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쓸모'를 찾게 돼

기사 요약글

빈센트는 재주가 많은 인물이다. 어려운 일을 뚝딱 해내는 기술보다는 할 줄 알면 생활과 삶이 윤택해지는 재주다. 그래서 그의 손에는 항상 공구가 있다.

기사 내용

빈센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쓸모인류’라 부른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때 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주방의 조리 도구를 완벽하게 활용해 요리를 만들고, 공구를 들고 집 안 곳곳을 뚝딱 고치는 것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의 생활철학을 관찰기로 풀어낸 책<쓸모인류>에서도 그런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남자는 두 가지를 다룰 줄 알면 성공한 어른의 인생이지요. 하나는 음식, 하나는 내 손에 맞는 공구들. 집 안 대부분의 살림은 남자의 손으로 유지 보수가 가능합니다. 남자가 게으른 몸이 되면 작은 문제에도 수리공을 불러야 하고 내 존재는 필요 없게 되어버리죠.”

 

기본 공구로 알뜰살뜰

그에게 공구는‘알뜰살뜰’로 귀결된다. 빈센트의 집 안 살림살이를 찬찬히 살펴보면 가구는 물론 식기까지 새로 구입한 것은 거의 없다. 한 번 마음에 들면 잘 관리하고 깔끔하게 사용해 오랜 시간 사용한다. 물론 세월이 흘러 자연스레 헐거워지고 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럴 때 그가 공구를 들고 출동한다.

 

 

나이가 들면 그에 맞게 가구를 고쳐야 할 일이 생긴다.
그가 애정하는 핑크색 서랍장은 원래 바퀴가 없었지만 점점 이동하는게 힘들어지자 바퀴를 달았다.
 

“공구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종류가 늘었지만 매번 사용하는 건 비슷해요. 나사, 스크루드라이버, 드릴 이 세 개만 있으면 웬만한 문제는 다 해결할 수 있어요. 조금 특별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나사예요.”

빈센트의 말에 의하면 나사는 단점이 없다. 조였다 풀면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고 나무를 손상시키지도 않는다. 삶에 낭비가 없는 그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나사와 드릴에 익숙해지면 물건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간단한 가구도 만들 수 있다. 가장 기본은 선반이다.

“선반을 하나 만드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르고 사포질한 다음 필요한 곳에 배치하면 되니까요. 벽에 선반을 걸거나 장 속에 선반을 하나 더 넣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공간에 변화가 생깁니다. 아래에 놓여 있던 물건을 높은 곳으로 올리면 내가 움직이는 공간이 넓어지지요. 자연스럽게 집 안을 정리 정돈 하게 됩니다.”

그는 공구 사용에 익숙해지면 상자, 그다음에는 서랍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한다. 이 세 개만 만들어도 집을 깔끔하게 정리 정돈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구를 손에 들어서 좋은 건 해야 할 일이 눈에 들어오면서 집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간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 나도 모르게 시간과 건강, 그리고 능력에 핑계를 대요. 그럼 할 줄 아는 일이 점점 없어지고 몸을 움직이는 일도 줄면서 자신의‘쓸모’를 잃어버릴 수 있어요. 우린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들인데 스스로 그걸 잃어버리면 너무 안타깝잖아요. 공구 사용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걸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면 자존감이 올라가요. 게다가 와이프가 좋아한다니까요.”

 

 

연필과 자 연필과 자를 가까이할수록 실패가 없다.‘재고 또 재고’가 그의 모토.
나사 나무를 해치지 않고 재활용까지 할 수 있는 나사는 백 점짜리 공구.
드릴 빈센트가 가장 사치하는 공구 중 하나다. 새로 나온 제품일수록 크기가 작고 성능은 좋으면서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
드라이버 일자, 십자 등 하나의 몸체에 바꿔 끼며 사용할 수 있는 만능 드라이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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