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의 스토리텔러, 술 평론가로 창직하기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술 평론가란?


와인에는 소믈리에(Sommelier)가 있고, 맥주에는 시서론(Cicerone)이 있고, 일본 사케에는 키키자케시(利酒師)가 있다. 모두 제 나라에서 주도적으로 마시는 술 또는 세계적으로 많이 마시는 술을 평가하는 직업군이다. 그렇다면 한국 술을 다루고 평가하는 직업은 없을까? 한국 술을 맛보며 한국 술을 평가하고 추천하면서 한국 술을 새롭게 기획하는 사람을 술 평론가라 부른다.

 

창직 프로세스 1단계


삶의 현장에서 경험 축적하기 → 경험으로 시대에 맞는 아이디어 찾기 →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실천

 

허시명 씨는 본래 세상의 낯선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작가였다. 그는 언론매체에 자신의 경험을 여행기로 연재하고, 연재가 끝나면 책으로 묶었다. 이런 방식으로 문인 기행, 가족 체험 여행, 서해안 여행, 음식 여행 등 여행을 테마로 하는 책을 여러 권 펴냈다. 글쓰기 실력도 뛰어나 언론사에서는 그에게 길게는 1년, 짧게는 반년에 한 번 정도 새로운 주제로 글쓰기를 요구했을 정도.

그러나 늘 새로운 곳을 동경하는 여행가처럼, 새로운 소재로 글을 써야 하는 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주제를 강요받다가 던지다시피 제출한 기획안이 술 기행이었다. 젊은 직장인들이 보는 주간지의 주제로 좋을 것 같았다. 그의 예감은 맞아떨어졌고 글 쓸 기회를 잡았다. 그는 그날부터 술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술 기행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창직 프로세스 2단계

 

직무 한계 극복을 위한 배움 → 경험을 나만의 콘텐츠로 만들기 → 창직

 

하지만 술 기행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몇 편 쓰지 않았는데 금세 한계에 도달했다. 술을 배우지 않고는 술에 관해 새로운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전문적인 글쓰기를 위해 술 빚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여러 술 교육기관을 취재하고 그곳에서 술과 관련한 중요한 강의를 들었다.

국순당 배상면주류연구소에서 술의 성분을 분석하며 이화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익혔고, 유명 양조장을 찾아가 술 빚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양조장 대표들과의 인터뷰는 그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또 쌀로 술을 빚는 한국 술과 일본 술의 유사성, 차별성을 이해하기 위하여 히로시마에 있는 주류총합연구소에서 사케 빚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술을 배우면 배울수록 그의 여행기도 빛이 났다. 그는 술 취재기를 담아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 <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 <술의 여행> 등 여러 책을 펴냈다. 책을 내니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글은 늘 새롭게 써야 하지만 강연은 달랐다. 노하우를 글이 아닌 말로 해설하는 강의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한 언론사와 협력해 막걸리학교 강좌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 무렵 막걸리, 전통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도 그를 도왔다.

그는 머지않아 전통주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내다보며 술과 관련한 문화 공간과 실습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을 술 맛보기와 술 빚기가 재미있는 자기 개발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의 바람대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술문화를 배우며 호기심을 넘어 전문적인 취미로 삼기 시작했다.

그는 교육기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발효빵과 발효음료 분야인 막걸리, 전통 명주, 소주, 맥주, 천연 발효식초 분야의 강좌도 개설하며 술문화 전도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그는 막걸리 전문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은 막걸리학교에서 후학 양성과 전통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수익은 ▶ 강연료 중심 월 300만원 안팎

술 평론가의 주 수입원은 강연료다. 외부 강연료는 공공기관의 경우 50만원 정도고, 기업체는 100만원가량 준다. 외부 강연을 할 기회는 많지만 조절하는 편이다. 외부 강연료로 얻는 수익보다 술 평론가 양성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다. 강좌를 기획하고 강의를 하면서 발전하는 자기개발은 평생 이 일을 해야 하는 그가 놓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막걸리학교에서 진행되는 강의의 강사료는 회당 20만~30만원 정도 된다. 이렇게 강연료로 채워지는 수입은 월 300만원 안팎이다.

 

전망은 ▶ 혼술족, 1인 홈 주조 시대 술에 관심 커져

술에 관심이 커지면서 전망은 밝다. 덕분에 해야 할 일도 많다. 신상품 술을 평가하거나 술 제작에 참여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또 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혼술족, 홈술족이거나 집에서 직접 막걸리나 과실주를 빚어 친구들과 나눠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이다. 그 밖에도 술 평론가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매체는 많다. 전통주 해설사, 소믈리에, 유튜브 진행자, 술 빚는 공방 운영자, 술 카페 운영자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직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interview _ 창직 선배에게 듣는다
 

 

Q 왜 창직을 결심했나요?

혼자 사업을 꾸리는 것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렵다는 생각보다 나의 엔진으로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술을 테마로 나의 새로운 일을 찾았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글감을 찾기 위해 떠올린 아이디어였지만, 내 글쓰기를 빛나게 하기 위해 술을 배우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술에 스토리를 입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누구도 가지 않은 이 길을 개척해보기로 했지요. 또 올바른 술문화를 보급하는 것은 나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가치 있는 일이잖아요.

 

Q 창직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술 평론가로서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하려면 직원들이 필요하고, 직원들에게 보수를 주려면 더 많은 일을 벌여야 합니다. 그래서 좀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다만 외부 기관에서 요청을 받아 진행하는 강좌나 컨설팅 프로젝트를 할 때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움이 적습니다. 내가 설정한 과제는 나의 창의성을 한껏 담아낼 수 있지만, 주문받은 일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수익을 위해 일에 가치와 즐거움을 담지 못할 때가 조금 아쉬운데 수익 창출과 가치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Q 직업 홍보는 어떻게 하나요?

일단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매달 한 번씩 떠나는 술 기행입니다. 버스를 빌려서 30명 이상 참여하는 여행입니다. 이 여행은 막걸리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어 막걸리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함께 여행하면서 나누는 감동은 좋은 홍보 수단이고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익은 남지 않지만 매달 양조장으로 술 기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로 막걸리 콘서트를 열어 막걸리와 우리 술의 매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Q 창직 이후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늘 새로운 콘텐츠 만들기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막걸리 강연을 하면서 막걸리학교를 만들었고, 막걸리학교 안에 다양한 발효음료와 발효술 강좌를 기획하여 넣고 있습니다. 현재 막걸리학교 초급, 중급, 상급 과정을 개설하고, 막걸리로 만드는 식초 강좌, 막걸리로 만드는 발효빵과 떡 강좌, 막걸리로 만드는 증류주 강좌, 그리고 유럽 막걸리라고 할 수 있는 맥주 강좌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창직의 성패는 결국 콘텐츠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가 곧 나의 자산이며, 얼마나 기발하고 참신한 콘텐츠를 개발하느냐가 사람들의 만족도와 직결되니까요.

 

Q 어떤 사람에게 술 평론가를 추천하나요?

일단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이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술맛을 가려서 즐기는 사람을 뜻합니다. 술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은 꼭 술 평론가에 도전해보십시오. 술로 소통하기란, 술을 마시면서 타인과 소통하는 일부터 술을 만드는 장인과 회사, 술잔과 술병을 디자인하는 도예가, 해외에서 수입되는 술 회사들의 문화와 역사 등에도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일입니다. 각국의 술문화와 개개인의 술 취향을 따지다 보면 술 평론가로서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술 빚는 기술은 덤으로 얻는 보너스입니다.

 

 

이정원의 원 포인트 레슨


 

평범한 일상에서 찾은 창직 모델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은‘석 잔을 마시면 대도(大道)로 통하고, 한 말을 마시면 자연과 하나가 된다(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며 술을 극찬했고 시인 바이런은‘술은 사고로부터 떠나는 휴식’이라고 말했다. 즉 술을 적당히 마시고 즐기면 휴식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일찍이 술문화가 발전한 나라에서는 술을 음미하고 품평하면서 각자에게 어울리는 술을 마시고 즐겨왔다. 소믈리에(Sommelier), 키키자케시(利酒師), 시서론(Cicerone), 마스터 블렌더(Master Blender). 이들은 각각 와인, 사케, 맥주, 위스키 분야에서 술의 맛과 향을 감별하고 입맛에 맞는 술과 그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고객에게 추천해주는 전문가다.

그런데 이들의 가장 중요한 일은 각각의 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이를 소개하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역할이다. 각국의 문화 전도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온 우리 술을 음미하며 평가해주고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사람은 누굴까? 이런 의문을 품고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이가 바로 막걸리학교 허시명 대표다. 모두가 간과하고 넘어갔던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의 전통술과 문화를 알리는 새로운 직업인‘술 평론가’를 창직한 것이다. 창직은 이렇게 일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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