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할 말 있다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세대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한 일간지에서 의미 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 30대 청년과 60대 이상 장년층을 대상으로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속마음을 들어보겠다는 의도였죠. 그 결과 청년 10명 중 7명이, 장년10명 중 6명이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을 심각한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속칭‘젊은것들’이 지목한 세대 갈등의 원인을 들여다보며 궁금해졌습니다.‘꼰대’로 몰린 50+의 억울함은 없는지, 일견 수긍이 가는 대목은 없는지, 궁극적으로 여러 세대가 평화로운 공존을 맞이할 방법은 없는지 말이죠. 그렇게 50+에게 마이크를 건넸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항변’(?)을 할까요?
 

[20~30대가 어르신들을 싫어하는 이유] 복수응답허용
- 12.8% : 고령화시대에 의존적인 노인이 너무 많아 청년층에게 부담을 준다.
- 52.4% : 대중교통에서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등 이기적이고 뻔뻔하다.
- 52.6% :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 53.8% :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 65.8% : 연장자라는 이유로 훈계하고 대접받으려고 한다.
출처<세계일보>(20, 30대 청년 500명과 60대 이상 장년층 500명을 대상으로 세대 갈등에 관한 설문조사 실시)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조관일

설문 결과를 보며 문득 나의 신입 사원 시절이 생각났다. 20대 중반이던 나와 동기들은 40대 상사를 보며 저런‘꼰대’들이 사라져야 나라가 잘될 거라고 수군댔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은 반대 입장이 돼서 20대의 지적(?)에 움찔하는 처지다.
가부장적이니 권위적이니 하는 말 다 맞다. 젊은 친구들의 의견에 100% 공감한다. 나이 든 내가 봐도“저래서 늙으면 죽어야 돼” 소리가 절로 나오는 꼰대 같은 친구들은 늘 있다.
하지만 서로 삿대질하며 갈등 타령만 하면 무슨 발전이 있는가.
어른은 어른대로 젊은이들로부터 경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말과 행동을 점잖게 할 필요가 있고, 젊은이들 역시 어른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법무사 장대룡

이렇게 말하면 또‘꼰대’ 소리를 듣겠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이 헬조선을 운운하며 결혼, 구직 등을 포기한 채 신세 한탄만 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 정도다. 어느 시대이든 쉽게 살 수 있는 시절은 없었다. 짊어지고 견뎌야 할 삶의 무게는 과거나 지금이나 다들 비슷비슷할 거다. 하물며 조부모가 겪은 6.25나 부모가 체감한 보릿고개처럼 생존을 담보할 수 없던 시절도 있었다.
내 새끼, 내 후손이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살길 바라며 그 지긋지긋한 시절을 감수한 죄밖에 없는데, 감사는커녕 오히려 저렇게 탓을 하니 조상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판이다.
고지식하고 괴팍해 보이는 노인일지라도 속사정을 들어보면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전 중학교 교장 양은용

내 나이 74세.‘노인을 싫어하는 이유’라는 타이틀만 봐도 서글프지만, 나열된 항목 중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없어 묘한 안도감이 든다.
나이가 들고 보니 나 역시‘아, 그래서 어르신들이 그랬구나’ 하고 많이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내가 왕년에~” 하는 어르신들은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있어서고,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은 그렇게나마 관심을 촉구해 외로움과 고독감을 덜고 싶어서일 게다.
이런 노년기의 특성을 젊은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냉소와 조롱 대신 위로와 공감을 보내지 않을까?

 

 

호남대학교 사회 복지학과 교수 한혜경

50+의 심리와 관련해 많은 조사를 해온 입장에서, 연장자라는 이유로 훈계하고 대접받으려고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소수의 유별난 어르신이 있을 순 있지만 대개 측은할 정도로 기가 죽어 있다. 살기 어렵다는 젊은 층의 아우성에 다들 눈치 보며 할 말을 삼키는 느낌이랄까.
의존적인 어르신이 너무 많다는 점도 큰 오해다. 내가 만난 어르신은 대부분 빈털터리가 될지언정 가진 걸 모두 나눠주겠다는 심산이었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다문화적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들 하는데 같은 맥락에서 젊은 층도 나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줬으면 하는 어르신들은 뻔뻔해서가 아니라 정말 몸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를 거두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노인 혐오라는 극단적인 단어가 사라지지 않을까?

 

 

전 고등학교 교사 한상배

50+를 싫어하는 이유에 모두 공감이 간다. 세대 갈등을 해결하려면 결국 노소간의 간극을 줄여야 하는데, 이때 누가 먼저 다가가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나는 기성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본다. 부모가 자기 자식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듯, 어른들은 젊은이들에 대해 너무 모를뿐더러 알고자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수성가한 아버지가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들에게 매일“나는 그 옛날 신문을 돌리며 공부했어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는데 너는 부족한 것 없는 환경에서 왜 그 모양이냐”는 말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고생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아들에게 아버지의 말은 하나도 와닿을 게 없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조부모 등과 소통할 기회가 적은 요즘 같은 핵가족하에서는 결국 어른이 한발 다가가야 한다.
또 기성세대가 얼마나 힘들게 오늘의 결과를 이룩했는지 얘기하고 싶다면, 훈계나 설득이 아니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해 보급하는 게 어떨까 싶다.

 

 

택시 기사 정팽열

젊은 손님들을 많이 태우지만 요즘은 교육도 많이 받고, 사람들이 성숙해서 버릇없다는 이유로 얼굴 붉히는 일이 별로 없다. 우리 애들과 대화해도 어른들에 대한 일방적인 혐오는 없는 것 같더라. 오히려 언론에서 자꾸 이게 문제라는 식으로 얘기해 별로 체감하지도 않는 문제를 부풀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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