. 내가 어디서 어떤 치료를 받을지 결정하려면 경제적 자립을 해야 해요. 자식들에게 ‘돈이 부족해 치료를 더 못 받게 해드리진 않았나’ 하는 후회를 주면 안 돼요.

 

마지막, 친구의 아버지처럼 자식들이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뭔가를 남기는 거예요. 후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자식들이 후회의 눈물 말고,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웃을 수 있게 영상이든, 편지든 잘 남겨놓는 거죠.

 

이 모든 것들이 1년 만에 갑자기 해치우려고 한다고 될까요? 제 생각에는 한 60세부터 천천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앞으로 죽는 날까지 어떻게 살 것인지 내가 나를 다루고 챙기며 단단하게 잘 준비하시면, 존엄성 있는 마지막을 맞이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위 콘텐츠는 유튜브 김미경TV 중 ‘존엄하게 살기 위해 나이들수록 반드시 준비해야 할 3가지’의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기획 장혜정 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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