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쳤지 실패한 게 아니에요

기사 요약글

당신을 위로해 줄 영화 추천.

기사 내용

<툴리>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도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여배우를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 것이다. 그럼에도 금발 미녀 배우 샬리즈 시어런(Charlize Theron)의 건강이 슬쩍 염려된다. 그녀는 영화<툴리>를 찍기 위해 22㎏ 이상 살을 찌웠다가 촬영 후에 본래의 날씬한 몸매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녀는 2004년작<몬스터>에서도 일곱 명을 쏴 죽인 연쇄살인범 역을 소화하기 위해 체중을 엄청나게 불린 뒤 특수분장을 한 적이 있다. 그 후 날씬한 몸매로 복귀해 특유의 여신(女神) 이미지를 과시하더니<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에서 강인한 여전사로 변신했다. 대중의 우려를 살 것이 뻔한데도 그녀가 파격을 강행하는 것은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과시하고 싶어서인 것이다.

영화<툴리(Tully)>의 주인공 마를로는 아내와 엄마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삼 남매의 뒷바라지를 위해 동분서주, 고군분투한다.

남편 드류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가 성실하게 일하지만, 아내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밤낮으로 어떤 전투를 치르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오면 헤드셋을 끼고 좀비 죽이는 게임이나 하다가 잠이 든다.
여덟 살짜리 큰딸 사라는 영리한 아이지만, 아직은 신발까지 챙겨줘야 한다. 육아 스트레스로 뚱뚱해진 마를로에게“엄마, 몸이 왜 그래?”라고 물을 정도로 철부지에 불과하다.
둘째인 아들 조나는 정서장애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쫓겨난다. “조나에게 1대1 전담 교사를 붙여주라”는 학교 담당자와 대판 싸우고 나온 마를로는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린다.
차 안에 있던 막내 미아가 빽빽 울어대는 가운데 허공에 대고 화를 터트리는 샬리즈 시어런의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쓰레기 배에 탄 기분’으로 육아 중인 마를로에게 그녀의 오빠는 야간 보모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그녀는 “남에게 하청 주듯이 내 아기를 맡기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으나, 심신이 너무 지쳐 있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야간 보모를 부른다. 보모로 온 툴리(매켄지 데이비스)는 20대의 아가씨다. 미모의 젊은 여성의 방문에 놀라는 마를로에게 그녀는 “나는 아기뿐 아니라 엄마를 돌보러 왔다”고 당차게 말하며 웃어 보인다. 보모 툴리가 아기 미아를 돌봐준 덕분에 밤에 잠을 편히 자게 된 마를로는 점점 생기를 되찾는다. 툴리와 대화를 나누며 마를로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고, 현재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불안과 결핍의 실체를 살피게 된다.
툴리의 제안으로 두 사람이 함께 야간 외출을 감행, 마를로가 젊은 시절에 살던 집을 찾는 대목은 이 영화의 절정이지만, 바로 이때 툴리가 보모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바람에 마를로는 충격을 받고, 설상가상으로 귀가 길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까지 일어난다.

영화는 막판에 반전을 보여주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마를로가 병원 입원 수속을 밟을 때 결혼하기 전의 성(姓)이 드러나는데, 이것은 반전을 암시하는 하나의 장치다. ‘도대체 저렇게 예쁘고 현명한 보모를 일상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의문을 품었던 관객은 영화 끝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여운에 젖을 것이다.

여성작가 디아블로 코디가 각본을 쓴 이 작품은 육아의 디테일을 아주 잘 표현해, 웃으면서 눈물이 난다. 혹시 다칠까 봐 조심스럽게 안고 있던 아기 얼굴에 휴대전화를 떨어뜨린다든지, 어렵게 짜낸 모유를 실수로 쏟아버린다든지 하는 장면 등이 그것이다. 밤새 클럽에서 술 먹고 춤추며 놀았던 마를로가 미처 젖을 짜지 못해 가슴이 퉁퉁 부어 고통스러워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툴리가 젖몸살을 해결해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여성끼리의 연대감을 슬며시 보여주기도 한다. 아내에게 독박 육아를 강요했던 남성이라면 얼굴이 홧홧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영화에는 가슴에 새겨둘 만한 대사들이 많다. “가족을 위한 당신의 단조로운 일상은,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이에요”,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꿈을 이루신 거예요” 등이 그렇다. 특히 마를로가 “이제 당신 없이 어떻게 살죠?”라고 탄식할 때, 툴리의 대답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며 울림을 준다. 그녀의 대답은 “스스로 돌봐야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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