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하다 책을 냈습니다

기사 요약글

즐겁게 떠난 여행길에서 작가의 꿈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

기사 내용

 

 

<남미가 나를 부를 때>의 저자 김영미 씨

 

페루의 허름한 식당에서 2천원에 맛본 기막힌 돼지고기튀김, 2018년 새 아침에 마주한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에콰도르 피친차 화산, 꽃길을 떠올리며 걷고 또 걸었던 콜롬비아의 돌밭길. 김영미 씨가 펴낸 <남미가 나를 부를 때>에 등장하는 가슴 뛰는 여행의 기록들이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사업가 겸 교수로 바쁘게 살아온 워킹맘 김영미 씨는 막내딸이 대학 졸업반에 들어선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위한 긴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의 권유로 등산을 시작한 후 ‘걷기의 즐거움’에 푹 빠진 그녀는 한국의 명산을 섭렵하던 끝에 산악인들의 첫 로망이라는 ‘안나푸르나’에 대한 열망을 키워갔던 터였다.

“안나푸르나 원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계 여행이 시작됐어요. ‘가슴 떨릴 때 떠나라! 다리 떨릴 땐 늦으리’라는 말에 힘입어 급기야 사표를 내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20개월간 네팔, 뉴질랜드, 스페인, 칠레, 태국 등 지구 곳곳에 발 도장을 찍고 다녔죠. 매일같이 10~55km를 걸으며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들었습니다.”

많은 곳을 여행하는 동안, 그녀는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사용하는 습관을 꾸준히 유지해나갔다. 공들여 찍은 사진과 글로 지난 여행을 추억할 요량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처럼 홀로 해외 트레킹에 나설 누군가를 위해 이동 거리, 소요 시간, 숙박 시설 등 깨알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뒀다. 그 결과 누적 방문객 1백만 명이 넘는 슈퍼 블로그가 탄생했다. 그렇게 정리한 기록들이 글을 쓰는 데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프랑스의 한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월간 산> 편집장과의 인연이었다. 전 세계를 두 발로 꾹꾹 걷는 중년 여성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편집장이 ‘세계의 트레킹’을 주제로 글을 써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월간 산>에 ‘나홀로 세계일주’라는 코너를 연재한 뒤 숱하게 책 출간을 권유받기는 했지만,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싶어 웃고 말았다. 하지만 기회는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5개월간 떠났던 여행에서 카메라 본체 코팅이 벗겨질 정도로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이를 모아 생일 기념 ‘사진전’을 열기로 한 것. 다행히 사진전은 작품 판매금으로 행사에 들어간 비용을 충당할 만큼 성공적이었고 이를 화보집으로 묶으려는 과정에서 지인의 소개로 한 출판사와 연이 닿아 에세이집까지 출간하게 됐다.

처음부터 책을 내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간 차곡차곡 모은 글과 사진들이 그녀에게 작가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좋아해서 한 일이 ‘업’으로 연결되는 행운을 누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기왕 ‘작가’가 됐으니 앞으로 유익한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람들이 저처럼 걷기 시작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트레킹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보고 싶네요.”

 

김영미 씨가 전한
여행작가가 되기 위한 팁

1. 블로그 등 나만의 ‘저장 공간’을 만들어라
갑자기 글을 쓰려면 막막해지게 마련. 그때그때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블로그 등의 공간에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한결 수월하게‘글감’을 찾아낼 수 있다.

2. 주제를 명확히 할 것
시중에는 여행에 관한 수많은 콘셉트의 책이 있다. 따라서 나만의 명확한 주제를 정해 디테일한 내용을 정리하는 게 강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여행 중 만난 어떤 사람은 맥주를 주제로 나라별 여행기를 풀어냈다. 나만의 시각과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여행을 하며 정보를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전문가의 의견을 따를 것
책 출간 작업에 들어가면 표지, 책 제목 등 중요 사항에 대해 출판사의 의견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저자의 입장에서 다소 섭섭할 수 있지만 책에 관한 전문가들의 생각을 존중하면 좋은 결과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전국 자동차 여행>의 저자 조남대 씨

 

2016년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 여행>을 발간해 저자가 된 조남대 씨. 33년간 공직에 몸담아온 그가 비슷한 시기에 은퇴를 맞은 아내 박경희 씨와 함께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 게 책의 시초였다. 남편은 운전과 여행 일지 정리를, 아내는 일정과 경비를. 이렇게 명확히 역할 분담을 한 두 사람은 부부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55일간 고성에서 제주까지 257개 관광지를 돌았다. 그저 개인적인 추억으로 끝날 수도 있는 여행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된 데에는 평소 어떤 여행을 가든 꼭 기록을 남겨두었던 조남대 씨의 습관 덕이 컸다.

“여행이 아무리 즐거워도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추억할 거리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을 다닐 때마다 사진과 함께 해당 관광지의 내력, 명소가 된 이유, 감상 소감, 개선 사항 등을 꼭 적어놨어요. 아내와 떠난 전국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로 밤이면 꼭 노트북 앞에 앉아 두세 시간씩 그날의 일을 정리했는데, 나중에 이를 인쇄해 지인과 자식들에게 나눠줬더니 다들 출간을 권유하더라고요.”

실제로 그의 지인 한 사람이 출판사에 인쇄본을 전달한 일을 계기로 책이 나왔다.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중년 부부의 모습, 알토란같이 고른 전국의 명소,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입장료, 주유비, 숙박료 등 실제 비용까지 망라한‘인쇄본’을 보고 출판사에서 단박에 계약을 제안했다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에 설렜지만 책이 나오기까지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았어요. 컬러 페이지는 얼마나 넣을지, 책 표지에 글자를 볼록하게 만드는 에폭시를 넣을지 말지 같은 것들이죠. 우여곡절 끝에 책이 나왔고 내 자식 같은 책이 서점에 비치돼 있는 걸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은퇴 후 긴 인생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찾고자 떠난 여행이었는데, 여행에 관한 책을 내면서 미래를 발견한 기분이라 정말 행복했습니다.”

실제로 저자가 된 후 그에게는 과거에는 짐작도 못했던 새로운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 한 온라인 언론사에 여행기를 연재하는가 하면 전성기캠퍼스, 천주교 재능나눔학교 등에서 여행에 관한 강의를 하게 된 것. 강의 준비를 위해 주민센터에서 파워포인트를 배우고, 떨리는 마음으로 청중 앞에서 할 말을 가다듬는 순간순간이 그에게 인생의 희열로 다가왔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말은 그의 ‘작가 생활’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첫 여행책을 낸 지 2년 만에 어머님, 장모님을 2주간 함께 모신 경험을 토대로 <두 엄마와 함께한 보름 동안의 행복 이야기>를 펴낸 것. 최근에는 친구들과 다녀온 4개국 배낭여행기를 정리 중인데, 앞으로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주제로 책을 쓰고 싶다는 소망도 가져본다. 좀 더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전문적으로 수필 쓰기와 사진 찍기를 배우는 등 그의 열정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조남대 씨가 전한
여행작가가 되기 위한 팁

1. 기록 리스트를 만들 것
어느 여행지를 가든, 꼭 챙겨야 할 것의 리스트를 만들면 훗날 촘촘한 글을 완성할 수 있다. 관광지 현황, 유래와 역사, 특이 사항, 이곳에서 겪은 나의 에피소드, 팸플릿 등의 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채운다는 생각으로 글과 사진을 정리해두는 식이다.

2. 사진은 배경 위주로
인물 사진은 여행 서적을 엮을 때 적절하지 않아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글과 어울릴 사진을 촬영하려면 배경, 사물 위주로 찍는 것이 좋다.

3. 계약조건을 잘 살펴볼 것
출판 비용으로 400만원가량을 부담했고, 지금까지 인세로 1천만원가량 받았다. 출판사와 계약할 때 인세를 몇 퍼센트로 할지, 기본 계약기간은 몇 년인지, 인세 지급 시점은 언제인지 등 협의해야 할 조건이 많으니 꼼꼼히 잘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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