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김도향의 마음공부

기사 요약글

인생이 행복해지는 법을 노래에 담아 우리에게 선물하는 김도향에게 50+의 마음공부에 대해 물었다.

기사 내용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는 노래 인생 50년을 맞은 가수이자 작곡가다. 그리고 4,500여 편의 광고음악을 만든 ‘CM 송의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이상하게 꼬였네 00 스크류바’, ‘사랑해요~ 사랑해요~ 00’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무수한 CM 송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여기에 하나 더. 그는 명상가다. 잘나가던 시절,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입산했고 오랜 수련 후 돌아와 사람들에게 명상, 태교 등 치유 음악을 선보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보급했다. 지금도 40년 넘게 매일 자신을 관찰하며 마음공부를 하는 중이다. 어느덧 노래 인생 50년. 그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한다. 2년 전부터는 하루 두 시간씩 평화방송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김도향의 명동연가>를 진행하고 있고 무대에 서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올 초에는 <복면가왕>에 출연해 깊고 묵직한 노래로 감동을 선물했다.
 

<복면가왕> 출연이 화제를 낳았는데, 내심 1등을 하고 싶지 않았나요?

우승하고 싶었지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또래의 사람들을 위해서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당일 아침에 탈이 났어요.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안 좋은 겁니다. 가면을 쓰고 있어 보는 분들은 눈치를 못 챘겠지만, 숨이 차서 노래를 제대로 못했어요. 요즘 제 몸을 치료 중인데 약이 과했던 모양입니다. 2라운드까지 간 것도 다행이었지요. 그래도 즐겁고 의미 있는 자리였어요.
 

가면을 벗었을 때도 모자를 쓰고 있더군요. 모자가 매번 다르던데 집에 몇 개나 있나요?

수십 개 될 겁니다. 모두 동대문표입니다. 가격은 만원 이하고요. 실은 일찍 시작된 탈모 때문에 모자를 쓰기 시작했어요. 수염은 마음공부를 하면서 길렀는데 당시 함께 수련하던 도반들이 참 부러워했지요. “김도향은 수염을 기르니 진짜 도사 같다”면서(웃음). 실은 피부가 약해 면도를 안 하려고 기르기 시작한 겁니다. ‘나를 꾸며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당시 90세까지 노래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건강관리가 핵심일 것 같습니다. 선생이 책까지 썼던 항문 조이기는 계속하나요?

지금은 치료 때문에 잠시 멈췄습니다. 90세까지 노래하려면 100세까지 살아야 가능하지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몸의 고장 난 부위들을 집중 치료하며 100세까지 살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항문 조이기와 빠르게 걷기, 명상, 노래 부르기가 저의 건강관리법인데 치료하느라 중단하거나 줄였어요. 치료가 마무리되면 다시 할 겁니다.
 

건강관리 중에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뭔가요?

살아보니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 관리예요. 인간의 병은 마음의 괴로움이 육체로 나타나 생긴다고 봐요.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명상을 합니다. 항상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마음이 고요해지면 편해지고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지요. 그리고 항상 나를 ‘관(觀)’합니다.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자신을 두루 살피는 거지요.
 

나를 다스리기 위해 따로 배우는 것이 있나요?

초서체(흘림체로 된 한자의 서체)를 배우고 있어요. 어느 날부터 계속 아침에 분명 문을 잠그고 나왔는데 자꾸 안 잠그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 치매 예방도 할 겸 해서 시작했지요. 무슨 암호 같아서 쉽지 않아요. 700자 외우는 데 3년 걸렸지요. 남은 300자를 열심히 외우는 중입니다.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던가요?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지요. 치매 예방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학습, 기억력 등을 관장하는 해마를 찌그러들지 않게 하려면 매일 자극을 줘야 하거든요. 초서체는 매일 반복해서 써야 한두 자 외우는데,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이 굉장한 자극을 줍니다.
 

선생처럼 자기 관리를 하면 언제나 헤이데이(전성기)이겠는데요?

지구에 사는 생명 중 인간이 될 확률은 ‘5,000분의 1’이라고 합니다. 바이러스까지 포함하면 수억분의 1이 되겠지요. 인간으로 태어난 자체가 전성기를 맞은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 혈관의 길이가 지구 세 바퀴라고 합니다. 내 능력으로 그 엄청난 길이에 혈액을 공급하고 있잖아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예요. 조금 더 들어가면 ‘내가 전성기’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게 인간의 숙명적인 숙제예요. 그걸 몰라서 불행하고 힘들어하는 겁니다. 다들 전성기임을 알아차려야 해요.
 

쉽게 아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려운 숙제가 아닙니다. 정신을 차리면 돼요.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쉬어요. 그런데 숨을 쉬는 걸 잊고 살아요. 너무 쉬워서 정신을 잃고 내 존재를 모르고 삽니다. 내 숨을 보려고 노력해보세요. 방법을 하나 소개하면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면서 하나, 들이쉬고 내쉬면서 둘 이렇게 계속 수를 세어보세요. 수를 세다가 놓치면 다시 하나부터 시작합니다. 석가모니가 직접 하던 ‘수식관(數息觀)’이라는 명상법입니다. 열까지만 세도 성공이고 백까지 세면 대단한 겁니다. 더 간단한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바로 ‘항문 조이기’입니다. 다른 생각을 하면 항문이 조여지지 않아요. 항문 조이기를 꾸준히 하면 정력이 좋아지고 하체도 튼튼해지지만, 무엇보다 머리가 맑아집니다. 살아보니 중년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좀 줄이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런 훈련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게 친구가 아닌가요?

관계는 사회를 편하게 사는 수단에 불과해요. 사랑하는 아내라도 죽을 때 따라 죽나요? 세상에 올 때처럼 혼자 가는 겁니다. 막상 혼자 갈 때 얼마나 허망하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만 즐긴다는 것이 엔조이의 개념이 아니라 ‘나는 누구냐’, 즉 나를 찾는 즐거움이지요. 지구가 아무리 넓어도 결국은 나 혼자의 세계이지요. ‘살아 있는 동안 나는 뭘 하려고 태어났나?’ 사유하면 어떤 일을 통해서 세상을 도와야 할지 보일 겁니다.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보통은 내 일, 내 직업으로 세상을 돕는 것이지요.
 

결국 깨어 있는 삶을 살자는 거군요.

배고픔을 어떻게 아세요? 화장실 가고 싶다는 걸 어떻게 아세요? 자연이 깨워주는 훈련을 통해 알아요. 삶에도 그런 연습이 필요하죠.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라 음악으로 세상을 돕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 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명상 음악, 태교 음악을 만들었고요. 지금도 공부하는 과정이에요.
 

100세까지 어떻게 나이 들고 싶나요?

얼굴이 편안한 사람이지요. 얼굴은 ‘얼’과 ‘굴’로 이뤄진 순수 우리말이에요. 얼이 드나드는 굴이란 말이잖아요. 얼이란 정신의 줏대라고 하는데, 몸과 정신을 다스리는 것이지요. 우리 인생은 얼을 정화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얼이 맑으면 얼굴이 환해져요. 부처님, 예수님을 보세요. 얼굴에서 광채가 나잖아요. 우리 주변에서도 아흔이 넘었지만 얼굴이 참 맑은 분들을 종종 보게 돼요. 맑고 착하게 사신 겁니다. 다들 닮고 싶은 노년의 모습이지요. 노력하면 될 수 있어요. 얼은 생각만 해도 환해지거든요. 아침에 눈뜨면 ‘오늘 착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보세요. 한 달이면 얼굴이 빛날 겁니다. 여기에 착한 일까지 실천하면 더 빨리 빛나겠지요. 저도 불편하지 않지만 아직 모자라요. 그래서 계속 노력하는 겁니다.
 

올해는 어떤 곡을 들려주실 건가요?

행복한 삶을 주제로 자극적이지 않게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뭔가요?

10년 전에 계획한 게 있어요. ‘1,000번의 포옹’입니다. 나는 일방적으로 사랑만 받았지, 나를 좋아해준 사람들에게 제대로 베풀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1,000번의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생전에 공연 한 번 보기 힘든 곳에 사는 분이 많아요. 그런 곳을 찾아가 공연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는 프로젝트이지요. 1년에 100회씩, 10년을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게 바로 내가 90세까지 노래를 불러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아침에 눈뜨면 ‘오늘 착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보세요. 한 달이면 얼굴이 빛날 겁니다. 여기에 착한 일까지 실천하면 더 빨리 빛나겠지요. 저도 불편하지 않지만 아직 모자라요. 그래서 계속 노력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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