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안 만드는 생활, 제로 플라스틱 라이프

기사 요약글

쓰레기를 안 만드는 생활 습관.

기사 내용


우리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너무 많은 쓰레기를 버려요. 각자 실천할 수 있는 선은 다르지만 문제의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_그래픽디자이너 정다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짙어지는 미세먼지, 전 세계 식수 70%에서 검출되는 미세 플라스틱, 짧아지는 봄가을과 이상기온이 연일 이슈다. 사회가 급속도로 팽창, 발전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는 배 속에 29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머금고 있다 복막염에 걸린 10m 길이의 고래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구는 더 이상 오염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중국 환경보호부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오염,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다이옥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해 초부터 비닐과 플라스틱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면서 국내 재활용업체들이 수거를 꺼렸기 때문이다.

이제 환경보호는 환경운동가나 NGO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주사위다. 세계적으로 제로 플라스틱,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이어지는 이유다. 나영석 PD의 새 예능<숲속의 작은 집>처럼 전기, 수도, 가스 없는 삶도 고민하게 된다.

이런 모든 움직임은 결국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노 임팩트 라이프’로 귀결된다. 언뜻 모든 것이 편리하게 갖춰진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듯 보이지만 노 임팩트 프로젝트(말 그대로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삶. 자동차, 엘리베이터 대신 자전거와 계단을 이용하고, 포장 음식을 사 먹지 않으며,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하는 등의 활동)의 주인공이자 환경운동가 콜린 베번은 말한다.“도시에서 살다 보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플러스마이너스 제로, 즉 노 임팩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의 말처럼 이제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던져진 이 질문에 우리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레스토랑, 마켓, 집에서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식재료를 모아 축제를 여는‘피딩 더 5000’.

 

쓰레기 없는 삶에 도전하는 사람들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비 존슨 가족이 시작한‘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고 프리 사이클링(재활용 이전에 폐기물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을 실천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캠페인이다.

비 존슨 가족은 거절하기, 줄이기,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 썩히기의 5단계 원칙을 실천해 매년 유리병 한 통 크기의 쓰레기만 배출한다. 2015년 기준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민 1인이 하루 평균 배출하는 생활폐기물량이 0.94㎏인데, 이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국내에서도 플라스틱, 비닐 재활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쓰레기 배출의 심각성을 몸소 깨달은 시민들이 비닐 없이 장보기, 휴대용 젓가락이나 텀블러 사용하기 등을 통해‘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은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 판매자에게 이어진다. 미국 덴버에 자리한 ‘제로 마켓’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프리사이클링 마켓이 대표적이다. 물건을 구입하며 쓰이는 포장지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곡식, 과일, 와인 등을 담아 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왔을 때만 판매한다. 국내에서는 작년 여름 성수동에 생분해 용기만을 사용하는 그로서란트 ‘더 피커’가 문을 열었다. 한편, 영국의 맥주 회사 너던 멍크 브루(Northern Monk Brew)는 생산과정에서 쓰레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맥주를 개발했다. 흠집 때문에 판매하지 못하는 크루아상과 배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며, 양조하고 남은 펄프는 축산농가에 기부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민운동으로도 이어진다. 유럽의 ‘피딩 더 5000(Feeding the 5000)’ 페스티벌은 가정, 레스토랑, 마켓, 시장 등에서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식재료를 수거해 함께 요리를 만들어 먹는 축제다. 식재료가 모여야 어떤 음식을 만들지 정해지기 때문에 축제 당일에야 그날의 메뉴를 알 수 있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사 외에도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대한 토론이나 강연을 마련해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재사용이 가능한 빨대나 자연에 생분해되는 청소 도구, 포장 패키지가 없는 비누 등을 판매하는 미국의 제로 마켓.

 

 

플로깅, 쓰레기를 위해 달린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플로깅은‘줍다(pick up)’와‘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며 주위의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다.


 

특별한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직원들과 밖으로 나가 플로깅을 했거든요. 방법은 아주 단순해요. 자연을 깨끗이 청소하거나 달리면 되거든요.
 


 

월요일에 모은 것들. 오늘은 눈이 왔으니 내일은 젖은 쓰레기들을 주우러 떠나볼까?
 


 

아이에게 쓰레기 발견 게임을 제안했다. 몇몇 사람이 지나가며 “저 아이들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에게 물었다. “플로깅을 모르시나요?”
 


 

달리는 동안 당신의 마음이 깨끗해집니다. 지구만큼이나요!
 


 

거리를 깨끗하게 치우며 걷기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나는 왜 자동차 휠까지 발견하게 되었을까? 지구가 내게 말하고 싶은 건 도대체 무엇일까?
 


 

이 봉투에 가득 쓰레기를 채우며 오늘의 하이킹을 마무리했다. 요새 인터넷에서 유행이라는 플로깅에 우리는 하이킹을 접목했다. ‘플리킹’이라 부르면 어떨까.
 


 

약 2km 거리에 쓰레기가 이렇게나 많다니! (하지만 지금은 깨끗해졌다) 의미 있는 ‘조깅’이었다. 분명 걷는 것보다 꽤 빨랐으니!
#plogging #springcleaning
 


 

자연을 깨끗하게 보호하는 환경 조기교육을 시작했다!
 

 

 


쓰레기 여행의 기록
 

하루에 적어도 한두 개는 사용하는 테이크아웃 컵.
도시의 쓰레기통에는 버려진 컵이 산을 이룬다. 그래픽디자이너 정다운 씨는 문득‘이 많은 컵이 도대체 어디로 갈까?’ 하는 궁금증으로 지난 1년간 쓰레기 여행을 다녔다.

 

Q_ 테이크아웃 컵을 따라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에 시작해서 1년 정도 쫓아다녔어요. 그 결과물로 전시도 했죠. 하지만 아직도 미흡해서 쫓아다니는 중입니다. 우선은 쓰레기 수거 업체에 협조를 구해서 수거 차를 타고 선별장까지 갔어요. 선별장에서는 분리되지 않은 재활용품을 사람의 손으로 다시 분류합니다. 레일 앞에 서서 플라스틱, 비닐, 알루미늄 등 각자 맡은 품목을 골라내죠. 플라스틱만 해도 70여 종이 돼요. 그중에서 재활용되는 건 10종 남짓, 나머지는 폐기물로 버려져요.


Q_ 재활용 로고가 붙어 있는 것도 폐기물이 된다고요?

저희가 버리는 재활용품의 60%는 선별장에서 골라지지 않은 채 시멘트 공장 등에서 연료로 태워져요. 2부제로 쉴 새 없이 선별장을 돌려도 넘쳐나는 재활용품을 모두 감당할 수 없거든요. 일단‘돈이 되는 것’만 골라내요. 플라스틱은 크게 페트, 시트 등으로 분류해 재활용 공장으로 보냅니다. 테이크아웃 컵만 재활용하는 업체는 없어요. 테이크아웃 컵은 과일 포장 팩, 달걀판처럼 얇은 시트류에 속하는데 시트류만 재활용하는 업체도 거의 없어서 페트(용기류) 공장에서 처리하지요. 생수, 맥주, 음료수 등 버려지는 페트병의 양이 테이크아웃 컵과 비교 불가였습니다. 페트 공장이 많은 이유는 기술이나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 때문이에요. 즉, 가공한 것들을 사줄 곳이 있느냐의 문제이죠. 돈이 안 되는데 굳이 선별 인력을 추가해 가공할 이유가 없는 거죠.


Q_ 그렇다면 페트병과 같이 녹여서 플레이크를 만드나요?

아니요. 페트 공장에선 테이크아웃 컵이 섞이면 플레이크의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골라냅니다. 여행 말미에 국내 유일의 테이크아웃 컵 재활용 공장인‘에코사이클’을 찾았어요. 그곳 사장님이“페트병과 테이크아웃 컵은 녹는점이 다른데, 같이 녹이면 녹지 않은 것이 덩어리지면서 실로 뽑아낼 때 벌집 현상(뭉침)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또 플레이크는 투명한 것을 최상으로 쳐요. 그래야 안료를 넣어서 새로운 색깔을 낼 수 있거든요. 대부분의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테이크아웃 컵에 로고나 디자인을 유성 인쇄하는데, 플레이크로 만들었을 때 탁한 회색이 돼 최하위 등급이 매겨지죠. 게다가 테이크아웃 컵은 생산자가 폐기물 부담금을 지급하고 이를 재활용업체에 지원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대상이 아니에요. 최하위 등급으로 수익도 적은데 지원금도 없으니 굳이 같은 비용으로 테이크아웃 컵 재활용 시설을 운영할 이유가 없죠. 에코사이클은 테이크아웃 컵으로 선적용 팔레트를 만드는 연구를 했는데, 그마저도 얼마 전 실험에서 강도가 낮게 확인돼 시설을 정리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Q_ 들을수록 난감하네요. 그래서 플라스틱 소재 단일화 이야기가 나왔나요?

물론 소재를 단일화하면 선별 단계의 번거로움은 줄겠죠. 제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재활용 시장이야말로‘경제성’에 따라 움직인다는 거예요. 수요가 있다면 과정이 어려워도 기계나 인력을 충원해서 재활용할 수 있어요. 또 생산 공장의 존속 여부가 달린 문제이니 PS, PP, 페트 등 수많은 소재 중 어느 걸로 단일화할지 누가 결정할 수 있겠어요? 사용량을 줄이는 게 최우선입니다.


Q_ 사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데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우선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여야 해요. 카페에서‘머그잔에 주세요’ 한마디면 되죠. 제가 공유 공간으로 운영 중인‘프로젝트 하다’에서 일회용품이 없는 카페를 팝업으로 시도해봤어요. 재사용 병을 1000원의 보증금을 받고 빌려주는 형태였는데, 그때 많은 분이 제 시도에 공감과 응원을 해주셨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5월에 연희동에 카페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그 공간에서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편하도록 태블릿형 발포 세척제, 텀블러를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에코백 등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Q_ 그간의 쓰레기 여행을 통해 사람들한테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가요?

물건을 살 때만 해도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 누가 디자인했는지 등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걸 버리는 순간 그 정보를 하나도 알 수 없어요. 이렇게 많이 중국으로 보내고 있는지도 몰랐죠. 우리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아주 많은 쓰레기를 버려요. 게다가 요새는 불필요하게 개별 포장된 물건이 너무 많지요. 또 배달, 택배로 인해 일회용품, 포장재 쓰레기가 급증했죠. 각자 실천할 수 있는 선은 다르지만 문제의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다운 그래픽디자이너의 테이크아웃 컵 여행기


 

수거

밤사이 거리에 버려진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업체에서 가져간다.
 


 

선별

플라스틱, 비닐, 공병 등 각자 맡은 품목별로 골라낸다. 그중 다수가 선별되지 못한 채 고형 폐기물로 버려진다.
 


페트 재활용 공장

페트 재활용 공장에서는 투명, 스카이, 초록, 믹스 네 가지 색깔로 분류한다. 테이크아웃 컵의 경우 이 과정에서 걸러 버려지거나 믹스로 구분된다. 플라스틱은 잘게 분쇄한다.
 


파이버 공장

파이버 공장에서는 플레이크를 녹여 가는 실로 만든다. 자동차 트렁크 바닥재, 의자 등 산업용 충전재에 사용하는 부직포나 솜으로 재활용된다.

국내 유일의 테이크아웃 컵 재활용업체 ‘에코사이클’. 테이크아웃 컵은 플레이크 판매 가격이 낮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대상에서 제외되어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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