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시간 일하고 월 60만원 버는 일자리는?

기사 요약글

부모를 대신해 아이의 등원 또는 하원을 돕는 등하원 도우미가 최근 파트타임으로 인기다.

기사 내용

 

 

등하원 도우미는 집에서 어린이집,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안전하게 아이를 데려다 주는 것이 주 업무다. 거기에 보호자가 없는 동안 아이의 식사나 목욕, 놀이 등을 도와주기도 한다. 올해 51세인 이희선(가명)씨는 1년차 등하원 도우미로 아이돌보미 전문 사이트를 통해 등하원 및 베이비시터 일을 의뢰 받고 있다.  1년차임에도 ‘후기’가 워낙 좋아 꾸준히 일이 들어오고 있다고. 무엇보다 운전이 가능하다는 점과, 방과후 학습 교사로 일한 경력이 이 업계에서 나름 그녀의 경쟁력이다.

 

등하원 도우미를 하게 된 계기는?

 

두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엄마의 손을 크게 탈 시기가 지났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아이돌보미’ 일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어린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방과후 학습 교사로 일한 경험도 있어 괜찮을 것 같았다.

 

일을 구한 방법은?

 

아이돌보미 전문 사이트를 찾아보았다. 아예 월급제 전담 시터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도 있었지만 나는 파트타임 형태의 일을 원했기 때문에 원하는 요일, 지역 등을 설정해 조회할 수 있도록 한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려두었다. 부모들은 해당 사이트에 일정 금액의 이용료를 내고 자유롭게 여러 지원자의 이력서를 열람한 뒤 마음에 드는 지원자에게 연락해 근무 조건 등을 협의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아파트 게시판이나 지역 ‘맘카페’ 등에서 등하원도우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일을 시작하게 되는 분들도 많다.

 

 

등하원 도우미는 어떤 일을 하나?

 

말 그대로 부모님을 대신해 아이들의 등원, 하원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아침에는 세 살 남아를 등원시키고, 저녁에는 네 살짜리 여아를 하원시켜 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양쪽 집에서 요구하는 ‘일의 범위’가 약간씩 다르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8시까지 아이의 집으로 가 빵, 과일 등을 먹이고 옷을 입혀 내 차로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일을 하지만, 저녁에는 어린이집에서 저녁까지 먹인 아이를 픽업해 집으로 데려간 뒤 부모 중 한 사람이 올 때까지 놀아주며 간단한 청소를 한다.

기본적인 등원과 하원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침에는 식사 챙김, 저녁에는 청소로 일이 약간 다른 셈이다. 이렇듯 아이의 연령에 따라 분유 타 먹이기, 기저기 갈기 등을 해야 할 수 있고 부모의 요구에 따라 하원 후 직접 요리를 해 저녁을 먹이거나, 목욕을 시켜야 할 수도 있으며 간혹 아이가 아플 땐 등하원 앞뒤로 시간을 빼 병원에 들렀다 가는 일을 맡기도 한다. 

 

수입은 얼마나 되나?

 

아이를 몇 명이나, 얼마 동안 보는지에 따라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보통은 시급을 기준으로 책정되지만 이 분야는 ‘최저시급’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별로 다르다. 요즘은 대학생들도 등하원 알바를 많이 하는데 그 친구들은 보통 시급 1만원 내외를 받고, 아이를 키우거나 돌보미로 일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 보다는 조금 더 받는다.

나처럼 차량 운행을 해서 아이를 등하원시키거나(주유비 별도) 교육 계통 쪽에서 일한 경험을 인정 받는 경우에는 시급이 더 올라간다. 놀이지도사, 아동심리상담사 등의 자격증이 있으면 아무래도 다른 도우미와 차별성이 생기기 때문에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 나는 보통 1만2000원~1만5000원 정도의 시급을 받아왔는데, 먼저 금액을 제시하면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거나 절충안을 내놓아 ‘적정 금액’에 합의하는 식이다. 그밖에 한 아이를 오래 볼 경우 휴가, 명절 상여금 등에 관한 사항도 서로 협의할 수 있다.

 

일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일단 수입이 나쁘지 않다.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씩 등하원 도우미로만 움직여도 하루 수입이 6만원 가량으로 월 120만원을 번다. 나 같은 경우는 그 중간 중간 다른 집의 베이비시터 일도 하기 때문에 꽤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돈을 떠나 꽃 같은 아이들의 성장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낯을 가리던 아이들이 차차 마음을 열고 나를 엄마처럼 따를 때, 또 ‘선생님만 믿는다’며 바쁜 걸음으로 출근하는 엄마, 아빠들을 보면 사회에 꼭 필요한 몫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반면에 ‘남의 아이’를 돌보는 처지기 때문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간혹 등하원 도우미 일을 아주 가볍고 편한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겪어보니 오히려 안전한 집에서만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에 비해 어려운 점이 많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교통 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고, 도보로 아이들을 등하원 시키는 경우에도 행여 자전거나 킥보드 등에 치이진 않을까, 비에 젖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다.

형제, 자매, 쌍둥이 등 두 아이의 등하원을 동시에 의뢰하는 부모가 가끔 있는데 자신이 없어 거절한 적도 있다. 아이들의 유치원이 각각 달라 두 곳을 들러야 할 수도 있고, 두 아이를 케어하는 과정에서 체력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다.

정해진 시간에 오차 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도 꽤 신경이 쓰인다. 혹시나 내가 아침에 5분이라도 늦으면 아이 엄마가 회사에 지각을 할 수도 있고, 갑자기 개인 사정이 생겨 하원을 시키지 못하면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아이 부모 모두 곤란해지기 때문에 늘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등하원 도우미 일에 관한 팁을 전한다면?

 

이 일은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너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소통할 수 있는 스킬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말이 너무 많아 보일까봐’ ‘육아에 간섭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염려해 말수를 줄이는 도우미들이 있는데 경험 상 부모들은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세세히 설명할수록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아침엔 어떤 음식을 유독 잘 먹었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고 하는 식으로 아이의 일과에 대해 얘기해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 반면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할 때도 있다.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줄지 말지에 대해 아빠와 엄마의 생각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누구 의견이 더 맞다는 식으로 편을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엄마의 성향, 가정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 행동해야 하는데 나의 경우는 아이의 배변 문제나 식습관에 대해 고민하는 초보 엄마에게 넌지시 조언을 건네 오히려 고맙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

또 어느 일에서나 마찬가지지만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하원시키는 아이의 경우 청소기 소리를 유독 싫어해서 언제부턴가 청소를 할 수 없는 여건이 됐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놀기가 뭐해 그때부터 아이의 간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녁 밥을 어린이집에서 먹고 온다고는 하지만 입이 워낙 짧은 아이라 뭐라도 만들어 먹이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이의 부모님은 내가 번거로울 까봐 그냥 과자를 주고 말라고 하셨지만 직접 샌드위치며, 주먹밥 등을 만들어 주니 아이가 잘 먹었다. 당연히 부모님들도 고마워 한다.

내가 이 가정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일하다 보니 나도 즐겁고, 부모들의 만족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기획 장혜정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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