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치매 전문의 하세가와 요시야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보며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매월 약 1000명의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데, 지금까지 누적 진료 수만 20만 건이 넘는다. 그는 자신의 저서<백년 두뇌>에서“건망증이 그대로 치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뇌의 노화가 빨라지고 10~20년 후에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썼다.
반면 치매의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도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매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두뇌, 신체, 환경 세 가지를 꼽았는데, 그중에서도 환경에 주목하면 계절의 변화 역시 치매에 영향을 준다. 급변하는 외부 온도에 따라 뇌의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치매 증상이 왜 겨울에 악화되는지가 밝혀졌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은<플로스 메디슨(PLOS Medicine)>지에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기온이 낮은 겨울과 봄에 인지기능이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의 고령자 335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실험 참가자의 평균 인지기능이 여름과 가을에 높은 데 반해, 겨울과 봄에 저하됐다는 것.
이 차이를‘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4.8년이다. 또한 기온이 낮을 때는 참여자들이 치매나 인지기능 손상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31% 더 높게 나타났다. 날이 추워지면 혈관성 치매도 일어날 수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뇌혈관이 수축돼 뇌 혈류량이 줄어드는 등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발생하는 뇌졸중이나 어지럼증은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말에 송년회나 모임이 많아지면 음주량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식사량이 적어지고, 음주량이 많아지면 알코올성 치매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필름이 자주 끊어지는 것도 뇌가 보내는 신호다.
카레의 주원료인 울금에는 치매 발병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커큐민이 함유돼 있다. 인도 사람들의 치매 발병률이 낮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
겨울철 치매
꾸준한 관리로 예방 할 수 있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에는 운동과 식단 관리가 있다. 미국 듀크대의 앨러스 교수는“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대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뇌 운동으로는 신문을 매일 읽거나 꾸준히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 유산소운동은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새로운 뇌혈관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뇌 건강에 좋은 습관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뇌가 젊어지려면 공부보다 운동을 하라’고 권할 정도인데, 실제로 3일 동안 달리기를 하면 뇌신경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NGF라는 생체 단백질이 2배 이상 증가한다. 6개월 동안 유산소운동을 하면 전두엽과 측두엽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전두엽과 측두엽은 치매, 우울증, ADHD 등 다양한 병과 연관되어 있다.
식생활 관리도 필요하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뇌의 독성물질을 줄여야 하는데, 고기와 생선, 달걀과 콩을 매일 먹으면 단백질이 공급돼 뇌의 신경 물질 생산을 원활하게 만든다. 생선과 견과류, 제철 과일과 채소, 올리브유 등 지중해식 식단도 도움이 된다. 이 중 주목해야 할 식품은 커큐민이다.
커큐민은 카레의 주원료인 울금에 많이 들어 있는데, 실제로 카레를 많이 먹는 인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낮다. 커큐민이 치매 원인으로 꼽히는 뇌의 염증반응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커큐민은 치매의 원인물질인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등도 감소시킨다.
TIP. 치매에 좋은 운동
1. 5층 이하는 계단으로
5층 이하의 이동 거리는 계단을 이용하면 좋다. 무릎이 약하다면 올라갈 때만 계단을 이용한다.
2. 바른 자세로 걷기
허리를 곧게 펴고 바른 자세로 팔을 흔들며 활기차게 걷자.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1주일에 8㎞ 정도 걷는 사람은 치매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고 한다.
3. 수영과 아쿠아로빅
물속에서 하는 수영과 아쿠아로빅은 무릎이나 관절이 약한 사람에게도 적절하다.
4. 뇌 자극 체조하기
위아래 이를 천천히 부딪치거나 혀와 눈동자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는 행위. 귓불을 아래로 가볍게 당기거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식의 가벼운 체조가 뇌의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참고< 한설희 명의의 치매 걱정 없는 행복한 노후> (한설희, 예문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