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게 적합한 취미생활, 현대무용 배우실래요?

기사 요약글

현대무용이 50+ 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걸을 수 있는 발’과 ‘뛸 수 있는 힘’만 있다면 누구든 즐길 수 있다는 현대무용의 세계.

기사 내용

 

 

 

마룻바닥에 눕거나 앉아 자유롭게 몸을 풀던 30여 명의 사람들이 시곗바늘이 30분을 가리키자 둥그렇게 모여 앉아 각자 이름과 현재 몸 상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제 술을 마셔서 컨디션이 나빠요.”

“낮에 업무에 집중했더니 지금 무척 졸린데요.”

옆 사람의 손바닥을 터치해 발언권을 넘기는 식으로 한바탕 자기소개가 끝나자 이번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본격적인 몸풀기에 들어간다.

 

첫 번째 순서는 자기 이름과 함께 각자 원하는 동작 선보이기. 팔을 뻗거나 손뼉을 치는 등 단순한 동작을 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러눕거나, 세 바퀴쯤 도는 식의 개성 넘치는 동작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이후에는 특정 사람의 동작을 전원이 따라 하는 순서가 이어졌는데, 선행자의 동작을 보고 일제히 구르고, 뛰고, 흔들고, 눕고, 엎드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 모습은 잘 짜인 군무 같기도 했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익살스러움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특히 열외 없이 모두에게 순서가 돌아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5분간의 짧은 휴식이 끝난 뒤 이번에는 두 명씩 짝을 지어 물병을 주고받도록 했는데 이 단순한 행위에도 여러 변주가 가능했다. 예를 들어 팔을 위로 드는지, 아래로 내리는지에 따라 받는 사람의 포즈가 달라졌고, 뛰어가면서 주느냐, 뒤돌아서 주느냐에 따라 주고받는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

아예 물병을 치우고 가상의 물건을 주고받는 상황이 이어지자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각자의 느낌대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볍게 톡 던진 무언가를 끙~ 하며 무겁게 받기도 했고, 웃으며 굴린 무언가를 찡그리며 받기도 했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는 무언의 현장이었지만,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대의 감정을 흡수하며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밀도 있게 2시간가량 몸을 놀리던 사람들은 또 한 번 둥그렇게 모여 앉아 손을 이어 잡은 채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모든 게 현대무용의 기초라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형식이 없어 중년에게 적합한 현대무용

 

국립현대무용단 임영숙 홍보마케팅 TF팀장은 현대무용이 의외로 중년들에게 좋은 취미 생활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레부터 방송 댄스까지 웬만한 춤에는 어느 정도 형식과 룰이 있어요. 하지만 현대무용은 표현하는 모든 것이 다 춤이 되어서 무척 자유롭죠. 아침에 일어나 양치하고,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과정을 몸으로 표현한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현대무용이 돼요.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누구든 동작에 대해 틀렸다 맞았다를 논할 수도 없죠. 그렇다 보니 중년들에게 유리한 점이 아주 많습니다. 내 몸이 허락하는 선까지 무리하지 않게 춤을 출 수 있고, 평소엔 쓰지 않던 관절과 근육을 움직이면서 유연성을 기를 수 있죠.”

춤을 통해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얻고 스트레스도 덜어 낼 수 있어 몸과 마음을 두루두루 단련하기에 이만한 취미가 없다는 게 임 팀장의 얘기. 방송 댄스, 에어로빅 등 대중적인 ‘춤’에 비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일단 입문하면 발을 빼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인 분야가 현대무용이라고 한다.

  

 

 

 

내가 현대무용에 빠진 이유

 

이소엽 씨(44세)

 

치열했던 회사 생활을 접고, 오직 ‘취미 생활자’로만 살고 있어 행복하다는 이소엽 씨는 지금껏 재즈댄스, 줌바, 벨리댄스, 플라멩코 등 다양한 댄스를 섭렵해왔다. 그런 그녀가 현대무용에 푹 빠진 건 어떤 춤보다 창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현대무용 공연을 즐겨 보긴 했지만, 직접 배우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모 아트센터의 관객 판정단으로 활동하면서 이런 좋은 교육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3년 전 처음 접수해 벌써 세 번째 수업을 듣고 있는데, 지금껏 많은 춤에 도전해봤지만 현대무용만큼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역은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춤이 선생님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다리를 이만큼 올려야 한다는 식의 룰이 있는 반면 현대무용은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거든요. 그저 내 느낌대로 움직였을 뿐인데 그게 표현이 되고 작품이 된다는 데 희열이 있어요.

사람들이 현대무용을 꼭 접해봤으면 하는 건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뿐 아니라 마음을 표현해보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에요. 내 기분이 슬픈지, 즐거운지에 따라 나도 모르게 몸짓이 다르게 나오죠. 그런 표출이 심리적 위안과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해요. 파트너와 마주 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을 던지고 받다 보면 예민하게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 있거든요.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 또 이해받고 싶은 욕망이 해소되는 걸 느낄 때마다 오묘한 기분이 들어요.

주위에서도 ‘현대무용을 하니 어때?’라고 많이 물어보는데, 저는 그때마다 꼭 추천합니다. 내 몸의 민감함, 표현에서 오는 자유로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시작하세요!”

 

 

 

 

김성문 씨(62세)

 

자진해 춤을 출 만큼,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한 김성문 씨지만, 첫 수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제대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젊은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놓을 수 없었다는 것. 물론 이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번 여름 학기에 이어 가을 학기 수업까지 신청할 만큼 현대무용에 큰 재미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늘 춤에 대한 동경을 품고 다양한 공연을 찾아다녔죠.

무용수들의 우아한 몸짓을 볼 때마다 나도 한번 몸을 움직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쑥스럽다는 핑계로 더 미뤘다가는 후회할 것 같아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혹시나 뒤처지지 않을까,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막상 해보니 이곳에서 성별, 나이는 무의미하더군요. 그보단 얼마나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잘 드러내는지가 중요해요.

다들 개인의 표현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인 데다,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도 없어서 저도 자신 있게 춤을 춥니다. 2시간 동안 몸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다 보면 뭔가 마음속 깊은 응어리가 풀어지는 기분도 들고요.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몸도 가벼워졌습니다. 현재 역사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손을 뻗어 문화재를 가리키는 사소한 움직임에도 ‘이 동작을 무용에 응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곤 하죠(웃음). 현대무용이 제 생활 전반에 기분 좋은 활력을 준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에서는 어떤 수업을 할까?

탄탄하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자랑하는 국립현대무용단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체험 및 이론 강의를 제공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무용학교’부터 '춤추는 강의실', '오픈업프로젝트'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은 홈페이지에서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비정기적으로 오픈리허설, 오픈워크숍 등에 관한 정보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 채널을 통해 공유되니 관심이 있다면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문의 02-3472-1420

홈페이지 kncd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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