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이 8,350원? 웃는 알바생 우는 사장님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현재 7530원인 최저 시급은 내년에 8350원으로 인상될 전망입니다. 알바생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사장님은 울상입니다. 특히 편의점은 인건비 변동이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업종이라 최저 시급 인상으로 인한 갈등이 도드라집니다. 이달에는 편의점에 얽힌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2%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고 답한 비율


5819원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고 밝힌 응답자의 평균 시급
출처인크루트 (2018년, 회원 569명 대상)


*최저 시급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나이 마흔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취객들 때문에 경찰 여러 번 불렀어요.”
 

현재 주휴수당, 4대보험, 퇴직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최저 시급보다 약간 더 높은 8000원을 받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저 바코드만 찍는‘꿀알바’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던데 물건 진열, 바닥과 테이블 청소, 파라솔 관리, 그 와중에 계산까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하면서 생명이나 건강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 계산대에 빨간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3초 안에 경찰이 출동한다. 술 취해 시비를 거는 손님들 때문에 꽤 여러 번 눌렀다. 미세먼지‘위험’인 날에 먼지 폴폴 뒤집어쓰며 박스 정리를 하고 있으면 알바비를 병원비로 다 쓰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위험한 업종에는 생명수당, 위험수당 같은 게 붙는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그런 것도 없으니 시급 8000원이 결코 많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_김수혁(가명) 씨



한때 주유소 사장이었는데


두 달 전부터 새벽 1시면 가게 문을 닫는다. 그 시간에 손님이라야 담배 한 갑 사 가는 게 대부분인데 4000~5000원 하는 담배 한 갑을 팔아봐야 카드수수료다 뭐다 빼고 나면 150원쯤 남을까? 그거 팔자고 아르바이트를 세우면 오히려 손해라 번화가나 유흥가가 아니고서는 다들 새벽에 문을 닫는 추세다. 지방만 해도 주택가 편의점은 반절 정도가 24시간 영업을 포기했다고 들었다. 우리는 본사와 협의해 합법적으로 문을 닫지만, 24시간 영업을 계약한 가게 중에는 편법으로 가게에 불을 켜둔 채‘화장실 다녀오겠다’는 팻말만 걸어두는 눈속임을 한다고 하더라.
_김대정(가명) 씨

 

PLUS INTERVIEW

편의점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담배는 실제 이익이 낮은 데 반해 전체 매출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불효자’ 품목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담배 판매에 한해서는 카드수수료와 소득세를 면제해 줘야 한다는 게 점주들의 입장.


돌려쓰다니 내가 비품이냐?

아르바이트생인 내가 봐도 점주의 고충이 이해될 때가 있다. 특히‘사람 쓰는 문제’가 그렇다. 우리 점주가 나보고 본인 형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뻑하면 잠수를 타거나 각종 수당을 챙겨주지 않는다며 노동청에 신고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거절 못하는 성격이라 브랜드가 다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두 탕’을 뛰었던 그 시절을 잊을 수가 없다. _김현우(가명) 씨

 

PLUS INTERVIEW

요즘 편의점 점주들은‘신고할 일 없는’ 지인, 가족을 고용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혹시 아르바이트를 세우더라도 책임감 없이 그만두거나, 최저 시급 운운하며 신고할지 모르는 학생들보다 시니어, 주부, 심지어 돈벌이가 절박한 외국인을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 한 아르바이트 학생은“점주들이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있어서 최저 시급을 맞춰주지 않는다고 신고하면 아예 편의점 알바 쪽으로는 발 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제 그만 편하게 살고 싶다

 

15년째 운영하던 편의점의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오지만 연장하지 않을 생각이다. 비교적 장사가 잘되지만 인건비가 오르면서 아르바이트를 거의 못 쓰고, 부부가 돌아가며 가게를 보느라 그 흔한 여행 한 번을 못 가봤다. 이것저것 제외하고 월 300만~400만원을 가져가지만 두 명의 노고를 생각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다. 또 하나 편의점 운영에 영향을 주는 게 바로 본사와의 계약 형태다. 개인 자본이 많이 들어간 점포는 영업, 발주 면에서 자율성이 많은 데다 여차하면 다른 브랜드 점포로 바꿀 여지가 있지만, 본사에서 자본을 많이 댄 점포는 의무 발주량 같은 제약이 있을뿐더러 수수료도 더 많이 떼 간다. 다행히 나는 전자다. _윤지영(가명) 씨

 

 

그나마 편의점 알바가 낫더라


 

“편의점 아르바이트만큼 쉬운 게 없어요.”

전역 후, 일자리를 찾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당장 뛰어들 수 있는 곳이 편의점밖에 없었다. 사장님과 2교대 하며 저녁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가게를 지키는데 자동차 조립, 택배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해보니 편의점 아르바이트만큼 쉬운 게 없다. 오죽하면 최저 시급이 과하게 느껴질 정도다. 요즘은 하룻밤에 손님이 20~30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 괜히 사장님 볼 면목이 없다. 매장이 후덥지근하지만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추지 않고 참는 이유다. _고진영(가명) 씨

 

 

‘을’은 웁니다

본사의 횡포? 실제로 있다. 가맹점수수료가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본사에 항의했다가 밸런타인데이, 빼빼로 데이 같은 시즌에 행사 상품 지원을 아예 못 받았다는 점주도 봤다. 물론‘당근’도 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판매를 독려한다는 의미로 제품값의 일부를 본사 측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안 팔리면 고스란히 점주의 손해로 돌아오기 때문에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_구정용(가명) 씨


벨트가 점점 헐거워지고 있다

8시간씩 3교대로 운영되던 시스템을 2교대로 바꾸면서 점주인 내가 16시간씩 일을 한다. 이렇게 몸으로 때워 인건비를 절약하지 않으면 집사람에게 생활비를 못 가져다줄 형편이다.‘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은 편의점 업계에선 잘 통하지 않는다. 브랜드 따라 편의점을 골라 가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대로 물건값을 내려 받기도 어려워 열심히 일하면 매출이 올라가는 다른 업종과는 다르다. 법정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이라는데. 번개탄 피워놓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어느 편의점 점주의 소식이 남 일 같지 않다. _박효준(가명) 씨

 

 


 

왜 점주 앞에서만 작아지는가!

최저 시급을 맞춰주긴 하지만 우리 점주는‘어떻게 하면 돈을 덜 줄까?’ 궁리하는 사람 같다. 퇴근 직전, 발주 물량이 들어와 수량 체크하고, 진열하다 보면 2시간은 기본으로 넘어가는데‘그건 네가 제시간에 일을 못 끝낸 탓’이라며 초과분에 대해서는 싹 입을 씻는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 사이에 일하면 통상임금의 50%를 야간근로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유급휴일에 해당하는 하루(8시간)치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등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각종 법이 마련돼 있지만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딱 일한 만큼이라도 시급을 제대로 챙겨주시길. _김여정(가명) 씨

 

 

점주보다 알바인 내 월급이 더 많아

내 나이 육십. 편의점 캐셔 10년 차다. 우리 매장은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 하루 매출의 3분의 2를 파는데 요즘 얼마나 경기가 나쁜지 이 피크타임에도 장사가 안 된다. 작년 같으면 없어서 못 팔 아이스크림이 그대로 다 남아 있다. 손님의 수는 그대로인데 매출이 뚝뚝 떨어져서 다들 허리띠 졸라매고 산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정이 이러니 점주 입장에서 최저 시급 인상이 달가울 리 없다. 편의점 점주가 아르바이트 학생보다 월급이 적다는 소리가 있는데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우리 점주는 법대로 사는 사람이라 4대 보험이니 각종 수당이니 딱딱 주는데 어떨 땐 정말 내 월급이 더 많다. _염지승(가명) 씨

 

 

황혼 육아도 하고 황혼 알바도 한다
 

아들이 차린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점포를 네 군데 운영할 만큼 장사가 잘됐던 시절도 있었지만 인건비 부담이 상당해 결국 가족들을 동원했다. 가맹수수료나 임대료는 예상이 가능한 고정비용인 데다‘어차피 나가야 할 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인건비 상승은 그렇지 않은데, 뭐랄까 목돈인 전세금보다 소소하게 들어가는 식비가 더 크게 느껴지는 기분이라면 맞을지 모르겠다. 여기다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점주가 일을 더하니 체력 부담도 만만치 않다. _김성태(가명) 씨
 


“편의점 24시간 영업을 중단하면 이제 야식 사러 어디로 가죠?”

항상‘중도’를 지키며 살아야지!

최저 시급이 문제가 아니라 본사의 과도한 수수료가 문제라며 마치 편의점 본사를 도둑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8년째 3개 브랜드의 편의점을 운영해온 내가 보기엔 덮어놓고 욕하긴 뭐하다. 자립할 때까지 지원금 대주지, 발주 물량 딱딱 채워주지, 광고해주지 장사 경험 없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편한 사업 아이템이 어디 있나. 뾰족한 수 있으면 개인 슈퍼 차려 물건 사입을 해보라지. 요즘에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바람에 본사도 같이 죽을 맛인데 폭리를 취한다는 식의 얘기는 너무 과장된 게 아닌가 싶다. _허지철(가명) 씨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