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가 팔 할을 지탱하는 1970년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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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작 영화 <마약왕>을 글로 다시 만나보는 시간.

기사 내용

 

 

 

1970년대에 부산에서 마약 챔피언 소리를 들었던 이두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약왕>은 블랙코미디다.

 

초반에는 주연배우의 과장된 언행이 풀썩 웃음을 터트리게 하다가 중반부터 이야기의 아이러니가 관객을 압도한다. 이두삼은 하급 밀수꾼이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을 뜬 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인물로, 영화는 이두삼의 영락을 통해 1970년대 시대상의 이면을 그리고 있다.

 

 

 

 


이두삼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극을 이끌어가는 힘의 팔 할 정도를 담당한다.

 

그는 극 초반에 힘없는 서민 가장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밀수에 가담하는 이두삼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낸다. 호언장담을 남발하는 이두삼의 인간미와 익살에 관객은 키득거릴 수밖에 없다. 불법적인 일에 가담했음에도 그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아내와 세 아이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그의 소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송강호가 영화 <반칙왕>(2000년) 이후로 구축한 이미지의 하나인 서민 캐릭터가 여기서도 힘을 발한다. 영화는 극 중반부터 마약 유통으로 돈을 번 이두삼이 권력과 돈의 단맛에 취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에 이두삼이 자신의 몰락을 인정하지 못하고 어두운 집 안에서 광기를 뿜어대는 대목은 다소 길다. 연출 측면에서는 이 대목을 반드시 줄였어야 했으나, 송강호 연기의 최대치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짓밟히기 싫다”라는 대사는 다소 뜬금없지만, 송강호의 입에서 나오기 때문에 여운을 주는 측면이 있다.

 

 

 

 

<마약왕>은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전작<내부자들>에서 권력의 먹이사슬을 힘 있게 풍자한 그의 연출력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주제에 대한 집중이 아쉽다. 가난이라는 운명에 맞서려던 한 인간을 통해 욕망의 허무를 성찰한 우화인지, 국가라는 집단의 폭력성이 개인을 짓누르던 시대에 대한 고발인지 헷갈린다.

중앙정보부, 혹은 반공 단체와 어용 기관들을 우스꽝스럽게 비트는 것은 이제 한국 영화에서 흔한 클리셰로 다가온다. 현실의 여과 없는 반영이라는 이유로 눈 뜨고 보기 힘든 잔혹한 장면들을 집어넣는 것도 관습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1970년대 모습을 제대로 재현한 덕분에 관객은 당시 풍경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중년 이상의 관객은 “맞아, 맞아. 저 때 저랬지”라며 감회에 젖을 수 있고, 젊은 관객이라면 “저 때 저랬구나”라고 망외의 구경을 할 수도 있다.

부산의 시장과 골목들을 당시 풍경대로 되살려 내는 한편, 의상과 소품 등을 맞춰 낸 스태프의 노고는 인정받아야 한다. 귀가 밝은 관객이라면, 1970년대의 가요, 팝송과 함께 클래식을 적절하게 활용한 음악에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신중현이 작곡하고 김정미가 부른 ‘바람’을 비롯해 정훈희의 ‘안개’ 등이 극 중에 흘러 다니며 정서를 자극한다. 영국 밴드 지그소(Jigsaw)의 1975년작 ‘Sky High’가 부산 전경을 보여주는 첫 장면에서 나오는 것도 좋았다. 극이 진행되면서 클래식 음악이 자주 등장하는데, 무거워지는 스토리를 반영하는 동시에 풍자의 효과를 주고 있다.

 

 

 


<마약왕>은 송강호를 원톱으로 한 작품이지만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이두삼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검사 김인구 역의 조정석, 성강파 두목으로 약쟁이 역할을 한 조우진이 등장하고 특별 출연한 이성민도 출중한 연기력을 뽐낸다. 특히 형 이두삼을 도와 마약을 수출하는 이두환 역의 김대명은 섬찟하도록 강렬한 느낌을 준다. 그가 ‘뽕’에 취해 광기를 부리는 연기는 ‘인생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화려한 로비스트이지만 돈의 냄새에 이끌린 부나방 같은 김정아 역을 소화해 낸 배두나의 연기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그녀가<괴물>(2006년)에서 큰오빠 역할을 했던 송강호의 애인으로 나온 것도 흥미롭다. 이두삼의 조강지처 역을 맡은 김소진은 이번 영화에서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녀가 배두나와 1대1로 말다툼을 하고, 송강호와 서로 뺨을 때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가히 압도적이다.

 

 

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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