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섬마을 학교, 도초도 인생학교

기사 요약글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도. 지난 4월 이 섬에 성인을 위한 특별한 학교가 개교했다.

기사 내용

 

“배편이 많지 않으니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오세요. 선착장에서 뵙겠습니다.”

학교 관계자의 조언처럼 서울에서 도초도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기차로 이동한 뒤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오전 8시 흑산도행 쾌속선에 올랐다. 이 시간에 운항하는 쾌속선을 놓치면 오후에 운항하는 쾌속선을 기다리거나 농협에서 운항하는 배(철선)편을 이용해야 한다. 다만 이 배는 완행버스처럼 지나는 섬마다 멈춰 시간이 쾌속선에 비해 두 배 이상 걸린다. 그래서인지 오전 배에는 도시 어부, 등산객 등 섬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쾌속선이 해안선을 따라 1시간여를 가자 아치형 연륙교가 반기는 도초도 선착장에 닿았다. 인구 3000명 남짓한 조그마한 이 섬은 지형이 당나라 수도와 비슷하고 초목이 무성해 ‘도초도’라고 불렸다.

 

 

배에서 내려 한 주민에게 “섬마을 인생학교를 아시느냐”고 물었더니 “저짝 어디냐~ 시목해수욕장인가 거기에 뭔 핵교가 생겼다고 합디다. 신문에도 나왔다고 하던디…” 하는 답이 돌아온다. 섬에 육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학교가 생겼다는 것을 주민들도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

잠시 뒤 섬마을 인생학교 차량이 도착했다. 차량에서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내리더니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섬마을 인생학교 이완수 팀장은 “학생들의 캠프가 진행 중인데 아침 식사를 위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에게 식당은 끼니를 해결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도초도와 인근 섬에 대한 정보를 얻는 자리였다. 식당 주인에게 학생들의 갯벌 체험으로 적합한 곳은 어딘지, 그곳은 차로 갈수 있는지 등을 물었고 식당 주인은 어떻게 가는지, 갯벌에서 어떤 조개를 캘 수 있는지 등 도초도 사람만 아는 깨알 정보를 알려줬다. 시간이 되면 안내해줄 수도 있다는 눈치였다. 섬사람의 인심은 후했다.

“아직 개교한 지 얼마 안 돼 섬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해 주민들에게 많이 묻는데 다들 친절하세요. 도초도 주민들에게도 섬마을 인생학교는 화젯거리든요. 어떤 학교인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고 계시죠.”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섬마을 인생학교로 이동했다. 차량으로 10여 분을 가자 시목해수욕장 옆 대형 펜션에 도착했다. 얼핏 보면 바닷가 펜션과 다름없지만, 이곳이 섬마을 인생학교의 숙소이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근거지다.

“2020년 도초서초등학교 자리에 섬마을 인생학교 캠퍼스를 신축하고 식당, 체육시설, 문화공간 등 100여 명이 기숙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계획인데 그 기간까지 이용할 숙박 시설이 필요해 신안군에서 이곳을 제공했지요. 일종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고 수업은 섬 생태연구소, 수국공원, 해변 등 섬 곳곳에서 진행돼요. 섬 전체가 인생학교인 셈이지요.”

 

 

도초도에 문을 연 섬마을 인생학교는 신안군과 강화도에서 청소년 대상 인생학교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꿈틀리가 협력한 민관 협력 모델이다. 신안군은 섬의 자원을 제공하고 인생학교의 노하우를 지닌 꿈틀리가 학교 운영을 맡았다. 곳곳에 다양한 인생학교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 학교만의 특별함은 성인을 위한 장기 숙박형 인생학교라는 점이다. 게다가 도심이 아닌 섬에 있다.

“덴마크의 행복 교육을 상징하는 ‘에프터스콜레’와 ‘호이스콜레’가 기본 모델로 남녀노소 누구나 이곳에서 특정 기간 동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생의 진로를 설계하는 사회교육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성인용 인생학교 개교를 시작으로 2020년 청소년 인생학교, 2023년 교사대학을 개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

현재 성인용 인생학교에는 2박 3일, 3박 4일 단기형과 1개월, 3개월 장기형 프로그램이 있다.

“상반기에는 섬마을 인생학교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단기형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오는 10월에 한 달짜리 중기형 프로그램을, 내년에는 3개월짜리 장기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에요.”

 

 

정원은 한 교육 기수당 40명으로 지금까지 총 4기가 운영됐는데 인기 만점.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설계한 3기의 경우 선착순에서 밀린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쳐 예정에 없던 4기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했다고.

“공지를 올리면 하루 만에 거의 모집이 끝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섬이 주는 포근함에서 위안을 얻고 싶고, 인생을 재설계하고 싶은 바람이 큰 것 같습니다.”

 

 

섬마을 인생학교는 운영 방식도 흥미롭다. 기수별로 교장 제도를 두고, 기수 교장이 다양한 경험의 강사진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기획해 진행하는 식이다. 덕분에 프로그램이 고정된 게 아니라 기수마다 조금씩 다르게 운영된다.

또 단체나 모임이 자체 기획한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하는 방식도 기획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무대를 빌려주고 준비해 온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만 하는 일종의 개방형 인생학교 모델이다. 올해까지 이 같은 실험은 계속될 예정. 그렇다고 현재 진행 중인 인생 재설계 프로그램의 내용이 부실하다고 생각하면 오산. 탄탄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인생 재설계를 지원한다.

“매 기수마다 몸 놀이, 노래 부르기, 별 관찰, 섬 산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지요. 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명상과 글쓰기 강좌를 운영하고 모둠 활동을 통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도초서초등학교 부지에 설립될 인생학교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주제는 매 기수 공통 주제입니다. 설계부터 참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생각이거든요.”

 

 

섬 탐방에는 지역 문화해설사, 교양 프로그램에는 귀촌한 꽃차 소믈리에 등 몇몇 프로그램에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한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한 주인도 섭외할 계획이 있어요. 그분의 인생 경험은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산지식이잖아요. 우리끼리만의 학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학교가 돼야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섬마을 인생학교를 다녀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현재까지 대만족이라고 한다.

“많은 분이 힐링했다, 생각을 비우고 잘 쉬다 간다고 말하지요. 섬이 주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떠나는 날 ‘날씨가 나빠 배가 안 떠서 강제로 하루 더 머물면 좋겠다’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이는 참가자들이 작성한 소감문에도 잘 드러난다. 가족들과 함께 참여한 이진희 씨는 “인생학교에서의 따뜻한 만남 속에 함께 미래를 꿈꾸었고,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별과 꽃을 보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나 자신을 보았고,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 나누고 포옹하며 든든한 삶을 나누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김은희 씨도 “이제 밤하늘에 1000억 개의 별을 올려다볼 때마다 함께했던 분들의 선하고 편안한 얼굴들이 떠오를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걸 받고 돌아갑니다”라고 소감문을 남겼다.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이 섬은 인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지니고 있었다.

“섬마을 인생학교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학교에 오셔서 충분히 쉬고 자연과 누리다 보면 내 삶이, 나 자신이 보일 겁니다.”

 


섬마을 인생학교
신청 사단법인 꿈틀리 사무국 lifeschool0402@gmail.com
문의 02-336-0222
참가비 11만원(2박 3일, 승선표 4만원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