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요양원 알아보세요?

기사 요약글

연로한 부모님의 거취 문제는 언제나 가족들의 화두다.

기사 내용

부모님의 상태에 따라 집에서 간병하거나 요양원 혹은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 모시는 방법을 고민하는 때가 언젠가 오는데 이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선별하는 게 쉽지 않다. 이에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장기요양시설에 관한 연재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 첫 순서로 현재 장기요양시설 전반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과 현실, 그리고 이상적인 모습을 소개한다.
 

정부에서는 어르신 수발에 대한 가족들의 부담을 경감할 목적으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누는데, 상태가 나쁜 1~2등급자는 요양원 등 시설 이용 비용의 80%를 보조해주는 시설급여 혜택을 준다(이때 보호자는 나머지 20%의 금액과 식대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3~5등급자에게는 재가급여 혜택만 주어지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시설 입소가 필요한 경우에는 소명을 통해 재가 등급을 시설 등급으로 바꿀 여지가 있다.


PART 1


요양원에 관한 부모와 자식의 동상이몽



 

몸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는 데 있어 자식들은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직접 모시자니 가족들의 희생이 필연적이고 시설에 모시자니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여러 고민이 수반되는 문제이지만 요양원이나 전문 간병인에게 부모님의 수발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런데 좋은 시설을 찾기도 어렵지만, 적당한 시설을 찾았다고 해도 자식들의 고민은 이어진다. 실제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부모를 직접 부양하거나 경제적으로 지원한 경험이 있는 40~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절반가량이 부모 부양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가 꼽은 가장 큰 부담은 의료비·간병비(48.9%)였고, 공동 2위는 생활비 부담과 간병에 대한 부담(33.1%)이 차지했다.

 



“할머니 요양원밖에 대안이 없었어.”
 


아픈 부모 수발을‘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자식들의 입장과 달리 부모 세대는‘시설’에 대해 다소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요양시설의 부정적인 사례 때문으로 분석된다.‘몸을 묶어놓는다더라, 위생이 불결하다더라는 식의 극단적인 사례를 접하다 보니 가급적 피하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는 것.

 


대부분 가족과 간병 문제에 관한 대화를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대화하기 불편한 주제니까(40.3%), 생각해본 적이 없는 주제라서(29%),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지 몰라서(18%) 등이 꼽혔는데 평소 간병에 대한 생각을 교류해야 환자의 의지에 가장 가까운 선택을 할 수 있다.

 

 


661일

노인 1인이 사망 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머무는 평균 기간(2016년과 비교해 약 2개월 증가)
 

792만 3000원

노인이나 보호자가 사망 전 10년간 부담한 총진료비 평균


출처건강보험공단(2017년)

 

 

PART 2

 

시설의 현재, 어쩌면 불편한 진실


아프지도 않은데 왜 병원에 계세요? 요양원에 가셔야죠

 

요양 문제에 있어 사람들을 가장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다. 가볍게 이해하자면 이렇다. 요양병원은‘병원’이니만큼 말 그대로 질환을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고, 요양원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병원은 꼭 65세 이상이 아니더라도 회복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지만, 요양원은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기 때문에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65세 이상만 입소 가능하다.


65세 이상 환자라면(장기요양 등급에서 1~2등급을 받았다는 전제) 둘 다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문제는 요양원보다 요양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에 있다. 자식들 입장에서 병원은 치료 목적으로‘어쩔 수 없이 보내드렸다’는 느낌이 들지만 요양원은 어쩐지 성의가 없어 보여 꺼려진다는 것이다. 요양원과 달리 상주 의사가 있어 유사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도 요양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양병원으로만 사람이 몰리는데, 이것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지출된 요양병원 입원 급여비는 3조4869억원으로 이는 장기요양보험에서 급여비를 지원하는 요양시설의 급여비(2조2382억원)와 비교해 1조원 이상 많다. 치료와 돌봄이라는 각각의 설립 목적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 요양원 입소자의 약 30%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여겨진 반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절반은 병원 서비스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장기 입원 환자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니까 아프지도 않은 사람들이 치료 목적으로 세운 요양병원으로 몰려 건강보험 재정이 위험해졌다 이거죠? 그래서 꼭 요양병원 말고 요양원도 생각해보라는 거고요.”

“나도 노인이지만 노인들만 모여 있는 요양원에 있으면 기운이 빠질 것 같아서 싫더라고요. 젊은 환자들이 들고 날 여지가 있는 요양병원이 그나마 더 마음에 들어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의사, 간호사, 치위생사, 물리치료사 등을 통칭하는 장기요양 요원은 최일선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어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낮은 임금과 사회적 평가, 그에 반해 높은 노동 강도를 호소하고 있었다. 업무 스트레스 대비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응답자의 61.8%가 1년 내 이직할 의향을 밝힌 상황에서 환자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터. 2016년 기준으로 요양시설 내 노인 학대 건수는 4000건이 넘는데,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비난과 함께 처우 개선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54만 4000여명

전국 요양병원 입원 환자 수(2015년)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우리나라 노인 요양시설은 2016년 기준으로 3100개가 넘는다. 보건복지부에서는 3년에 한 번씩 시설의 재정, 프로그램과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 등을 평가해 A부터 E까지 등급을 매긴 뒤, 상위 기관을 공개하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은 곳은 물론 대기자가 넘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여건을 갖췄다 해도 사람들이 바라는 시설의 모습은 따로 있었다. 단순한‘수발’이 아닌‘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는 것이다. 가족들의 부담을 더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노인들을 사회적으로 분리, 수용, 보호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전문가들은 노인 요양시설이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존엄성을 지켜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설 입소 전 교제하던 친구와 다시 만나는 일, 기르고 싶은 식물과 동물을 자유롭게 키우는 일, 식사 장소나 시간을 자율적으로 택하는 일, 케어나 일상 활동 등을 계획할 때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는 일 등 사소하지만 사실은 삶의 전부였던 가치가 지켜지는 곳. 사람들은 그런 요양시설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