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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적 관심 속에서 성공적으로 끝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하지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의 ‘왕따 논란’만큼은 큰 오점으로 남았다. 뒤처지는 선수를 버리고 가버린 경기 내용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사과하는 태도였다. 해당 선수와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내놓은 어설픈 사과문은 오히려 대중의 마음에 불을 끼얹는 격이 되고 만 것. 비단 이번 사태만이 아니라 최근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도 말 한마디로 일을 더 키운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세련되게 사과하는 방법을 모른다. 약속에 늦는 사소한 일부터 좀처럼 회복이 쉽지 않은 다툼까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과의 기술을 알려드린다.
1잘못을 구체적으로 말하라
뭘 잘못했는지 알기나 해?
오히려 사과가 화를 부추기는 경우는 다들 겪어봤을 터. 대부분이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고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상대에게 정말로 인정하고 뉘우친다는 느낌을 주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다간 ‘뭘 잘못했는지 알긴 아냐’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2적절한 타이밍을 잡아라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
뉴욕주립대의 블레이크 핸드릭슨 교수가 예순 쌍의 커플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10분 이내로 싸울 경우 5분 뒤에, 10분 이상 싸웠을 경우 바로 사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사소한 문제로 짧게 다툴 때 빨리 사과를 해버리면 그저 상황을 모면하려는, 성의 없는 태도로 보이기 쉽다는 것. 반대로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로 오래 다툴 경우 일단 사과를 먼저 건네고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다독인 다음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 낫다. 묵혀놓은 오랜 잘못이 있음에도 상대가 굳이 얘기를 꺼내지 않아 가만히 있는 건 관계를 악화시키는 가장 안 좋은 버릇이다.
3조건을 달지 말라
지금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잘못은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나의 의도는 아니지만)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할게”라고 가정법을 쓰는 건 상대방을 오히려 ‘예민보스’로 만들어버리는 행위다. ‘당신이 기분 나쁠 줄 몰랐다’는 핑계나‘의도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오해하는 것 같다’는 식의 변명도 또 다른 싸움으로 번지는 도화선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다른 공격일 뿐이다.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라고 깔끔하게 인정하면 상황이 종료될 일이다.
4끝까지 들어주라
내가 얼마나 기분 나빴는지 알아?
억울함이든 분노든, 먼저 상대가 불만을 충분히 표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물론 듣는 동안 동의할 수 없거나 반박하고 싶은 자기방어적 충동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끝까지 인내할 것. 그런 다음 ‘지금 당신이 어떤 기분일지 충분히 이해한다’는 공감의 말과 함께 사과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상대의 감정이 충분히 식어야 사과도 통한다.
5비언어적 요소 체크하기
그게 미안한 사람의 태도야?
팀추월 경기 '왕따 논란’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분노한 포인트는 김 선수의 말 자체가 아닌 비웃는 듯한 태도였다. UCLA 심리학과 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에서 메시지의 내용보다 중요한 건 말을 전달하는 표정, 말투, 목소리 등의 비언어적 요소라고 한다. 말이야 본인의 의지에 따라 꾸며 낼 수 있지만, 행동이야말로 무의식적으로 진심을 드러낸다는 걸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고개를 치켜들거나 팔짱을 낀 상태에서 미안하다고 백날 말해봐야 약만 더 오르게 하니, 정중한 태도부터 갖추자.
6적절한 보상 하기
말로만 미안하다면 다야?
입으로만 때우는 사과는 진정성이 떨어진다. 술자리에서 옷에 와인을 쏟았다면 세탁비를 지불하고, 단톡방에서 뒷담화를 하다가 들켰다면 사과의 뜻을 담은 밥이라도 사야 한다. 단, 보상은 못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빠르게 할수록 효과적이다. 감정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상대가 가까운 사이라면 상대의 요구를 조건 없이 들어주는 ‘1회 자유이용권’이나 실수를 눈감아주는‘프리패스권’ 등 유머러스한 해결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