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결을 따라 인생 2라운드를 새기는 사람들

기사 요약글

숲속에 들어온 듯 나무 향이 가득 퍼지고 사각사각 나무 깎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온다. 그곳에는 나무에 인생을 새기는 사람들이 있다.

기사 내용

 

 

 

고양이 깎는 조각가

스튜디오 앤캣 윤소라

 

 

일산에 위치한 ‘스튜디오 앤캣’에 들어서면 스튜디오 이름에 걸맞은 고양이 나무 조각품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다. 고양이를 사랑해 나무로 깎다 보니 공방까지 열게 됐다는 윤소라 대표는 직함보다는 애묘인이라는 말이 더 좋다는 우드카빙 전문가다.

 

그녀는 원래 가구 만들기를 취미로 가진 직장인이었다. 우드카빙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다가 우연히 고양이를 입양하면서다.

 

“대학 때 건축학을 전공하고 가구 만드는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취미도 그 쪽을 향하게 됐어요. 그런데 권태기가 오더라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데 집중할 때였는데, 남편이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고양이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가구보다는 고양이를 조각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접한 게 우드카빙이었습니다.”

 

그녀가 우드카빙을 시작한 건 약 3년 전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우드카빙 전문 공방이 거의 없을 때였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었던 그녀가 찾은 돌파구는 유튜브였다.

 

“해외에는 우드카빙이 활발해서 유튜브에 영상이 많더라고요. 영어사전을 찾아보며 더듬더듬 따라 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가구는 한 치의 오차 없이 꼼꼼히 설계해서 자르고 결합해야 하는 반면 우드카빙은 손맛대로 만드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취미라고 하기에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서 나무를 깎을 정도로 빠졌다. 동시에 카빙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우드카빙의 매력을 알렸는데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쏟아졌다. 카빙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리고 그즈음 열린 고양이 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전국의 애묘인들이 모이는 고양이 박람회에 고양이 조각품을 들고 참석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작업물이 많아야 하는데 베란다에서 그 양을 맞추기는 좁기도 하고 먼지가 많이 나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작업실을 얻어서 고양이 조각을 만들어 박람회에 나갔는데, 그 후로 블로그 이웃들이 늘어나면서 수업과 조각품 판매 문의가 급속도로 늘어났어요.”

 

취미와 본격적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지금이야 나무 공방이 많아 소량으로 자재 등을 구입할 수 있지만 그때는 발품을 팔아가며 모든 정보를 얻어야 했다.

 

“카빙을 처음 시작할 때 답답했던 게 정보 부족과 재료 수급이었어요. 그래서 카빙을 배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 DIY 키트를 만들었어요. 카빙 수업도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팁을 알려주는 선에서 창작을 유도하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도구를 익히는 데 3개월이면 충분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데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1년 넘게 제 수업에 참여하는 중년의 수강생들은 미래를 염두에 두고 수업을 듣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남과 다른 나만의 것을 찾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는 과정이죠.”

 

 

 

 

그녀는 자신만의 것으로 고양이를 꼽는다.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애묘인이고 작품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도 고양이 조각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출간을 목표로 고양이 조각 관련 책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일하는 시간 대비 수익은 더 나아졌으니 좋아하는 게 취미가 되고 취미가 인생을 바꾼다는 진리가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요즘 사람들은 값이 조금 나가더라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잖아요. 취미로 돈을 벌려면 많은 고민이 있어야겠지만 저도 평범한 동물인 고양이로 새로운 길을 찾았으니,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스튜디오 앤캣

주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현중로26번길 61-16 1층

문의 010-2645-9627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bbo74 

 

 

 

 

 

나무로 그려가는 삶

우드트레인 김광기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주시기 바랍니다.” 열차가 서지 않는 공전역에는 여전히 안내 방송이 울린다. 충북 제천의 공전역은 충주와 제천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던 역사였다. 시간이 흘러 이용객이 줄고 2008년부터 더 이상 열차가 서지 않게 되면서 서서히 잊혔다가 김광기 씨의 손길이 닿으면서 새 이름을 갖게 됐다. 나무 체험 공방 ‘우드트레인’이다.

 

“학생들을 위한 목공 체험 장소이자 성인을 위한 목공 수업도 하는 곳입니다. 제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공방이기도 하고요.”

 

그는 처음부터 나무를 만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전기를 전공한 후 대기업을 다니기도 하고 공연 기획과 무대조명 등 나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서 20여 년을 보냈다. 취미로 집에서 커터 칼을 이용해 거북이 등을 조각하는 정도가 그의 경력이라면 경력.

 

그러다 나무를 섬세하게 자를 수 있는 톱을 구하게 됐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목공에 몰입했다. 취미가 축적되면 전문가가 된다고, 커터 칼로 시작한 취미로 인생의 두 번째 길을 열게 된 건 막연한 삶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40대 후반에 들어서니 직장을 얼마나 다닐 수 있을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 밀려오더군요. 고민할 바에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조금 덜 먹고 덜 쓰자는 생각으로 48세에 조금 이른 퇴직을 했어요.”

 

 

 

 

나무 공방을 하리라 결심한 후 장소를 물색하다 우리나라에 문을 닫은 간이역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목공과 간이역의 조합이 꽤 괜찮다는 생각에 여러 간이역을 돌아본 결과 널찍한 마당과 제법 규모가 큰 대합실이 있는 공전역이 눈에 쏙 들어왔다. 코레일을 통해 임대 절차를 밟고 문을 연 지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시내가 아니니 공방을 연다고 해서 사람들이 바로 찾아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지역방송국에서 간이역에 차린 목공방이 독특했는지 촬영을 왔는데 그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공유가 되더라고요. 그 후에 학생들 체험, 회사 단체 체험 신청이 들어오면서 입소문이 났습니다. 바로 앞에 제천천이 있고 인근에 영화<박하사탕> 촬영지가 있어 개인 여행객도 많이 와주셨어요.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감사패 등을 주문하는 곳도 늘었고, 강의를 요청하는 곳도 많아졌습니다.”

 

 

 

 

공방 근처로 집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귀촌인이 됐다. 그가 살고 있는 싯개마을은 작은 마을이라 처음에는 이방인에 대한 낯섦이 있었다. 하지만 공방이 활성화되면서 외지인이 많이 들어오자 주민들과 다양한 일을 도모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에 스며들었다. 직접 충북도청에 건의해 공전역 주변을 꾸몄고 봄에는 마을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농사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사실 회사를 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수입은 많이 줄었지만 고즈넉한 시골 생활도 좋고, 언젠가 쫓겨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 없이 나무를 만질 수 있어서 만족은 큽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요. 그만 접어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놓고 싶지 않아서 저녁에는 다른 일을 해요. 투잡인 셈이죠.”

 

그럼에도 그는 마음이 맞는 다른 분야의 공예가들과 협업해서 공방을 아이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미술관으로 꾸미고 싶은 소망을 내비친다. 간이역 공방에서 간이역 미술관으로,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그의 모습이 낯설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는 아이 같은 미소 때문이 아닐까.

 

우드트레인

주소 충북 제천시 봉양읍 의암로 698 공전역

문의 070-4418-5120

홈페이지 http://cafe.daum.net/woo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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