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_TOO 그리고 젠더

기사 요약글

미투(Me Too)운동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폭로라고 폄훼하는 의견도 있지만 미투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의 일상을 바꿀 획기적인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핵심 키워드인 ‘젠더(Gender)’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기사 내용

 

Part 1
미투 제대로 알기
 

미투(Me Too)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고 그 심각성을 알리고자 하는 일종의 운동이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에 호소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긴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 사실을 대중에게 폭로하고 연대를 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성범죄 피해를 혼자만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고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에 대해서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이 미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성범죄 피해가 권력관계 아래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당한다는 점이다.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같은 구체적인 관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처럼 사회구조적인 권력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투는 약자가 강자에게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는 행동이다.

미투가 확산된 것은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과 성추행을 폭로하면서부터다. 폭로 과정에서 아역배우 출신 앨리사 밀라노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라면 미투(Me Too)라고 댓글을 달아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여기에 유명 배우인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등이 참여하면서 24시간 만에 트위터에서는 50만 건이 넘는 리트윗이 페이스북에서는 1,200만 건이 넘는 공유와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미투는 이미 12년 전인 2006년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흑인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 45)가 시작한 캠페인이다. 버크는 1997년 열세 살 흑인 소녀가 털어놓은 성적 학대 경험을 듣고도 충격 때문에 제대로 돕지 못한 것을 일종의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떤 말을 들려줘야 할 것인가 고민하다 ‘나도 그렇다(me, too)’고 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캠페인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미투에는 ‘나도 너와 같은 나쁜 일을 겪었다’, ‘네가 느끼는 수치심과 절망에 공감한다’, ‘너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 내는 일에 나도 동참한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2006년, 뉴욕에서 젊은 유색인종 여성을 위한 비영리단체 ‘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미투’ 캠페인을 시작했다. 성폭력에 취약한 여성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촉구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10년 뒤, 미투는 SNS의 해시태그(#Me Too)로 다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은, 서지현 검사가 JTBC<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를 증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촉발되었다. 가해자인 안태근 검사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고 이어서 미투운동은 연극계와 문학계, 그리고 영화계와 종교계 등으로 순식간에 확산됐다. 폭로의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등장하는 가운데 서서히 미투운동은 이론적 배경을 갖추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단계다. 그 핵심은 ‘권력’에 있다는 것에 사람들이 동감하면서 단순히 남성과 여성 등 성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가 젠더에 대해서 알아야 할 시기라는 뜻이며 공부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Part 2
젠더, 그리고 젠더 감수성


미투운동과 함께 자주 회자되는 ‘젠더 감수성’은 무엇일까? 그에 앞서 ‘젠더’는 무엇일까.

젠더는 사회적인 성을 뜻하는 말로 흔히 생물학적인 성을 의미하는 섹스(SEX)와 비교해 설명된다. 또, 감수성이란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대해 당연시하지 않고 민감하게 느끼고 대응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 감수성에 젠더가 붙어 젠더 감수성이 됐으니 (사회적) ‘성 혹은 성 문제에 대한 민감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젠더의 차이가 차별을 낳는다는 점에서 젠더 감수성은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 사회구조 측면에서 보면 대개 강자가 남성이고 상대적으로 여성은 약자이기 때문에 젠더 감수성=성 감수성으로 동일시하기 쉽지만, 그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너 얼굴 보니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농담이나 ‘키 160센티 이상의 용모 단정한 미혼 여성’, ‘신체 건강한 남성’ 같은 구인 광고 문구가 모두 주변에서 여전히 접하는 차별을 내포한 표현인데 이를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표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젠더 자문관으로 일하는 김고연주 씨는 책<나의 첫 젠더 수업>이란 책에서 여자와 남자라는 틀에 대해 언급한다. 학창 시절부터 여학생과 남학생에게 기대하는 상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개성이 이 틀에 갇혀버린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 틀을 ‘젠더 박스’라고 부른다. 미국의 법학자 제니퍼 나이는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두 개의 젠더 박스가 존재하는데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두 개의 박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두 개의 젠더 박스에 동시에 들어가 있으면 문제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이 젠더 박스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포함된 것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가령, ‘여자분들이 많아서 꽃밭처럼 환하네요’, ‘남자가 쪼잔하게 그러면 안 되지’,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같은 표현에는 모두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다. 그 밖에 나이, 인종, 장애, 학력, 직업, 혼인 여부 등을 기준으로 차별하거나 통념적인 발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이 순으로 하죠”라든가 “결혼하면 남편에게 사랑받겠네요. 남자 친구 있어요?” 같은 말은 연장자로서 젊은이들에게 흔히 건네기 쉬운 잘못된 표현이다.

 

젠더 감수성 체크리스트

  • □ 애인에게 화날 때 나의 불만을 말하기보다 참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 □ 남성은 남성의 역할을, 여성은 여성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 □‘민폐녀’‘진상녀’ 등 00녀의 등장은 한국 여성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다.
  • □ 배우자가 없는 남성들을 위한 국제결혼 사업은 불가피하다.
  • □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 여성은 성관계에도 개방적일 것이다.
  • □ 여성은 남성보다 성욕이 적다.
  • □ 키스 등 스킨십을 하기 전에 상대의 의사를 물으면 분위기만 깰 뿐이다.
  • □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임신중절을 경험했다면, 약혼자에게 말하는 편이 옳다.
  • □ 성폭력은 여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 □ 성폭력 가해자는 전과자이거나 사회부적응자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 □“몸매 좋은데” 정도의 발언은 성희롱이 아니다.
  • □ 성매매가 금지될수록 성폭력은 증가할 것이다.
  • □ 비(미)혼모 가정이나 이혼 가정은 불완전한 가족이다.
  • □ 십 대의 동성애는 과도기적 현상이다.
  • □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은 건강하게 자기 관리를 하지 않으므로 비난받는 것이다.
  •  

매우 그렇다 0점, 그렇다 1점, 보통이다 2점, 아니다 3점, 매우 아니다 4점으로 점수를 체크하여 합산한다.

  • 30점 이하 당신의 젠더 감수성 지수는 매우 위험하다. 주변의 성폭력 피해자에게 나도 모르게 편견 가득한 말로 상처를 주었을지 모른다.
  • 40점 이하 이제 막 젠더 감수성이 무엇인지 감을 잡은 단계.
  • 59점 이하 정말 멋진 당신. 하지만 아직 깨지 못한 편견이 남아 있다.
  • 60점 젠더 감수성 없는 성문화 통념에 NO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성폭력의 범위

성폭력은 ‘성적인 언어나 행동을 수반하는 폭력 행위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원하지 않는 성적인 이야기나 농담을 하는 행위와 같은 언어적 행위, 입을 맞추거나 껴안는 등의 신체적 행위, 특정 신체 부위를 고의로 노출하거나 하는 시각적 행위, 성적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주거나 이를 암시하는 상황, 가해자가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성적 불쾌감과 모욕감을 받는 경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사회는 보통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을 무기력하게 재현한다. ‘성폭력은 여성에게 있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에게는 지나친 온정적 시선이나 낙인찍기가 성폭력 경험보다 더욱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다. 피해자의 경험을 경청하고 지지하는 것이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이유다.

 

interview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성폭력상담연구소 조은희 활동가


 

먼저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 상황과 자기 주변에 대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처벌 가능 유무를 따져봐야 하고 손해배상과 사과, 소속 집단의 문화나 환경 변화 등 가해자에게 요구할 것이 무엇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가해자 대응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기관은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데 성폭력상담소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고소를 하거나 사과를 받는 쪽을 택할 수도 있어요. 그런 부분은 인권위나 고용노동부에 중재를 신청해야 해요. 형사고소 과정을 밟을 경우에는 절차 안내를 해드리고요. 외상이나 심리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성폭력 피해에 의한 것임을 확인한 후에 의료기관과 연계해서 지원합니다. 또, 원할 경우 국선변호사가 아닌 무료 법률 구조라는 이름으로 변호사비를 지원하는 서비스도 있어요.”

무료 상담 전화 02-338-5801

 

 


Part 3
중요한 것은 NO를 NO라고 받아들이는 사회구조


젠더 전문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변신원 교수에게 50대의 젠더 감수성에 대해 물었다.


최근 미투운동 가해자가 주로 50~60대 남성이다. 그래서 같은 세대의 남성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아들을 둔 엄마들이 미투운동에 공격적인 경우도 있다. 아들이 속칭 꽃뱀에 걸려서 그럴 수 있다는 식인데, 나 역시 아들을 둔 엄마로서 알려주는 원칙은 이렇다.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 일은 무조건 하지 말 것, 상대방이 좋다고 하는 일만 같이할 것, 동의는 술 취한 상태에서는 얻지 말고 명료한 상태에서 동의받은 행동만 할 것.

좋아하는데 거절당하면,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했다고 여겨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분노한다. 그렇게 상대가 거절 의사(NO)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NO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그런 구조’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NO는 무조건 NO이고, NO라고 하면 왜 그런지 생각하면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여자들과는 일하지 않겠다거나 여직원을 뽑지 않겠다는 식의 대응 논리로 확산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바보는 담을 쌓고 지혜로운 사람은 다리를 놓는다고 했다. 남녀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마당에 여자를 고용하지 않겠다는 식의 판단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게 공격이라는 것도 모르는 거다. 지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나중에 미투운동에서 거론되는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젠더란 무엇인가?

생물학적인 성을 섹스, 사회학적인 성을 젠더라고 하는데 생물학적인 성도 남성, 여성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권과 관련해서 얘기할 때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젠더는, 남성이면 꼼꼼하기보다 호탕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회화된 기준이 있고 누군가 그 기준에서 벗어나서 사람들이 불편할 때‘넌 남자가 왜 그렇게 소심해’‘넌 여자가 왜 그렇게 털털해’ 하는 식으로 지적하면서 구분된 성역할을 하도록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이라고 볼 수 있다.

 

젠더 개념을 왜 알아야 하는가?

미투운동이 시작되고 보니 그동안 성희롱 정도가 아니라 성폭력이 막 일어나는데도 사회가 유지된 것은 피해를 입은 대상이 참아왔기 때문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겉으로 화목하고 매너 있는 가정이지만 실제로는 힘의 균형이 무너진 경우가 있다. 그 결과, 노후에 여성이 이혼을 선언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젠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 남성 중에는 지금의 상황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5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약간 분노에 가까운, 방어적인 반응을 볼 수 있었다. 과거에 무심결에 한 실수로 인해 미투운동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더라. 미투운동은 옛날 일을 들추자는 게 아닐 수 있다.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많은 피해자들은 새삼스레 미투를 할 가능성이 낮다. 다만 그런 불안감은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명현현상(환자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증상 악화를 겪은 뒤 나아지는 것)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한 여성 국회의원이 엘리베이터에 혼자 탔다가 나중에 남성 국회의원이 타길래 악수를 청했더니 그 의원이“여기 우리 둘만 있는데 이래도 돼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로 모르는 남녀 둘이 엘리베이터에 같이 있을 경우, 대부분의 남성은 아무 생각이 없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 얘기를 했더니 자신들은 아무런 의도가 없는데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왜 책임져야 하냐고 50대들이 물었다. 그래서 구조적인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피해자한테 “싫다는 의사 표현을 하라고 말하기보다 가해하지 말아라, 그리고 피해자가 얘기하면 2차 가해를 하지 말아라”라고 얘기해줘도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나요”라고 또 물어본다. “NO”라고 말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해도 “NO”라고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되묻는다.
 


젠더 감수성을 높이려면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가?

자신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이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보통 성평등을 지지하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성 인지 감성을 키우라는 얘기는 잘 듣지 않는다. 오래된 수수께끼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가다 교통사고가 나서 각각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다. 의사가 침상에 누워 있는 아들을 보더니“아들아!” 하고 깜짝 놀라며 소리친다. 과연 이 세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의사가 할아버지라고 답하기도 하고, 낳아준 아버지와 길러준 아버지가 있다는 답도 하지만 다 틀렸다.

그 의사는 엄마다.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꼬집는 수수께끼다. 스스로 나는 성차별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 우선해야 한다.

 

젠더 문제가 왜 차별에 대한 문제인가?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관념이 생겼다. 젠더 개념이 강화되어 여성은 소극적이고 여성 역할에 더 적합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질 가능성이 낮아진다. 반면 남성은 생산적이고 리더십이 있고 성취적이라고 인식되면서 그런 기대 속에 높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서 있을 가능성이 많아진다. 역할의 차이가 결국 구조의 차이를 가져온다.

 

50대들의 젠더 감수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열린 사고를 하더라도 젠더 문제에 대해서는 닫혀 있을 수 있다. 여성을 약하고 돌봐줘야 하는 상대로 보는 젠틀한 남성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사람은 아름답지 않거나 거칠거나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이 자기 생각 밖의 행동을 할 경우 가혹할 만큼 냉혹하게 대하기도 한다. “난 여자 좋아해”라고 말하며 페미니스트임을 주장하는 것은 명백하게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특별히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남성이건 여성이건 대하는 태도가 같아야 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매력 있는 여성인지 또는 매력 있는 남성인지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좋은 파트너만 되면 된다.

 

미투운동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지지한다는 말 외에도 법률적 구조 방안이나 구호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미투운동이 타임스업(Time’s Up)이라는 단체를 만든 것처럼 구체적인 운동이 되지 않으면 쓰나미처럼 지나가버리고 사회적인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다.

 

 

Part 4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책과 영화


다양한 의미에서 차별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젠더에 대한 논리적 이해를 돕는 책을 소개한다.

 

BOOK
혼자서 본 영화


여성학자 정희진이 ‘내 인생의 영화’로 꼽은 28편의 영화 이야기. 정희진은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으로서 자신만의 주관적이고 독자적인 입장에서, 특유의 전복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읽고 해석한다. 권력과 젠더에 관한 놀라운 감수성을 바탕에 깔고 외로움, 사랑, 상처, 고통, 구원을 이야기한다.‘나쁜 남자’들을 거치며 삶이 망가져가는,<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는 배신을 당하면서도 사람을 믿고 사랑을 하는 마츠코를 자신의 주체성을 놓치지 않는 진정으로 강인한 존재로 보고,<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는 성폭행 피해자 소녀가 지옥 같은 학교의 가해자들 사이에서 수동적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타자가 되기를 선택함으로써 현실을 이길 힘을 발견하는 과정을 읽어 낸다._정희진/교양인
 


 

MOVIE

이갈리아의 딸들

이갈리아는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뒤바뀐 가상 세계로, 이곳에서는 남성이 가정을 지키고 모든 사회 활동은 여성이 책임진다. 현실 세계에서는 아이를 낳는 것이 사회생활에 불리한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오히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이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되어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하고, 여성들은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다니지만 반대로 남성들은 성기를 반드시 가리고 다녀야 한다. 영어로 번역되었을 당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소설은 남녀의 성역할 체계를 뒤집어 바라보아 성과 계급 문제, 동성애를 둘러싼 논의 등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한다.
_게르드 브란튼베르그/황금가지
 

현남 오빠에게

한국 사회에서 글을 쓰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30~40대 작가들이 페미니즘이라는 테마 아래 발표한 소설집<현남 오빠에게>. 늘 누군가의 며느리, 아내, 엄마, 딸로만 취급되어 살아온‘김지영’ 씨의 부당한 성차별 기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또 한 명의‘김지영’으로 살기를 거부하는 일곱 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일곱 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_조남주 외 6인/다산책방


내 사랑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내 사랑>은 인생 후반에 꽃을 피운 캐나다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와 그의 남편인 에버렛 루이스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예술가와 생선 장수, 사회에서 소외됐던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 만나 일생에 걸쳐 서로의 삶을 바꿔가며 사랑을 하는 여정을 담았다

포인트 심한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아 장애가 있는 여성과 문맹에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던 생선 장수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주연 샐리 호킨스, 이선 호크 감독 아이슬링 월시

 

비지터

20년째 같은 시간, 같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단조로운 삶을 살던 월터 베일 교수. 논문 발표를 위해 뉴욕으로 간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예상하지 못한 불법 이민자 ‘타렉’ 커플과 마주친다. 월터는 갈 곳 없는 그들을 잠시 자기 집에 머물게 하고, 타렉은 감사의 뜻으로 그에게 젬베를 가르쳐준다. 밝고 경쾌한 젬베 리듬은 경직된 그의 삶을 살며시 두드리고, 클래식만 듣던 노교수의 건조한 삶에는 서서히 활기가 찾아온다.

포인트 외롭고 고독한 노인이 불법 이민자와 우정을 나누며 인권 문제에 눈뜨는 과정.
주연 리처드 젱킨스, 하즈 슬레이맨 감독 톰 매카시

 

한공주

밀양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프로 한<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은 소녀가 상처를 치유하고 감내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기존 영화들이 사건 혹은 사건에 관계된 이들의 지독한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공주>는 사건 그 이후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공주는 많은 것을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지만 결코 살아가려는 의지와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벼랑 끝에 선 소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친구들을 사귀고, 노래를 부르고, 수영도 배우면서 세상 밖으로 점점 나아간다.

포인트 연약하게만 묘사되던 성폭력 피해자가 삶을 이어나가는 과정.
주연 천우희 감독 이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