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추럴 와인을 마실 때

기사 요약글

레드냐 화이트냐, 와인도 색을 먼저 논하는 적백 논리의 시대를 넘어섰다. 최근 주목받는 내추럴 와인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기사 내용

 

 

 

내추럴 와인 맛보셨나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내추럴 와인 바와 시음회 얘기가 들려온다. 대체 내추럴 와인은 무엇인가? 일명 컨벤셔널 와인으로 불리는 일반적인 와인은 맛의 균형과 장기 보관을 위해 산화방지제, 방부제 역할을 하는 이산화황을 넣어 만들었다면, 내추럴 와인은 마치 태초의 와인처럼 기계나 약품이 발명되기 전의 방법을 사용한다.

 

포도가 자라는 토양부터 따지는 오가닉 와인,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물질을 배제하는 비건 와인, 해와 달과 별의 주기를 반영하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처럼 말이다. 대부분 2~3년 안에 마셔야 하고, 품종으로 맛을 가늠할 수 없어서 라벨에도 산지나 품종, 생산 연도를 구구절절 넣지 않는다.

 

그저 맛과 개성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디자인할 뿐. 아주 소량만 생산되고 지금 이 맛을 다음에 다시 맛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한 계절, 특정 지역에서만 잠깐 맛볼 수 있는 제철 요리를 찾아 먹는 것과 같은 미식이랄까.

 

 

 

 

 

재미있게 시작하는 내추럴 와인

슬록 Slok

 

 

카페처럼 산뜻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던 ‘슬록’은 내추럴 와인만을 소개하는 곳이다. 각각 패션 스타일리스트와 익선동 카페 ‘식물’의 주인장이었던 이윤경, 진일환 부부가 이곳을 운영한다. 이들은 일본에서 내추럴 와인을 처음 맛봤다고 한다.

 

“일본 기치조지에 갔을 때 마파두부덮밥과 함께 와인을 한 잔 주문해서 마셨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음식의 향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풍미를 돋워주는 내추럴 와인이었죠.”

 

이곳에서는 내추럴 와인 60여 종을 판매하는데, 메뉴판에는 포도 품종과 산지 대신 그녀가 직접 작성한 테이스팅 노트가 적혀 있다. 그녀가 추천하는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법은 일단 마시는 것이다.

 

“일본에 갔을 때 주인장에게 어떻게 내추럴 와인에 대해 이렇게 잘 아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많이 마셔보는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옷도 와인도 많이 입어보고 자주 마셔봐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내게 맞는 내추럴 와인을 골라주는

위키드 와이프 Wicked Wife

 

 

신사동에 와인 스튜디오와 가게를 겸하는 공간 ‘위키드 와이프’를 연 이영지 대표는 내추럴 와인을 공부하고 마셔보라고 권한다.

 

“많이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신 와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모두의 괴로움이거든요. 머릿속에 와인을 만드는 나라, 특정 생산 지역, 그 지역에 특화된 품종을 10가지씩만 외워두어도 와인 라이프가 훨씬 풍요로워질 겁니다.”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그녀는 와인은 맛있는 와인과 맛없는 와인, 다시 말해 ‘내가 좋아하는 와인’과 ‘좋아하지 않는 와인’으로 구분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좋은 와인은 누가 골라준 와인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고른 와인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가게에서 내추럴 와인도 판매하지만 따로 수업을 열지는 않는다. 맛의 좌표를 정해줄 만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내추럴 와인은 나라와 지역, 품종이 같다고 해도 각각 독립적으로 느껴져요. 그런 데다 맛을 가늠할 수 없는 미스터리하고 자유분방한 라벨 디자인이 특징이죠. 나라, 지역, 품종 상관없이 ‘그거 한 잔’이라고 주문해도 좋을 가벼움, 경쾌함이 인기의 비결 아닐까요?”

 

  

 

 

내추럴 와인이 가득한 보물 창고

라망시크레 L'Amant Secret

 

 

회현동에 있는 레스케이프 호텔. 19세기 프랑스 귀족의 궁전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 화려한 꾸밈새의 이곳을 미식가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도 팬임을 자처할 만큼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전했던 블로거, 일명 ‘펫투바하’로 통하는 김범수 총지배인이 이곳의 모든 식음료 업장을 꾸렸기 때문이다.

 

서울의 미식가들이 내추럴 와인의 매력을 말하기 시작한 요즘, 이미 150여 종이 넘는 내추럴 와인 리스트를 갖춰 보물 창고와 다름없는, 레스케이프 호텔 최상층에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라망시크레’가 있다.

 

“내추럴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오는 분도 많지만 모르고 찾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황이나 보존제, 살균제 등을 넣지 않고 기후, 토양과 같은 자연, 손의 역할만을 거쳤다는 등의 설명을 충분히 한 뒤 기존에 좋아하던 와인 맛을 여쭤봐요.”

 

최은혜 소믈리에는 와인 리스트의 90% 이상이 내추럴 와인으로 채워져 있는 이곳에서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일단 요리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드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대부분의 내추럴 와인은 아무리 진한 품종의 포도를 사용해도 컨벤셔널 와인보다 가볍다고 느낄 수 있는데, 향은 진해도 입안에서는 산미나 미네랄리티라고 하는 톡 쏘는 느낌이 도드라지거든요. 그래서 내추럴 와인을 처음 마시는 분들께는 화이트 와인을 먼저 권해요. 풀 보디의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내추럴 레드 와인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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