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기사 요약글

2021년 9월 기준, 전국적으로 요양원(요양병원 포함)은 약 3000곳이 넘지만, 막상 선택하려면 어떤 기준으로 시설을 골라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하다. 이에 전문가와 인터뷰를 통해 현명한 장기요양시설 선택법을 알아봤다.

기사 내용

 

 

 

 Q. 요양원, 요양병원을 놓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병원이기 때문에 요양이 필요한 환자라면 누구나 입원이 가능하지만 요양원은 만 65세 이상 혹은 치매나 뇌졸중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자, 그중에서도 장기요양등급 1, 2등급(요양 등급은 총 6단계로 숫자가 낮을수록 상태가 나쁘다) 판정을 받은 분들만 입소가 가능합니다.

 

설립 목적 자체가 병원은 치료, 요양원은 케어이지만 구분이 모호한 게 사실입니다. 한 예로 비용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많은 가족이 환자를 요양원에 모시고 싶어 하지만, 등급이 안 나와 상대적으로 비싼 병원에 모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계시다 상태가 나빠지면 등급 판정을 새로 받아 요양원으로 모셔 가곤 합니다.

 

어쩐지 좀 이상하죠? 그렇게 아픈 분이라면 병원에 모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의사도 없는 요양원에 그저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옮겨 가니 말입니다.

 

그 반대도 있습니다. ‘요양원에 모시는 건 어쩐지 불효 같은데?’ 혹은 ‘의사가 상주해 있는 병원이 그래도 낫지’라는 생각으로 건강한 어르신을 병원으로 모시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실제 2010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 팀의 연구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33%가량이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태인 반면, 요양원 입소자 중 30%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였습니다. 양 기관은 각각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으로 재원도 다르고 의사의 상주 여부도 다르며, 입소 목적 자체도 다른데 이렇게 구분 없이 이용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TIP. 등급 신청은 여유를 두고!

어르신에게 증상이 나타난 경우, 대부분 바로 요양 등급 판정을 신청하지만, 이때는 판정 기각을 당할 확률이 높다. 증상을 충분히 치료하고 어느 정도 재활을 거친 뒤에야 장기요양이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뇌경색, 골절 등의‘일’이 있은 후로부터 최소 3개월 이상의 기한을 두고 등급을 신청하는 게 좋다.

 

 

 

Q. 왜 그렇게 비용에 차이가 나죠?

 

 

요양병원, 요양원 모두 정부에서 약 80%의 비용을 보조하며 약 20%만 본인 부담으로 돌아가지만, 간병비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요양원은 국비 지원을 받지만, 요양병원은 100% 개인 부담이거든요. 2.5명당 1명의 간병인을 두게 돼 있는 요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간병인을 의무로 둬야 하는 규정도 없습니다.

 

따라서 환자가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비싸서 보통 병원에서 외부 업체에 공동 간병인을 요청해 배치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양병원 선택 시 간병인 한 명이 몇 명의 환자를 돌보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밖에 식비 항목에서 요양원은 100%, 요양병원은 50% 본인 부담을 하게 돼 있습니다.

 

 

 

 

Q. 요양원으로 모시길 희망한다면 먼저 어떤 것부터 알아봐야 할까요?

 

 

전국 3000곳이 넘는 요양원 가운데 대략적으로 마음에 드는 후보를 추려야 하겠죠.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원하는 조건에 따라 다양한 검색이 가능합니다. 지역별, 정원별, 프로그램별 원하는 기준에 따라 조회가 가능한데, 지난 2015년부터 전국의 요양원을 심사해 A~E등급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양원의 인력 구성은 어떤지, 비급여 항목은 무엇인지, 구비 시설은 무엇인지 등 자세한 사항을 공개해 방문 후보지를 고르는 데 유용할 것입니다.

 

 TIP. 요양원을 정원으로 구분하면 10명 미만의‘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30명 미만의 소규모 요양원, 30명 이상의 중견 요양원으로 나눌 수 있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필수 인력이 적은 반면,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서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수용 인원이 많은 요양원이 안정적인 운영을 할 가능성이 높아 선호하는 추세다.

 

 

Q. 요양원 방문 시 꼭 체크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입소 비용이나 비급여 항목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소자의 상태를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어르신들의 용모는 단정한지, 몸에서 불쾌한 냄새는 나지 않는지, 영양 상태는 괜찮은지 등이죠. 요양보호사 한 명이 어르신을 몇 명 돌보고 있는지, 직원들의 태도는 어떤지, 채광과 환기는 잘되는지도 눈여겨봐야 하고 부모님이 뇌졸중이나 치매라면 관련 재활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프로그램의 유무뿐 아니라 얼마나 자주 활동을 하는지 그 빈도를 체크하는 것도 포인트죠.

 

 

Q.요양병원 역시 등급을 나눠 평가한다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약 40개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항목에 따라 요양병원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상위 병원에는 혜택을, 하위 20%의 병원에는 제재를 주고 있습니다. 평가 등급을 모두 공개하고 있어서 요양원과 마찬가지로 사전 정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를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욕창 발생 빈도는 어떤지, 환자들의 일상 수행 능력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평가하는데 같은 요양병원이라도 어떤 병원은 환자들의 상태가 중하고, 어떤 병원은 환자들의 증상이 가벼워서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긴 어렵습니다. 실제 요양병원은 복합적인 치료 제공, 재활치료 중심, 급성 및 중증 환자 중심, 호스피스 환자 중심 등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건물의 한 층만을 병원으로 쓰는 A등급의 병원과, 녹지공간이 풍성한 B등급의 병원이 존재하듯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좋은 병원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Q. 요양병원 선택 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병원 본연의 목적에 맞게 환자를 잘 치료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한 명의 간병인이 몇 명의 환자를 돌보는지, 체위 변경이나 목욕 등을 자주 시켜주는지, 조명이 밝아 사각지대가 없는지, 노인 전문 간호사가 상주하는지 등도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 상담만 하고 돌아가시는 보호자들이 있는데 부모님이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곳이니만큼 시설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Q. 요양보호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사항이 있다면요?

 

 

어르신들의 ‘생활’에 집중하는 요양시설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의 역할 구분이 명확했으면 합니다.

 

현재 장기요양등급 1, 2등급을 받을 정도라면 욕창 가능성이 높은 와상 환자, 혹은 중증치매 환자일 확률이 높고, 기관지를 절개해 의료 삽입관을 착용해야 하는 등상태가 좋지 않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병원에 모시는 게 합리적이겠죠.

 

따라서 1, 2등급의 환자는 요양병원, 반대로 3, 4, 5등급으로 상태가 양호한 분들은 요양원의 혜택을 받도록 제도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장기요양시설,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누구나 원래 살던 집, 익숙한 마을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며, 앞으로 점점 그런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시설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7명 이상의 다인실에 누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간병인에게 의지해 24~48시간씩 연속 근무하는 의료진에게 몸을 맡기는 게 현실이죠.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떠올리면 ‘시설에 가면 곧 죽는다’는 식의 허황된 편견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비교적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 국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들을 보면 일본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낙상, 욕창, 냄새, 신체구속을 전면 없앤 것입니다.

 

침대 대신 온돌방을 택해 낙상을 막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환자 스스로 기어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게 하는 모습은 한눈에 봐도 환자 친화적이죠. 앞으로 시설이 환자 개인의 존엄성과 편의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인복지에 종사하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모습을 꿈꿀 테지만, 역시나 문제는 비용입니다. 환자에게 자율권을 주는 만큼 쉽게 말해‘손’이 많이 가는데 이는 결국 인건비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예산이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요양원의 좋은 예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휴머니타스’는 요양원인 동시에 대학생들의 기숙사다. 시니어는 학생들로부터 삶의 활력을 얻는 동시에 SNS 사용법 등을 배울 수 있고, 학생들은 하숙비를 절감할 수 있다.

 

 

Q. 일본의 사례처럼 외국의 좋은 시스템이 또 있나요?

 

 

미국에서 좋은 요양병원을 선별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 리스트를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시설 기준이 어떻고 하는 문제보다 스태프가 친절한지, 환자를 부를 때 할아버지라고 하는지 이름을 부르는지, 성향에 맞는 룸메이트를 고를 수 있는지 심지어 환자가 흡연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죠. 이런 항목을 몰래 비밀 요원이 가서 체크하니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밖에요.

 

대만이 급성기 환자들을 관리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지인이 대만의 한 대학병원으로 연수를 갔는데 환자들에게 두루마리 휴지 심에 고무줄 연결해 당기기, 빨래집게 집었다 펴기 같은 걸 재활치료라며 시키더랍니다. ‘뭐 이렇게 어설프지 싶었는데’ 나름 의미가 있더라고요. 그 병원에서는 급성기 환자들의 재택 복귀율이 80%가 넘는데, 침대 채로 돌려보내 집에서 회복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러니 집에서도 얼마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실생활 위주의 재활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실제 대만에서는 2017년부터 치매, 뇌졸중, 병적골절, 심부전, 뇌신경 손상 등 5개 증상에 대해 급성기 병원 입원 일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재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었죠. 입원만 했다 하면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에 누워 있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달라요. 우리나라도 점점 내가 사는 집, 마을에서 나이 들어가는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런 이상이 실현되려면 아직 갖춰야 하는 점이 많아요. 하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비교적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 국내 요양원들을 보면 일본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낙상, 욕창, 냄새, 신체구속을 전면 없앤 것입니다.
침대 대신 온돌방을 택해 낙상을 막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환자 스스로 기어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게 하는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환자 친화적이죠. 앞으로 시설이 이렇게 환자 개인의 존엄성과 편의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셔터스톡, 네이버 드라마 <내 심장을 쏴라>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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