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은 뇌세포도 건강하게 만든다

기사 요약글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마음 다스리기.

기사 내용

 

 

 

오래 전 방송된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을 다시봤다. 몇 년 전에 봤는데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드라마는 야심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의사와 환자의 생명을 돌보는 것에 가치를 두는 의사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좌절을 주제로 한다.

 

권력에 대한 야망을 가진 의사는 대학병원의 외과 과장 자리를 두고 경쟁자에게 물러나라고 애원하면서 무릎을 꿇는가 하면, 뒤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중적이고 비열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게 환자는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닌, 단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정체성은 성공, 야망, 천재 의사에 국한된다. 가족이나 자신에 대한 것은 없다. 반대로 환자의 생명이 삶의 목표인 의사에게 정체성은 자기 자신이자 가족이고 환자이다.

 

삶의 방향이 그처럼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은 당연히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다. 그러나 야망을 향한 의사의 처절한 싸움은 뜻밖의 결말을 맞는다. 원하는 목표를 실현하지만, 그는 곧 암으로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인간이 갖는 행복의 조건

 

 

이 이야기를 보면서 먼 옛날 마키아벨리가 ‘그’를 위해 <군주론>을 썼다는 체사레 보르자가 떠올랐다. 그 또한 교황인 아버지와 힘을 합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왕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인간은 계획하지만, 실행은 신에게 달려 있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된 바로 그 시점에 체사레 보르자 역시 덜컥 몹쓸 병에 걸려 죽고 만 것. 그것도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말이다. 덕분에 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운명의 가혹함이 인간사에 초래하는 모든 헛됨’의 순간으로 회자되고 있다.

 

아무튼 <하얀거탑>은 새삼 인간이 갖는 행복의 조건에 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문득 가끔이라도 최소한 내 주변의 모든 것에 감사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그런 느낌을 방해하는 요소는 참 많다. 특히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사회적 성취와 야망이 우선이면 그것은 계속 달리는 급행열차에 올라타 있는 것과도 같다. 내리고 싶어도 결코 내릴 수 없는.

 

돈도 마찬가지다. 주위에 은퇴한 사람들을 만나면 오로지 돈 이야기만 하다가 끝날 때가 많다. 대부분 사회적 위치에 어울리는 부를 소유하고 있는데도 은퇴 후에 일정한 수입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예 자신의 회계사에게 자기 재산이 줄어드는 것에 관해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해서 웃은 적도 있다. 큰 기업의 CEO를 지낸 한 사람은 아들이 고기를 사 달라고 해 크게 싸웠다고 했다. 왜 그랬는지 물었더니 “난 그 나이에 먹어보지도 못한 고기를 맨날 먹으면서 또 고기 타령을 하길래 순간 너무나 화가 치밀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일종의 가난 망상이에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니까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감사와 건강의 상관관계

 

 

결국 아무리 내가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어도 그것이 야망의 성취든, 돈이든, 인간관계든 스스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면 갈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내가 가진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요즘 뇌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수록 우리의 뇌세포가 건강해진다고 한다. 우리 뇌의 여러 부위에 걸쳐 있는 ‘보상 회로’가 즐거움을 관장하는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회로가 더욱 많은 부위에 연결되면서 뇌가 건강하게 변하고 삶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연구진이 이를 MRI 영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켄터키대학병원의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의 연구 사례도 매우 흥미롭다. ‘감사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그는 미국 7개 수녀원의 수녀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 동안 생활 습관을 관찰했다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자세를 가진 수녀들과 불평이 많고 부정적인 수녀들을 비교한 결과, 감사와 긍정적인 마음을 지닌 수녀들의 수명이 평균 7년 정도 더 길었을 뿐 아니라, 뇌세포도 덜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자세가 그 어떤 야망이나 부유함보다도 중요하다는 뜻이므로 이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듯싶다.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더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이야기 하나. 어느 부유한 사업가가 해안가에서 낚시를 하는 어부를 만났다. 사업가는 어부와 이야기를 할수록 이 어부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당신과 함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어서 두 사람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왜 내가 당신과 사업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지.”

“돈은 벌어서 뭐 하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먹으면서

바닷가에서 낚시나 하면 정말 좋지 않겠나?”

“음, 지금 내가 딱 그러고 있는 게 안 보이나?”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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