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서 옛것을 지키는 우리 삶의 오래가게

기사 요약글

오래가게는 서울의 역사를 품고 한 자리를 강직하게 지키고 있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가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서울시가 선정한 곳이다. 옛것을 지키면서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고 있는 오래가게에 가봤다.

기사 내용

 

 

먹 향 가득한, 명신당 필방

 

명신당 필방의 명신은 ‘날로 달로 늘 새롭게 나아가라’는 뜻이다. 30여 년 전 출발의 의미를 담아 내건 그 이름에도, 출입문 옆에 상징처럼 매단 붓에도, 가게 안 서랍장과 의자에도 지나간 세월만이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이곳에 가면 어떤 물건이라도 장단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직원 모두 서예를 전공한 현직 작가라 문방사우에 해박하기 때문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재료를 연구하는 공간으로도 활용 중이다.

“좋은 재료를 얻으려면 시대가 바뀌면서 변해가는 자연 환경과 기후 변화 같은 것을 파악해야 하고, 재료를 만드는 사람과의 교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 그렇게 발굴한 좋은 재료는 창작자의 무궁무진한 예술 활동을 펼치는 바탕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 

문의 02-722-4846

 

 

 

맞춤 양복의 고전, 종로양복점

 

1916년에 문을 연 종로양복점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3대째 ‘손님이 왕’이라는 철칙은 변함이 없고 그 덕에 단골손님도 여전하다.

맞춤 양복은 한때 기성복에 밀려 주춤했지만 최근 ‘내 몸에 딱 맞고 세상에 한 벌밖에 없다’는 매력을 알아본 젊은 고객들 덕분에 여전히 성황이다.

아버지에 이어 재단 가위를 잡은 이경주 사장은 틈틈이 백화점에 들러 기성복 트렌드를 살피고 외국 잡지 등의 매체도 본다.

“오래된 가게라는 것만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느냐?”는 그에게 양복 한 벌 잘 만들고 싶은 열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주소 서울 중구 수표로 45 비즈센터 

문의 02-733-6216

 

 


 

녹슬지 않은 가위, 문화이용원

 

문짝이 뒤틀려 아귀가 잘 맞지 않는 서랍장, 하얀 정사각형 타일을 붙인 세면대 등 모두 문화이용원의 주인 지덕용 이발사와 5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한 것들이다. 그는 어느 날 이용원에 머리를 자르러 왔다가 “할 거 없으면 기술을 배우라”는 당시 이발소 주인의 제안을 받고 이발사의 길로 들어섰다.

쌓인 세월만큼 손님도 특별했다. 역사학자 이병도, 국문학자 이희승, 시인 조병화 등 이 시대 존경받는 지성인들이 이곳의 단골손님이었다. 한창때는 이발사만 아홉 명이었지만 지금은 그 혼자 남아 문을 연다. 언제 문을 닫을지 알 수 없지만 연로한 이발사는 오늘도 변함없이 정갈한 가운을 걸치고 가위질을 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혜화로 7

 

 


 

영롱한 빛을 품은, 국선옻칠

 

국선옻칠은 2대째 한국 전통 공예품 나전칠기를 만들고 유통하는 회사다. 아버지가 만들고 아들이 이어받았는데, 아들은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내세우면서 나전칠기의 영롱한 빛을 더욱 밝히고 있다.

나전칠기는 정교한 문양의 얇은 자개 조각을 손으로 하나하나 목제품에 붙이고 붓으로 색을 입히는, 지극한 정성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전통을 잇는다는 주인의 사명감이 국선옻칠의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88 광장시장 2층

문의 02-2275-3868

 

 


 

고소한 외길, 대구참기름집

 

북촌 계동길 낮은 지붕에 정겨운 간판이 눈을 사로잡는 대구참기름집은 30여 년간 같은 골목을 지켜왔다. 세 사람이 서 있기도 버거운 작은 공간이지만 먼 곳에서 전통 방식으로 기름 짜는 모습을 보려고 방문하는 사람들 덕분에 늘 붐빈다.

최근에는 한 번에 열댓 병씩 사가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까지 늘어나면서 기름 마를 날이 없다고. 사람이 많건 적건 주인은 변함이 없다. 직접 기름을 짜고 한 병 한 병 담아 판다. 특히 국산 깨로 짠 기름임에도 저렴해서 더 인기다.

주소 서울 종로구 계동길 67 

문의 02-765-3475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 태극당

 

1945년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과점을 인수해 지금까지 이어져온 태극당은 배고프던 시절, 내 가족과 이웃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70여 년이 흐르는 사이 주변 경관은 많이 변했지만 빵을 넉넉하게 만들어 나누어주고자 하는 정신은 여전하다.

평균 근속연수 40년에 빛나는 제과 장인들의 솜씨도 그대로다. 카스텔라, 사라다빵 등은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 하는 손님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24길 7 

문의 02-2279-3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